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모란꽃 무늬가 상감으로 새겨진 국보 제98호 “청자 상감모란문 항아리”가 있습니다. 이 항아리의 크기는 높이 20.1㎝, 아가리지름 20.7㎝, 밑지름 14.8㎝입니다. 이 항아리의 모양은 넓게 벌어진 입과 단단하게 부풀려진 몸체, 낮은 굽을 가지고 있으며, 몸통의 양옆에 수평으로 사자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시골 가정에서 흔히 쓰는 물동이를 작게 만든 것과 거의 같은 모양입니다. 몸체에는 앞뒤로 큼직한 모란이 하나씩 새겨져 있지요. 여기서 항아리 이름 가운데 ‘상감(象嵌)’이란 도자기 바탕에 무늬를 파낸 다음 다른 흙으로 채워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상감 청자들의 무늬를 보면 선으로 된 상감이 널리 쓰이지만, 이 항아리에서처럼 넓은 면을 상감한 것은 극히 드뭅니다. 이 항아리는 흑백 상감으로 새긴 모란무늬가 크고 시원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꽃은 흰색으로 잎은 검정색으로 상감하였고, 꽃을 중심으로 잎을 좌우상하로 대칭되게 배열하였지요. 유약은 맑은 녹색이 감도는 회청색으로 매우 얇고 고르게 칠해져 있는데 유약의 느낌이나 항아리의 형태로 보아 12세기 무렵 곧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도르르 말려있는 꽃봉오리 마음을 닮아 연분홍인데 설레는 가슴 피어보면 아무도 보지 않는 서러움에 하늘을 좇아 파란색이다 서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작은 꽃 그래도 버릴 수 없는 노란 꿈을 부여안고 실바람에도 꽃마리 가로눕는다 김종태 시인의 시 “꽃마리”입니다. 시인은 꽃마리를 “아무도 보지 않는 서러움이 하늘을 좇아 파란색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릴 수 없는 노란 꿈을 부여안고 실바람에도 꽃마리는 가로눕는다고 하네요. 드물게 파란색 꽃을 그것도 또 서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어서 쪼그리고 앉아서 본다는 아주 작은 꽃 꽃마리를 시인은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꽃송이가 시계의 태엽처럼 돌돌 말려서 피어난다고 해서 ‘꽃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점차 ‘꽃마리’로 변했다고 하는데 잣냉이, 부지채(附地菜), 계장(鷄腸)이라고도 부릅니다.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농촌 밭둑이나 들녘에서 일찌감치 봄을 알리며 피기 시작하여 7월까지 피는 꽃, 꽃마리는 키도 20cm 안팎으로 작지만 꽃의 지름이 2mm 밖에 안 되는 정말 앙증맞은 꽃이지요. 이른 봄에 어린 풀을 나물로 해 먹거나 나물죽을 쑤어 먹습니다. 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은 4월 19일 ‘한국수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사는 농인(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 방식, 수어(수화, 手話)와 농문화(聾文化, 청각 장애인의 언어, 행동 양식 따위를 바탕으로 한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인식 실태 등을 파악하여 한국수어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하여 2017년 11월에 실시하였다. 조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한국수어 사용 실태 조사’는 「한국수화언어법」(2016. 8. 4. 시행)에 따라 한국수어 발전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실시되었으며 국가 승인 통계로 작성되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농인 5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설문 대상자가 농인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수어 동영상으로 설문 내용을 제작하고, 수어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여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번 조사의 주요 결과는 아래와 같다. 농인이 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수어”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수어’라고 응답한 농인은 69.3%로 조사되었다. 농인의 제1언어가 ‘수어’임을 말해주는 결과이다. 가족과의 의사소통에서는 수어 사용 비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40년 4월 20일 동아일보를 보면 “내일이 곡우, 씨나락은 당것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내일이 곡우이니 농가에는 씨나락을 당글 때이다. 누른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에 봄빛이 무르녹을 대로 무르녹았는데...”라고 곡우 즈음의 정경을 묘사한다.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예전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곡우 때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 물이 많은 나무로는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인치고 가장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한국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뜻밖에 우리말ㆍ우리글을 잘못 쓰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교에서 국어를 12년에서 많게는 16년까지 배웠으면서도 정작 맞춤법도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고, 한글이 왜 세계 으뜸 글자로 꼽히는 지 말하라면 더듬거리지 일쑤다. 이에 한글학회는 오는 5월 17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한글학회 강당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제4기 “우리말ㆍ우리글의 힘, 시민 강좌”를 연다. 강의 내용을 보면 훈민정음 연구의 권위자 김슬옹 박사의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타난 세종의 위대한 꿈”, “영화보다 극적인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과정”과 리의도 춘천교대 명예교수의 “한국어 제대로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국어생활연구원 박종덕 교수의 “생활 속의 언어 예절”, 상명대 구현정 교수의 “소통ㆍ불통ㆍ먹통,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하여”가 있다. 누구나 수강할 수 있으며, 수강 신청은 이름, 연락처(전화 또는 전자우편 주소)를 webmaster@hangeul.or.kr로 5월 10일까지 보내면 된다. 5회 이상 출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제38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1981년 처음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고, 온나라 곳곳에서 장애인 체육대회와 기념행사를 열어 장애인이 하나 되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정부에서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도록 함은 물론, 장애인 스스로가 재활에 대한 의욕을 드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남아 있고, 사회적 차별도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장애인들에 대한 시각이 지금과는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태종실록》 태종 2년(1402년) 7월 2일 기록에 보면 “죄수들을 석방하고, 저자(시장)를 옮기고, 소경들을 명통사(明通寺)에 모아 비를 빌었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여기서 “명통사”란 조선 초기에 서울에 있었던 맹인들의 점술 교육기관과 집회소였던 절인데 태종 13년에는 명통사의 맹인들에게 쌀 30석을 주었고, 태종 17년에는 명통사를 개수하도록 하고 노비 10명을 주었으며, 세종 때에도 명통사 지원은 계속했지요.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점술가들 곧 김숙중, 김학루, 박종선, 지화, 승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민속아카이브 원본 디지털 자료 제공 서비스와 연관정보 검색 서비스 등을 강화한 국립민속박물관 대표 누리집(http://www.nfm.go.kr)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개편으로 그동안 모바일 기기에서 제한적으로 서비스하던 누리집 기능을 개선하여 컴퓨터와 동일한 민속 정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며, 이용자들이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 행사 일정 같은 주요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편하였고, 앞으로도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개편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민속아카이브 디지털 원본 자료 온라인 서비스 추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집 관리 하던 민속아카이브 디지털 자료에 대한 원본 제공 서비스를 신규 누리집 열기와 함께 시작하였다. 이로서 기존에 오프라인으로만 접근이 가능하여 불편하였던 민속아카이브 자료를 열람복제신청의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온라인을 통하여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2. 다양한 사이트를 한곳에 모아 통합검색 서비스 시작 기존에 사이트 별로 서비스 하던 영상, 도서, 민속아카이브 자료 등을 한곳에 모아 이용자들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틀 전 뉴스에는 4ㆍ19혁명 58돌을 맞아 당시 시민을 향한 첫 발포가 있었던 청와대 앞에 이를 알리는 곧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바닥 동판이 설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곳은 1960년 4월 19일 낮 1시 40분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을 향한 국가 권력의 첫 발포가 있었던 현장이지요. 이날 발포로 시민 21명이 죽고 172명이 다쳤는데 죽은 이 가운데는 초등학생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4월이여 첫사랑 민주주의여 나는 보았다 그대가 저 광주 5월을 키워내는 것을, 그대가 군화발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그대가 도청을 향해 전진하는 것을, 그대가 시대의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 빛나는 것을, 그리하여 그대가 마침내 6월도 쟁취하는 것을“ “1960년 4월 학생들이 중심세력이 되어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항하여 일으킨 성공한 민주주의 혁명”이라고 정의되는 4ㆍ19혁명 28돌을 맞아 안도현 시인은 위처럼 노래합니다. 4ㆍ19혁명이 광주 5월을 키워냈고, 마침내 6월도 쟁취하고 시대의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 빛난다고 말입니다. 58년 전 21명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에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쓰이는 낯선 외래어 다섯 개를 골라 2018년 제1차 다듬은 말을 발표했다. 국립국어원은 ‘공공언어 통합 지원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제안받은 다듬은 말 후보 중에서 말다듬기위원회 회의를 거쳐 다음과 같이 다듬은 말을 선정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7년 12월 26일부터 2018년 2월 14일까지 ‘규제 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 ‘밸류 체인’, ‘언더독 (효과)’, ‘에이치엠아르’를 갈음할 우리말을 공모했다. 공모 결과를 바탕으로 말다듬기위원회는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고려하여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 유예 (제도)’, ‘네거티브 규제’는 ‘최소 규제’, ‘밸류 체인’은 ‘가치 사슬’, ‘언더독 (효과)’는 ‘약자 (효과)’로 쓸 수 있도록 다듬었다. 또한 ‘에이치엠아르’는 ‘가정 간편식’으로 쓸 수 있도록 다듬은 말을 뽑았다. 위원회에서 뽑은 다듬은 말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다듬은 말로 이번에 발표하게 되었다. 이번에 다듬은 말들은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방식을 사후 규제로 바꾸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과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은 오는 4월 19일부터 회암사지박물관에서 ‘대가람의 뒷간(厠)’ 기획전을 엽니다. 이 전시는 회암사터에서 발굴된 ‘백자 장군’을 비롯한 뒷간 관련 유물과 전통 뒷간 유물 등을 전시하지요. 화장실을 뜻하는 말은 전통적으로 '뒷간'이나 '측간(厠間)'이라 했고, 지방에 따라서는 '칙간', '정랑'이라고도 불렀으며, 재를 많이 뿌렸으므로 '잿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한자말로 정방(淨房)이라고도 했는데 절에서는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하여 ‘해우소(解憂所)’라 불렀지요. 또한 조선시대 이후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 등으로 은밀히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흔하게 쓰던 말은 ‘뒷간’입니다. ‘뒷간’이란 '사람 똥'을 점잖게 표현한 말이 '뒤'여서 '뒤를 보는 집'이란 뜻이 들어 있으며, 화장실이 살림채에 붙어 있지 않고 뒷마당에 별채 형태로 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도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 뒷간이란 낱말은 1459년 세조가 펴낸 《월인석보(月印釋譜)》에 처음 나타납니다. 또한 뒷간과 관련된 제주도에 전해오는 설화도 흥미롭습니다. “옛날에 '노일제대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