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윤두서(尹斗緖, 1688~1715)가 그린 <노승도(老僧圖)>는 신선이나 불교의 고승, 나한 따위 인물을 그린 그림 곧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이 노승도를 보면 두꺼운 장삼(長衫)을 걸친 노승이 오른손에 긴 지팡이를 짚고, 왼손에는 염주를 쥐고 맨발로 비탈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또 노승의 얼굴이나 손과 발은 섬세한 필치로 그린 데 견주어 옷 주름과 지팡이는 짙은 먹으로 거칠게 붓질한 선종화풍(禪宗畫風)입니다. 그림을 그려온 우리의 옛 종이는 종이를 뜨면 표면이 거칠고 보풀이 많았기에 다듬잇돌 위에 젖은 종이를 여러 장 겹쳐놓고 두드리는 표면 처리를 한 번 더 하였습니다. 또 표면에 기름, 아교, 전분 또는 금(金), 은(銀), 돌비늘[雲母], 조개껍데기 따위를 발라 표면을 처리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매우 매끄럽고 광택이 있으며 옅은 은회색을 띠고 있는 이 노승도의 바탕 종이는 그동안 은가루[銀粉]를 바른 은종이[銀紙]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노승도를 어떤 처리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표면의 성분을 분석하고 확대하여 관찰하였더니 종이표면에서 광택이 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이 시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추사 김정희의 “취우(驟雨)”란 제목의 시입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이지요.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둑후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집니다. 시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김광균의 “와사등”을 연상케 합니다. 김광균은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와사등”은 이 시처럼 시각적 이미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인 대서(大暑:큰 더위)로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라고 합니다. 요즘 더위를 '불볕더위', ‘땡볕더위’, '된더위'라고 하는데 더위 때문에 염소뿔이 녹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다만, 물기 때문에 축축하기도 하다는 뜻의 ‘찜통더위’와 ‘무더위’는 요즘처럼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쨍쨍 쬐는 '불볕더위', '된더위'와는 다른 것이지요. 이렇게 '된더위' 속의 조선시대 사람들이 더위를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모시적삼 밑에 “등등거리”를 받쳐 입기도 했습니다. 등등거리는 소매가 없어 “등배자(藤褙子)”라고도 부르는데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얼기설기 배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것입니다. 등등거리를 입으면 땀이 흘러도 옷이 살갗에 직접 닿지 않아 적삼에 배지 않고, 등등거리가 공간을 확보해주기에 공기가 통하여 시원합니다. 이 등등거리는 등나무 가지로 만든 팔에 차는 등토시와 함께 여름나기에 중요한 옷이었지요. 등등거리를 입은 선비는 쥘부채(합죽선)을 부쳐가며 책을 읽다가 죽부인을 안고 화문석 돗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이제 이 등등거리도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겠지만 등등거리를 입어본다면 좋을 일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 《해부학》’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2018년 7월 19일(목)부터 10월 14일(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제중원 《해부학》 권1-3 초간본의 첫 공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문화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미공개 소장자료를 발굴하여 일반에 소개하는 ‘소장품 공개특별전’을 해마다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공개특별전의 하나로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중원 《해부학》’ 전질을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인 ‘제중원 《해부학》’ 권1-3은 1906년 펴낸 초간본으로 전질이 갖춰진 유일본이다. 그간 여러 기관에서 의학을 주제로 한 전시를 수차례 열었으나, ‘몸’에 대한 우리말과 문화의 역사를 조명한 기획특별전은 이번 전시가 국내 처음이다. 아울러 ‘제중원 《해부학》’과 함께 18개 기관 소장유물 127건 213점이 전면적으로 공개되는 이번 특별전은 규모 면에서도 전례가 없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 《해부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쓰이는 낯선 외래어 네 개를 골라 2018년 제2차 다듬은 말을 발표했다. 국립국어원은 ‘공공언어 통합 지원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제안받은 다듬은 말 후보 중에서 말다듬기위원회 회의를 거쳐 다음과 같이 다듬은 말을 선정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8년 4월 17일부터 2018년 5월 20일까지 ‘게임 체인저’, ‘번아웃 증후군’, ‘슈퍼 사이클’, ‘인플루언서’를 갈음할 우리말을 공모했다. 공모 결과를 바탕으로 말다듬기위원회는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고려하여 ‘게임 체인저’는 ‘국면 전환자(인물), 국면 전환 요소(사건)’, ‘번아웃 증후군’은 ‘탈진 증후군’, ‘슈퍼 사이클’은 ‘장기 호황’,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자’로 다듬었다. 위원회에서 선정한 다듬은 말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다듬은 말로 이번에 발표하게 되었다. 이번에 다듬은 말들은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가 되려면 기존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국면 전환자(←게임 체인저)로 거듭나야 한다. - 인공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국보 제79호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좌상(金製如來坐像)”이 있습니다. 금으로 만든 여래(석가모니)의 앉은 모습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불상은 연꽃 받침 위에 가부좌로 앉아 있으며, 오른손은 어깨 높이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고, 무릎 위의 왼손은 손끝이 땅을 향하도록 하여 손등을 보이고 있지요. 복스러운 얼굴에 눈은 앞을 향하였으며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흐릅니다. 1942년 경주 황복사터 삼층석탑(국보 제37호) 해체수리 때 나온 사리함에서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입상(국보 제80호)”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사리함에 새겨진 글에 따르면 남북국시대 신라 성덕왕 5년(706)에 사리함 속에 순금으로 된 아미타상을 넣었다고 하는데 이 불상일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다만, 크기가 6치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불상은 12.2㎝로 4치도 되지 않아 의문이 갑니다. 이 불상은 광배(光背)와 부처 몸, 연꽃무늬 대좌(臺座)의 3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각 부분은 나누어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눈・코・입은 뚜렷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 불상의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또 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복날을 기다렸다는 듯 시작된 더위는 18일 금년 들어 최초로 수은주를 92도 2분(섭씨 33도 5분=서울지방)까지 올려놓았다. 남쪽과 동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뻗혀있는 우리나라의 날씨는 평년보다 4~5도씩 높은 기온으로 평균 90도를 넘는 ‘폭서의 계절’에 접어들었다는 것. 아스팔트가 엿가락처럼 녹는 것은 물론 긴 장마에 흠뻑 적셔 싱싱했던 부라타나스 잎까지 축 늘어진 듯한 거리에서는 썬그라스조차 거치장스럽다. 폭서와 더불어 얼음공장은 자꾸 바빠진다. 창고문을 열 때마다 뿌옇게 증발해 나오는 찬 기운이 잠시 더위를 잊게 한다.” 기온을 섭씨가 아닌 화씨로 기록한 것을 빼면 요즈음 뉴스라고 생각될 정도의 글입니다. 하지만 이는 57년 전인 1961년 7월 19일 치 동아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지요. 요 며칠 온 나라는 된더위(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차 속에서 아이가 죽고, 양계농가에 닭이 죽어나가고, 공항 활주로에 구멍이 뚫리고, 고육지책으로 도심에선 물청소차가 길에 물을 뿌려댑니다.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된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의 용광로의 온도는 무려 1천524도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요즈음 매듭이라고 하면 노리개 같은 작은 소품만 생각하지만 실제로 외할아버지(고 정연수 초대 매듭장)께서 일할 무렵만 해도 궁궐의 가마 유소(장식)나 절에서 쓰는 불교의식 용품인 연(輦)을 장식한 꾸미개 등 대작(大作)들이 많았습니다. 힘이 꽤 드는 작업이라 당시에 매듭장인들은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 박선경 매듭장 전수교육조교(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는 전시장을 찾은 기자를 위해 매듭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다. 지난 7월 13일부터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결’에서 열리고 있는 ‘고 정연수 선생 초대 매듭장 지정 50주년 기념전’ 전시장에는 박선경 전수교육조교가 일일이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친절한 ‘매듭 선생’으로 안내를 하고 있어 인상 깊었다. 이번 전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보유자 정봉섭 선생이 주관하고 한국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후원하며 전시작품은 초대 매듭장인 정연수 선생부터 제3대 정봉섭 보유자의 작품 가운데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이어져 온 전통매듭의 대표작이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매듭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어 갔지요. 적어도 197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경복궁을 둘러싸고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駱山), 서쪽의 인왕산(仁旺山)과 함께 남쪽에는 목멱산(木覓山, ‘종남산-終南山)ㆍ인경산-仁慶山ㆍ열경산(列慶山)ㆍ마뫼’로도 불렸음)이 있습니다. 조선태조가 한양(漢陽)을 도읍으로 정하였을 때 목멱산 곧 남산은 풍수지리설에 따른 안산(案山) 겸 주작(朱雀, 동-청룡, 서-백호, 남, 주작, 북-현무)에 해당되는 중요한 산이었지요. 따라서 남산 꼭대기 부근에는 봄ㆍ가을에 초제[醮祭 : 별에게 지내는 제사]를 지내던 목멱신사(木覓神祠), 곧 국사당(國祀堂ㆍ國師堂)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남산에는 1919년 오늘(7월 18일) 일본 내각고시 제12호로 조선신사 짓는 것을 확정ㆍ공포하였으며, 1920년 5월 기공식을 갖고 127,900여 평 터에 일본의 신사 건축양식에 따라 정전(正殿)・배전(拜殿)・신고(神庫)・참배소(參拜所) 등 15개의 건물을 짓고, 여기에 오르는 돌계단과 참배길을 조성하였습니다. 게다가 1925년 6월 27일에는 신사(神社)에서 신궁(神宮)으로 격을 높이고 한국인들에게도 참배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문제는 신사와 신궁이라는 것이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주입 도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初伏)입니다. 여기서 ‘복(伏)’ 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양으로,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이 복날을 '서기제복'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곧,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써서 복날은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정복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초복은 삼복의 첫날인데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또는 삼복이라 합니다. 천간(天干: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 가운데 경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이 계절로 가을을 상징하는데 이날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지요.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걸리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