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상북도 경주시 동천동 굴불사터에는 높이 약 3.5m의 보물 제121호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 (慶州 掘佛寺址 石造四面佛像)”이 있습니다. 이 불상은 바위의 서쪽에는 아미타여래불(阿彌陀如來佛, 서방 극락정토의 주인이 되는 부처), 동쪽에는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 북쪽에는 미륵불(彌勒佛, 먼 미래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는 부처), 남쪽에는 석가모니불을 각각 새긴 사방불(四方佛) 형태이지요. 《삼국유사》 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이 백률사를 찾았을 때 땅속에서 염불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땅을 파 보니 이 바위가 나왔고, 바위의 사방에 불상을 새긴 다음 절을 지어 굴불사라 하였다고 전합니다. 서쪽의 아미타여래는 몸만 돌기둥에 새겼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놓았는데 머리가 얼굴보다 커 꼭 모자를 쓴 것처럼 보입니다. 좌우에는 다른 돌로 보살입상을 세워 놓아서 3존불의 모습을 띠고 있지요. 동쪽의 약사여래는 양 발을 무릎위로 올리고 앉아 있는데 몸 전체를 앞으로 숙였습니다. 또 북쪽면의 오른쪽에는 도드라지게 새긴 보살입상이 서 있고, 왼쪽에는 6개의 손이 달려있는 관음보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그림, 서예, 시에 대한 재주가 뛰어났고 성리학적 지식과 도학, 문장, 고전, 역사 지식 등에 해박하였던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 ~ 1551)은 생전에 부덕을 갖춘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존경받았으며 사후에도 정치와 학문에 뛰어난 아들 율곡 이이를 키워낸 어머니로 여전히 존경 받고 있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인 5만 원권 지폐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지요. 신사임당은 여성이면서도 성리학적 지식이 해박했다는 점과 아들 이이, 이우, 딸 이매창을 대학자와 화가, 작가로 길러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 봉건 시대의 제약을 받았으면서도 여성으로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은 사임당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자녀들에게도 대를 잇게 해 딸 매창(부안 기생 이매창과 이름이 같음)과 아들 옥산도 뛰어난 솜씨로 작품을 남겼습니다. 매창이 그린 매화도는 가로 26.5㎝, 세로 30㎝의 종이에 그린 묵화로, 굵은 가지와 잔가지가 한데 어우러져 은은한 달빛아래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매화를 실제로 보는 듯 하며, 깔끔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한편, 옥산의 국화도는 가로 25㎝, 세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2006년 월드컵축구경기가 한국에서 치러지던 직전 나는 독일 함부르크에 공연취재차 간 일이 있었다. 이때 함부르크에서 민박을 했는데 민박한 집은 1960년 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발을 디딘 뒤 그곳에서 살아온 교포 김옥화 선생 집이었다. 그 때 나는 그 분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그 분의 안내로 함부르크 관광 명소를 돌아볼 수 있었다. 또 그분의 독일인 남편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는데도 새벽 4시까지 맥주를 기울이며 끈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바로 그런 분들 곧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지금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에 소개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기획전시가 오는 10월 31까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경제개발정책과 애국심에 주목해온 그간의 전시와 달리, 분단국가의 수도 서울을 떠나 또 다른 분단국가인 독일, 특히 장벽으로 단절된 서베를린에서 활동한 한인 간호 여성들의 정치적, 문화적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60~70년대 독일로 이주한 한국 간호여성들은 독일 사회 내 교민 1세대를 형성했고, 독일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모두 4부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운데는 “수원 화성” 과 같은 문화유산 12곳, “아리랑” 과 같은 무형유산 15개, “훈민정음” 과 같은 기록유산 6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유네스코가 과학적 중요성 또는 희귀성을 갖거나 생태학ㆍ고고학ㆍ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을 보전하고 교육ㆍ관광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는 세계지질공원도 있지요. 세계지질공원은 현재 세계 33개국에 127여 곳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로써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획득해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에 등극했지요. 특히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수월봉,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삿개 주상절리대, 서귀포층, 천지연폭포 같은 9곳은 지질명소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 4월에는 경북 청송군이 세계지질공원에 올랐습니다. 청송에는 5억여년 이전 선캄브리아기에서 중생대 백악기, 신생대 제3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질시대 흔적을 보여주는 암석이 두루 분포하는 등 지질학보고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는 청송꽃돌, 법수도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불교의식 승무(僧舞)에 쓰이는 고깔모자나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신위를 써서 세웠던 지방(紙榜), 돈이나 담배 등을 넣었던 귀주머니, 빗이나 실첩을 보관하는 데 썼던 지혜지(智慧紙) 따위를 보면 우리 겨레는 오래 전부터 종이접기를 삶 속에서 응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이 선인들의 슬기로움이 담긴 종이접기문화를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연구ㆍ개발하여 보급하고 종이조형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뜻에서 1989년 (사)한국종이접기협회가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협회 내 서울서부연합회(회장 양윤미) 18명 회원들의 회원전 “종이와 함께 하는 여정, 지공예전”이 서울 인사동 광주전남갤러리(인사동마루 본관3층)에서 어제 7월 12일 개막되었다. 이날 저녁 5시 70여 명의 축하손님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 서울서부연합회 양윤미 회장은 “종이와 손이 만나 조화를 이루어 함께 떠난 여행에서 공예와 조형이라는 작품을 탄생시켜 여기 회원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각자의 땀과 혼이 베인 작품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개막식에서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 “등산로 삼켜버린 지름 50m 싱크홀, 주민 불안”이란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한 신문에는 “집중호우 곳곳 지반침하 '비틀린 아파트”라는 기사도 보입니다. 그런가하면 “부산서 깊이 50cm 땅꺼짐 현상 발생”이란 기사도 있었지요. 사전을 찾아보면 씽크홀은 “sink hole”이라 하여 “지반 내 공동이 붕괴되어 나타나는, 대체로 좁은 규모로 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멍”이라고 풀이 해놓았습니다. 또 지반침하는 한자로 “地盤沈下”라고 써서 땅이 가라앉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결국 씽크홀ㆍ지반침하ㆍ땅꺼짐 모두 같은 말이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서로 달리 혼란스럽게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한 국어학자는 우리나라 말글생활에 대해 말하면서 “음식점을 말하면서 ‘가든’이라 하면 고급스러운 곳을 생각하고, 보통은 ‘식당’이라고 하면서, ‘밥집’이라 하면 싸구려 식당이라고 인식한다. 영어로 말하면 고급이고, 우리말로 말하면 싸구려 라고 생각하는 이런 참으로 한심스러운 행태가 기가 막히다.”라고 한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 치고 “씽크홀과 지반침하”를 정확하게 영어와 한자로 쓰고 그 뜻을 이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상에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또 못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잘 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못하는 것에 억눌려 의기소침하게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여기 그런 의기소침한 아이에게 잘 하는 것을 찾아주고 삶의 용기를 갖게 한 거북이 코치가 있다. 바로 정성현 작가의 동화책 《나가자! 독서 마라톤대회》(오유선 그림, 도서출판 꿈터)에 등장하는 거북이인 것이다. 이 책은 “거북이와 토끼”이야기를 비틀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달리기를 하자고 한 것은 빠른 토끼가 아니라 느린 거북이란 것이다. 그건 동무 토끼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고도 싶었고, 달리기를 잘하는 법도 배우고 싶었다는 새로운 발상이다. 그 반대로 토끼의 시각에서는 자기가 졌어도 동무 거북이가 좋다면 자기도 좋다는 생각을 했고 아울러 거북이를 기다리는 동안 빨리 달리느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과 나무 그리고 숲속에 함께 사는 친구들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깨달아야 할 철학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그렇다. 세상을 혼자 살 때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함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독립운동의 목적도 역시 조선 민족의 행복과 안녕을 보존하기 위해서인데, 이러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제 동포에게 그런 위해를 끼칠 까닭이 없고, 또 그러한 폭행으로 독립운동을 한다 한들 성공하지 못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간 줄임) 함으로써 우리 2천 만 민족을 굴복시키려면 2천 만 민족을 모두 죽여 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이 독립운동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국도 잘 알 것이다.” 이는 1922년 오늘(7월 12일) 평양 복심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김영란(金永蘭) 선생의 상고이유입니다. 선생은 평안남도 순천군의 만세시위에 참가하면서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임시정부 등 나라밖 독립운동세력과 연계를 맺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전달하였으며, 비밀결사 조직 승의단과 공성단을 조직하여 활동하였습니다. 특히 선생은 1920년 1월 조기수ㆍ한국언ㆍ최태준과 함께 독립운동가를 밀고한 평안남도 성천의 정현조 집을 불태우고 정현조와 그 가족을 처단하는 따위의 무장투쟁도 함께 했습니다. 1920년 5월 29일에는 성천군 사주면 신흥리에서 최병갑과 함께 잠복하던 중 일본 경찰의 습격을 받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우리말에는 ‘개구멍’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개구멍”은 담이나 울타리 또는 대문 밑에 개가 드나들도록 터진 작은 구멍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개구멍”과 덧붙여진 말로 “개구멍바지, 개구멍받이, 개구멍서방” 따위의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개구멍바지”는 오줌이나 똥을 누기에 편하도록 밑을 터서 만든 5~6살 어린 아이들이 입던 한복바지를 이릅니다. 그런가 하면 “개구멍받이”는 “남이 개구멍으로 밀어 넣은 것을 받아 기른 아이”를 이르지요. 예전에는 아이를 낳고도 가난 때문에 키울 수가 없어서 형편이 조금 나은 집 개구멍에 갓난아이를 밀어 넣는 일이 종종 있었던 모양입니다. 또 “개구멍서방”이란 떳떳한 예식을 치르지 않고 남몰래 드나들면서 여자를 만나는 짓, 또는 그런 서방을 뜻합니다. 《열녀춘향수절가》 곧 《춘향전》에는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 터이나, 그러덜 못하고 개구녁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얘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개구녁서방”이 바로 “개구멍서방”을 말하는 사투리입니다. 이 도령이 춘향 어머니에게서 혼인 승낙을 받은 뒤 마음 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여름방학 맞아 시원한 예술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인다고 합니다. 8월 온 가족이 보기 좋은 세종문화회관 공연 6개, 전시 1개 추천하는데 가족 구성원 나이나 취향에 맞춰 골라볼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하지요. 또 한강몽땅 축제 및 포시즌스 호텔과 연계한 패키지 따위 다양한 이벤트까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종문화회관이 다시 영어병이 도졌는지 행사의 포스터가 영어 위주라는 것입니다. 예전 세종문화회관이 지나치게 영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 신문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이란 말을 내려놓으라고 꾸짖는 기사를 쓰고 대표이사에게 공문까지 보내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은 또다시 포스터에 “SEJONG SPLASH”라고 영어로 범벅을 해놓았습니다. 어찌 저리 정신을 못 차리는지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