[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람이 서른 살에 아내를 두며 스무 살에 시집가는 것이 옛날의 훌륭한 법이었는데 근래에는 조혼(早婚)의 폐단이 국민의 더없는 병폐가 되었다. 그러므로 여러 해 전에 금령(禁令)을 내렸으나 아직까지 실시되지 않고 있으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지금 정사를 새롭게 하는 때를 만나 풍속을 고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부득이 옛날과 지금을 참작하여 남자의 나이는 만 17살, 여자의 나이는 만 15살 이상이 되어야만 비로소 시집가며 장가를 가도록 하되 엄하게 준수하여 어김이 없게 하라." 이는 《순종실록》 순종 즉위년 8월 14일 기록으로 조혼풍속을 금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고종 31년에 남자는 20살, 여자는 16살에 혼인(婚姻)하도록 한 것에 견주면 오히려 뒤로 물러난 것입니다. 그 이전의 경우를 보면 원래 태종실록 태종 8년에 스무 살이 지난 처녀에게 혼인을 허락한다고 했는데 세조실록 세조 7년에 보면 남자 나이 14살, 여자 나이 13살 이상은 떳떳하게 혼인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들쭉날쭉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민법 제807조(혼인 적령) “만 18세가 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동아일보 1935년 8월 13일자에는 <본보 창간 15주년 기념 5백 원 장편소설 심훈 씨 작 ”상록수“ 채택>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현상 모집에 심훈 작가의 <상록수(常綠樹)>가 당선된 것입니다. 이후 <상록수>는 그해 9월 10일부터 이듬해인 1936년 2월 15일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은 함경남도 덕원(德原) 출신의 채용신인데 식민지 수탈에 의해 피폐한 농촌사회의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로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지요. 이 작품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흙>이 보여주었던 농민들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고, 이기영의 <고향>에서 보여주었던 혁명적 농민운동도 아닌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에 따른 자생적 의지가 강조되는 점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머님! 우리가 천 번 만 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 리는 없겠지요. 우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윤미향, 이하 정의연)는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콩고, 우간다, 코소보 등 세계 각 지역의 전시성폭력 생존자들을 초청했다. 8월 13일에는 일본군성노예 생존자인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8월 14일에는 국제 심포지엄 <73년간의 기다림, 마침내 해방! - 세계 무력분쟁 성폭력 생존자들의 목소리>(8/14 1-5PM 장소 : 여의도 이룸센터)을 통해 일본군성노예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과 함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시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각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전시성폭력 생존자이자 활동가로서 이번 초청사업에 참가하는 우간다의 아칸 실비아에 대한 제1회 김복동 평화상의 시상식도 진행될 예정으로 이에 앞서 8월 12일 일요일 SK와 기아의 야구경기가 열리는 문학경기장에서 아칸 실비아는 일본군성노예 생존자 수를 나타내는 등번호 28번을 달고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 맞이 시구를 진행한다. 이어 전시성폭력 생존자들은 평화로에서 저녁 7시부터 개최되는 “함께 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은 8월 20일(월)부터 9월 6일(목)까지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강남구 봉은사로)에서 2018년 여름특집 기획전시 <한국의 여름나기, 피서 - 휴식을 즐기다>를 연다. 선조들의 슬기로운 여름나기 생업이 달라지고, 기계, 교통,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의 전통적인 피서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현대에 맞는 새로운 피서 풍습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피서의 고유한 기능과 의미는 흐려진 듯하다. 이에 한국문화재재단에서는 2018년,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여름 나기를 되짚어보며, 피서의 다양한 방법과 모습을 제안하는 기획전 <한국의 여름나기, 피서 - 휴식을 즐기다>를 기획하였다. 선조들의 지혜를 담은 29명 작가 50여점의 공예작품 전시 이번 전시는 모시와 대나무를 비롯한 친환경적이고 과학적인 여름의 공예품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적용될 수 있는 옛 선조들의 슬기로움과 피서법을 보여 준다. 이에 따라 의ㆍ식ㆍ주 3개의 전시 주제를 구성하고 대나무, 모시, 도자기와 목가구 등 모두 50여점의 공예작품들을 전시한다. 휴식ㆍ교양ㆍ가치의 재충전 이번 전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7월 24일 문화재청은 <김홍도 필 삼공불환도>를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습니다. <김홍도 필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는 김홍도(金弘道, 1745~1806년 이후)가 57살 때인 1801년(순조 1년)에 그린 8폭 병풍 그림으로, 1801년 순조 임금의 천연두 완쾌를 기려 만든 4점의 병풍 가운데 한 점입니다. 여기서 ‘삼공불환’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삼공(三公)의 높은 벼슬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송나라 시인 대복고(戴復古)의 시 ‘조대(釣臺)’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지요. 그림 위에 적힌 조선 후기 문신 홍의영(洪儀泳)의 발문에 따르면, 1801년 <삼공불환도> 말고도 <신우치수도(神禹治水圖)>(2점), <화훼영모도(花卉翎毛圖)>(1점)를 함께 그렸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작품은 <삼공불환도> 뿐입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를 옆으로 비스듬하게 배치한 사선(斜線) 구도를 활용해 역동감을 주었고, 강을 앞에 두고 산자락에 자리한 큰 기와집과 논밭을 그렸습니다. 또 손님치레 중인 주인장, 심부름하는 여인, 일하는 농부, 낚시꾼 같은 사람들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플래시는 물론 가로등도 없고, 자동차의 불빛도 없던 조선시대에 사람들은 어두운 밤거리를 어떻게 다녔을까요? “차려 온 저녁상으로 배를 불린 뒤에 조족등을 든 청지기를 앞세우고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위 예문은 김주영의 《객주》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조족등”이라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밤길을 밝히는 필수 도구였지요. 조족등(照足燈)은 밤거리에 다닐 때에 들고 다니던 등으로 댓가지로 비바람에 꺼지지 않게 둥근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바르고 비에 젖지 않게 기름을 칠하거나 옻칠을 했습니다. 바로 그 안에 촛불을 켜서 밤길을 밝히는 것입니다. 특히 조족등은 순라꾼이 야경을 돌 때 주로 썼다고 하지요. 조족등을 이름 그대로 풀어 보면 비출 ‘조(照)’, 발 ‘족(足)’, 등잔 ‘등(燈)’ 자를 써서 발을 비추는 등이라는 뜻이 되됩니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발밑을 보아야만 갈 수 있으므로 “천릿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속담과 뜻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조족등 없이 칠흑 같은 깜깜한 밤길을 가려면 돌부리에 채일 수도 있고, 물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으며, 움푹 파진 곳에 헛짚을 수도 있기에 그때는 밤길에 정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한 하도리 사람이 토끼를 길러 많이 번식시켰다는 토끼섬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 섬 이름은 난(蘭)이 자라는 섬이라 해서 난섬이라 불렀었지요. 이곳에는 7~8월 문주란 꽃이 피어 온 섬을 하얗게 덮은 모습이 하얀 토끼와 같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문주란이 이 섬에 생기게 된 것은 옛날 일본 유구국(오키나와) 사람이 난파된 배가 도착했을 때 씨앗이 퍼뜨려진 것이라고 하여 ‘왜반초’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문주란은 꽃말이 '청순함'으로 온난한 바닷가의 모래땅에서 자라는 늘푸른 여러해살이 흰빛 들꽃이지요. 다만 특별한 모습은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올라와 우산 모양으로 위에서 아래로 처지면서 피는데, 수술은 윗부분이 자주색이지요. 민간에서는 진통ㆍ해독이나 상처를 치료하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문주란은 유일하게 이곳 토끼섬만이 자생지인데 무분별한 채취로 그 수가 급격히 줄었고, 이후 마을 청년들은 캐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섬 주위에 돌담을 쌓아 풍랑을 막는 등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때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입추부터 가을이라 하지만 이후 말복이 들어 있고 땡볕더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말복 전에 입추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듯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내가 전에는 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몇 해 전부터 더위가 들기 시작하여, 손으로 물을 희롱하였더니 더위 기운이 저절로 풀렸다. 이로 생각하건대, 죄수가 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서 혹은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더운 때를 당하거든 동이에 물을 담아 옥중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로 하여금 손을 씻게 하여, 더위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는 《세종실록》 30년(1448) 7월 2일 치에 나오는 기록으로 옥 속에 갇힌 죄수의 건강까지도 걱정하는 세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냉장고가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겨울철 한강의 얼음을 떠서 동빙고와 서빙고 그리고 내빙고에 보관하였습니다. 동빙고(東氷庫)는 한강변 두뭇개, 곧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에 있었는데 나라에서 제시지낼 때 쓰는 얼음을 보관했으며, 내빙고(內氷庫)는 궁궐 안에 있으면서 궁궐 전용 얼음을 저장했지요. 그러나 지금의 서빙고동 둔지산(屯智山, 용산 미군기지 터) 기슭에 있었던 서빙고는 동빙고의 12배, 내빙고의 3배가 넘는 크기였는데 임금의 친척과 높은 벼슬아치들에게도 주었지만 특히 활인서의 환자와 의금부 죄수들에게까지 나누어 주었습니다. 얼음을 뜨는 것은 한강이 4치(한 치는 약 3.03cm로 12cm가량)의 두께로 어는 12월(양력 1월)에 시작되었는데 먼저 세상의 추위를 관장하는 신, 곧 현명씨(玄冥氏)에 대해 제사를 지냈지요. 또 얼음을 뜰 때에는 칡으로 꼰 새끼줄을 얼음 위에 깔아 놓아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세종실록》에 보면 석빙고에 얼음을 저장하는 군인 곧 장빙군(藏氷裙)에게 술 830병, 생선 1,650마리를 내려주었다고 하며, 서빙고의 얼음 저장과 시설 관리를 위해서만 한해 쌀 1,000여석의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오는 8월 10일(금) 낮 3시부터 5시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과 함께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연다. 이번 강연회는 한글로 전하는 조선시대 여성 생활 교양서인 《규합총서》속에 나오는 음식을 중심으로 우리 선조들의 맛과 멋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박물관 소장 유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중의 한글문화 향유를 위해 2015년부터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를 진행해 왔다. 이번 강연회에서는 조선시대 여성 생활 교양서였던 《규합총서》를 다룬다. 《규합총서》는 바느질, 육아, 화훼, 화장법, 음식 만들기 등 여성 생활 전반의 지식을 다루고 있는 교양서이다. 이번 강연회에서는 한글 고서로서의 《규합총서》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고, 여기에 들어 있는 음식 조리법과 관련된 <주사의(酒食議)>편을 세밀히 살펴본다. 강연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 맡았다. 소장은《규합총서》에 나오는 음식의 조리법을 알기 쉽게 해설하고, 그 음식에 얽힌 우리 선조들의 삶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줄 예정이다. 강연뿐 아니라 《규합총서》에 나오는 빙자, 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