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긴잡가라 부르기도 하는 경기12잡가는 앉아서 부르기에 좌창(坐唱)이다. 그러나 사설이 길기도 하려니와 소리가 느리고 높낮이가 완만하여 어려운 노래에 든다. 그래서 민요를 부르는 소리꾼들은 어느 경지에 다다르기까지는 망설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어제(7월 26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면서 (사)영평팔경소리보존회 이사장인 박영실 명창의 경기12잡가발표회가 저녁 5시 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서울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공연장도 아니고 시골의 작은 공연장에서 열린다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청중은 입을 다물었다. 박영실 명창 혼자도 아니고 제자 12명과 함께 힘차게 부르는 경기12잡가 소리에 매료가 돼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 곡이 아닌 적벽가, 출인가, 방물가, 선유가 등 4곡을 모두 완창 한 것이다. 중간에 누구나 아는 경기민요로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공연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12잡가 였다. 공연을 해설 해준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단국대 명예교수)은 공연이 끝난 뒤 이렇게 수준 높은 소리를 포천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동안 박영실 명창을 비롯하여 이들 소리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옛날 어머니들은 여름이 다가오면 삼베에 빳빳하게 풀을 먹인 뒤 정성스레 다듬이질해 이불 홑청과 베갯잇을 바느질했습니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나는 침구로 시원한 삼베만한 것도 없었지요. 이렇게 여름나기용 옷감으로 좋은 삼베는 마(麻) 줄기에서 속껍질을 벗겨내 찌고 말리고 가늘게 쪼개는 일을 무릎과 이빨과 손끝을 써서 해내는 인고의 옷감입니다. 마섬유로 만든 옷감으로는 삼베 말고도 모시도 있습니다. 삼베는 삼(杉) 또는 대마라고 부르는 한해살이풀, 모시는 여러해살이풀로 모시풀 줄기로 만드는 것이지요. 거칠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마섬유는 매우 질기고 튼튼합니다. 하지만 옷감이 쉽게 구겨지는 것이 마섬유의 단점인데, 그러나 그것은 천연섬유가 지닌 자연스러움으로 오히려 그런 느낌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삼베는 표백되지 않는 고유한 노란빛을 띠고 있으며, 모시는 삼베에 견주어 더 가늘고 섬세하며 고유한 빛을 띠고 있어 옅은 빛깔로 염색해 여름나기용 고급 옷감으로 인기가 있지요. 삼베는 경북 안동지방에서 생산돼 널리 알려진 안동포와 함께 전남 보성도 삼베 생산지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모시는 충남 한산의 세모시가 유명하며 비단 옷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양 교회당의 가벼운 종소리와는 달리 봉덕사종 또는 에밀레종이라고도 부르는 성덕대왕 신종은 장중하면서도 맑은 소리와 유난히 길면서도 신비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어 듣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성덕대왕 신종은 한국종의 대표로 꼽히는 것이지요. 세계의 모든 종 가운데 오직 우리나라 종에만 있는 독창적인 것이 바로 종 상부에 있는 음관(音管)과 종구(鐘口) 바로 밑에 파인 명동(鳴洞)이라고 합니다. 음통(音筒) 또는 용통(甬筒)이라고도 하는 음관은 종의 음질(音質)과 음색(音色)을 좋게 하는 구실을 한다고 하지요. 또 명동 곧 울림통은 종을 때렸을 때 정상음이 끝난 뒤 센소리가 사라지고 긴 여운이 남도록 합니다. 그런데 성덕대왕신종은 어린아이 우는 소리와 비슷한 168Hz의 음파만이 남아 이 때문에 에밀레종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을 것입니다. 교학사에서 펴낸 《전통 속에 살아 숨 쉬는 첨단 과학 이야기, 윤용현, 2012》를 보면 우리나라 종은 위에 음관을, 아래에는 명동을 만들어두어 종 몸통에서 나는 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남 나주의 국립나주박물관에는 보물 제660호 “최희량 임란관련 고문서(崔希亮 壬亂關聯 古文書)”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최희량 임란관련 고문서 – 첩보서목(捷報書目)”은 선조 31년(1598) 임진왜란 당시 흥양(지금의 전라남도 고흥군) 현감으로 있던 일옹 최희량(1560∼1651)이 1598년(선조 31) 3월부터 7월 사이에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 장군과 전라도 관찰사에게 왜적을 격파한 전과보고 문서입니다. 이 고문서는 원래는 따로 떨어져 있던 것인데 공의 후손인 최기정이 뒤에 19절지로 배접하여 첩으로 만들었으며, 표지에 ‘최일옹파왜보첩원본’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각 문건마다 흰색 또는 붉은 종이로 분류 해놓았습니다. 이 문건의 내용은 현지에서 작성한 전과보고서로, 그 여백에는 상관이 회답을 적어 보내는 형태의 당시 공문서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요. 또한, 왜적들과 싸워 크게 이긴 과정이 기록되어 다른 문서에는 없는 귀중한 사실이 이 고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이 보물 제660호에는 딸림자료로 교지(敎旨)ㆍ시호망(諡號望)들도 있는데 5장은 선조 때 최희량이 받은 사령교지이고, 1장은 최희량이 죽은 뒤 내린 병조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 땅의 독립운동가에게는 세 가지 죄가 있다. 통일을 위해 목숨을 걸지 못한 것이 첫 번째요.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요. 그런데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세 번째다.” 이는 애국지사 조문기 선생이 생전에 한 말입니다. 조문기 지사는 광복 직전인 1945년 오늘(7월 24일) 유만수ㆍ강윤국 지사와 함께 아세아민족분격대회(亞細亞民族憤激大會)라는 친일어용대회를 여는 서울 부민관(府民館)에 폭탄을 터뜨려 집회를 무산시켰습니다. 1927년 5월 19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조문기 지사는 1943년 5월 일본 가와사키[川岐]에 있는 일본강관주식회사(日本鋼管株式會社)에 일하는 한국인 노무자 3,000여 명이 참여한 '조선인 멸시 규탄 파업'을 주도하였지요. 이후 국내로 들어와서는 유만수ㆍ우동학 동지와 함께 대한애국청년당(大韓愛國靑年黨)을 결성하여 국내에서 대일(對日) 투쟁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광복 후에는 대한애국청년당을 재결성하고, 인민청년군을 조직하여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한 활동을 펼쳤지요. 1948년 6월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저항하여 인민청년군 사건을 일으켰고, 이 일로 1년 6개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 옥담 유고집 ‘부채선물에 화답’ 가운데-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한 말이다. 선비가 체신을 잊고 가슴을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을 정도로 무더위 속의 요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중복(中伏)이요 내일은 24절기의 열두 번째 대서(大暑)인 까닭이다. 이렇게 중복과 더위가 하루 사이로 드는 것은 드문 일로 1929년과 2011년에도 있었을 뿐이다. 각도 관찰사에게 전지하기를, "금년은 가뭄으로 인하여 더위가 매우 심한데, 이제 유(流) 이하의 죄수는 모두 다 사면하여 놓아주었으나, 석방되지 아니한 죄수는 옥(獄)에서 더위로 인하여 혹시 죽게 될까 두려워, 내 마음에 몹시 근심된다. 경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곡진(曲盡)하게 조처하여, 각 고을 수령들로 하여금 옥에 있는 죄수들을 무휼(撫恤, 어루만져 구호함)하여 병이 나지 않게 하라."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세종 25년(1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봄에 우리는 잎보다 먼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흰꽃을 피우는 조팝나무를 보았습니다. 이제 여름이 되면 화사한 분홍빛으로 아름다운 꼬리조팝나무를 만납니다. 꼬리조팝나무는 경상북도 이북의 산지, 그 가운데서도 반그늘 또는 양지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랍니다. 키는 1~1.5m이며, 연한 붉은색 꽃이 6~7월에 피지요. 열매는 9월 무렵 갈색으로 익습니다. 꼬리조팝나무는 장미과의 나무로 붉은조룩싸리, 분홍조팝나무, 수형수선국, 수선국, 진주화(珍珠花) 분홍조팝나무, 공심유(空心柳), 마뇨수(馬尿溲) 같은 여러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 꽃은 마치 짐승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꼬리조팝나무라고 부른다는데 꽃말은 “은밀한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어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른 봄에는 어린순을 따고, 여름에서 가을에는 줄기와 잎을 따 햇볕에 말려 약으로 쓴다고 하지요. 꼬리조팝나무의 줄기와 잎은 월경 불순, 변비, 소화 안 되는 데, 타박상, 관절염, 기침은 물론 혈액순환을 좋게하는 데도 쓴다고 합니다. 참고로 조팝나무 종류에는 조팝나무와 꼬리조팝나무 말고도 참조팝나무, 공조팝나무, 은행잎조팝나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 운암(雲庵) 곽영민(郭永敏) 선생은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수십 차례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대한민국 동양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서예계의 원로 작가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0년 이화문화출판사를 통해서 《갑골문집(甲骨文集)》을 펴낸 바 있는 갑골문(甲骨文)의 대가입니다. 이제 《갑골문집(甲骨文集)》에 실린 갑골문 시와 갑골문 원문을 연재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산과 물은 한 폭의 그림 같고 河山如畵 산과 물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고 風月無邊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끝이 없도다 河山依舊 산과 물은 옛날과 변함없고 風月長新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길이 새롭도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옛 그림의 종류를 보면 산수화, 사군자, 초상화, 풍속화, 영모ㆍ화조화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초상화는 국보로 지정된 것이 4건이 있는데 제110호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 영정과 국보 제111호 회헌(晦軒) 안향(安珦, 1243∼1306) 영정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제239호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상과 잘 알려진 자화상 초본으로 해남 종가집에 있는 제240호 윤두서 상 따위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최초의 주자학자로 일컬어지는 안향(安珦, 1243∼1306) 영정인데 이 영정은 고려시대 초상화 화풍을 알 수 있어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받지요. 그림 윗부분에 있는 안향의 아들 안우기(安于器)가 쓴 찬문에 따르면 이 영정은 안향이 죽은 지 12년 뒤인 1318년(충숙왕 5)에 학교를 세운 공을 치하하여 충숙왕의 명으로써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영정은 지금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수박물관에 고장되어 있습니다. 초상화 가운데 여인상은 그 예가 적은데 후대에 본떠서 그린 것으로 일본 천리대도서관 소장인 〈하연부인상(河演夫人像,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관련업계에 따르면 G마켓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6월29일~7월5일) 비키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15%) 증가했다. 지난 6일 G마켓 실시간 인기 급상승 키워드 14위에 '비키니'가 랭크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여성 원피스 수영복은 12% 신장했다. 남성 수영복 역시 같은 기간 12% 증가한 가운데, 특히 9부ㆍ반전신 수영복 판매량은 160%나 신장했다.” 아시아경제 7월 9일 치 가사입니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피서철에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수영복을 장만하고 해수욕장에 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요즈음이야 여성들의 해수욕복도 비키니라 하여 최소한만 가리고 모두 노출하는 것이 통례지만 예전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매일신보 1930년 6월 21일치 “1930년형의 해수욕복”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겠습니다. “첨단(尖端)에서 첨단을 뛰어다니는 <양키>들은 어리한 자태로 창파(蒼波) 우에 낫타나게 되엿습니다. 얼핏보면 락지와도 갓고 인어(人魚) 갓기도 합니다. 이것은 얼골만을 가리는 <마스크>인데 이것을 쓰면 얼골이 조곰도 타지안코 일광욕을 할수 잇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