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송림공원과 암남공원을 잇는 길이 1.62㎞의 해상케이블카가 29년 만에 부활했다. (중간 줄임) 가장 높은 곳은 해상 86m 지점이다. 왼쪽으로는 남항 정박지에 40여 척의 선박이 그림처럼 보이고, 뒤편으로는 남항대교와 자갈치시장, 문현금융혁신도시 63층 고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6월 28일 국제신문에 난 “송도 해상케이블카 타보니...86m 해상에서 바라본 절경 인상적”이란 기사의 일부입니다. 지금이야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에 밀려 인기가 덜하지만 1930년 만해도 “남국의 납량(納涼)은 송도욕장(松島浴場), 교통까지 편리하야 개장일부터 대번창”이란 기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하절(夏節)은 해수욕이요 해수욕장은 부산의 송도란 일흠이 잇는 경남 유일한 해수욕장이다.”하고 소개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부산에서 최초로 개발된 해수욕장으로 울창한 원시림과 자연 그대로 보존된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곳이었지요. 해수욕을 가는 사람들이 일부 부유층에 한정되었을 정도였던 1930년이었지만 그래도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신문에 해수욕장 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한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든 소서(小暑)입니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따르면 소서 무렵의 15일을 3후(三侯)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侯)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 다니며, 말후(末侯)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점점 더위가 극성을 부려가고 있는데 “귀뚜라미가 기어 다닌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날씨가 더워 견디기 어렵지만 이미 그 가운데는 가을이 잉태하고 있다는 옛 사람들의 슬기로움이 아닐까요? 섣달 그믐날은 달이 없이 캄캄한 세상이지만 보름달을 잉태하는 날과 같다는 이치입니다. 이때의 시절음식으로는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와 칼국수를 이열치열로 즐겨 먹었습니다. 또 이때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인데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끓여 먹습니다. 매운탕에는 이 즈음 흔한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를 띄워 먹는데 그 맛은 기가 막힙니다. 민어로는 매운탕 말고도 조림ㆍ구이ㆍ찜ㆍ회를 비롯해 민어고추장국ㆍ민어포 등으로 다양하게 음식을 해먹습니다. 소서 즈음에는 참외와 수박이 제철과일이지요. 참외는 피로회복에 큰 도움을 주며, 열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의 으뜸 풍속화가 김홍도의 풍속화첩 가운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우물가(종이에 담채, 22.7*27 cm)>라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우물가에 한 사내가 여인네들에게서 물을 얻어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내는 갓을 벗고, 저고리를 풀어헤쳐 가슴에 난 털이 훤히 보입니다. 그러면서 여인들을 음흉하게 쳐다보고 있지요. 이런 사내의 행동거지가 어찌나 민망한지, 두레박으로 물을 떠 준 여인은 눈길을 돌리고 외면하고 맙니다. 그 옆의 다른 여인네마저도 얼굴이 빨개진 채 우물 속의 두레박만 쳐다보고 있지요. 그러나 이미 물을 길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두레박을 챙겨든 뚱뚱한 다른 여인은 그런 찜찜한 눈길 사이에서 이미 멀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이 분위기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우물가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대비되는 장면 하나를 끼워 넣음으로써 그림은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마을에 꼭 있던 우물은 여인들이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는 마당이었고, 자연스럽게 수다와 푸념이 오고 갈 수밖에 없었지요. 지나가던 나그네는 이 우물에서 물을 얻어 마셔야 했으니 자연스레 이곳은 한 역사가 탄생되는 공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나무 더운 바람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 봉우리 서쪽에는 비 짙어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새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위 한시는 초여름 소낙비가 내린 정경(情景)을 노래한 추사 김정희(金正喜)의 <취우(驟雨)>입니다. 초여름 더운 바람이 세게 부니 나뭇잎들이 한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저 멀리 묏(산)봉우리엔 비가 올려는 지 짙은 비구름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여기 쑥빛보다 새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파초 잎에서 한가로이 노래를 합니다. 정말 초여름 정경을 이보다 잘 묘사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추사는 유달리 수선화를 좋아했고 붓글씨와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으며, 조선이 고유문화를 꽃피운 진경시대의 세계화에 크게 이바지한 예술가와 학자로 인정받은 분입니다. “이 아이는 글씨로서 대성하겠으나 그 길로 가면 몹시 험한 삶을 살 것이니 다른 길로 나가게 하시오.” 추사가 어린 시절 정조 때의 재상 채제공(蔡濟恭)이 대문에 써 붙인 그의 입춘첩 글씨를 보고 그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5)에 보천과 효명의 두 왕자가 창건한 진여원(眞如院)에서 비롯한 절로,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문수동자를 만나 질병을 치료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문수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는 상원사에는 국보 제221호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平昌 上院寺 木造文殊童子坐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수동자상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예배의 대상으로 만든 불상으로 국내 유일의 동자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머리는 양쪽으로 앙증맞게 묶어 올려 동자머리를 하고 복스러운 얼굴은 물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어 귀여운 느낌이 가득 묻어납니다. 넓은 어깨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로 가로질러 옷자락이 표현되어 있고, 가슴에는 구슬장식이 늘어져 있지요. 오른손은 어깨 높이로 들어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맞대고 있고, 왼손은 엄지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을 거의 맞닿을 듯 섬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1984년 7월 불상의 유래를 밝힐 수 있는 2개의 발원문(發願文)과 조선 전기의 복식, 전적류 등 23점의 복장유물이 발견되어 화제가 된 동자상은 세조(世祖) 12년(1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은은한 달빛 아래 한 선비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거문고를 탑니다. 달빛이 거문고를 타는지 거문고가 달빛에 빠졌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습니다. 바로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로 잘 알려진 왕족화가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견본 수묵, 31.2×24.9 cm, 고려대학교박물관>의 풍경입니다. “어르신의 이런 행차가 한두 번이 아니시지. 나는 알고 있어. 봄가을에 보름이 다가오면 이런 나들이를 빼놓지 않으신다는 걸. 그래서 모시고 나와 차를 준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닌데, 언제 연주를 멈추고 ‘차 올려라’ 하실지, 그게 늘 걱정이야. 차 마실 때도 ‘때’가 중요하거든. (줄임) 오늘은 몇 곡이나 연주하실까. 밤새 저러고 계시지는 않겠지?” 《꿈꾸는 거문고(조선 선비, 음악으로 힐링하다), 송혜진, 컬처그라퍼》에 나오는 이 대목은 마치 선비의 시중을 드는 아이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그림의 거문고에 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무현금(無絃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익의 《성호사설》에 “이경윤이 강원도 지방을 여행하던 중에 신라의 경문왕이 타던 것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양현악기 가운데 저음역을 맡고 있는 첼로는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울림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첼로만으로 구성된 런던첼로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CBS 주최로 오는 7월 18일(화) 밤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런던첼로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은 지난 2013년 6월에 있었다. 그때 20명으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첼로 오케스트라는 마법 같은 멜로디로 한국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공연은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레너드 번스타인의 “Tonight”, 어거스틴 라라의 “그라나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Libertango”,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 1악장,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지 인형모음곡”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지휘는 제프리 사이먼, 협연에는 소프라노 애이미 맨포드, 메조소프라노 애슐린 팀스, 바리톤 피터 트레거 등이다. 공연시간은 110분 예정이며, 입장료는 R석 17만원, S석 13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 C석 3만원이다. 기타 자세한 것은 전화 02-2650-7481로 문의하면 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북 군위군 소보면에는 법주사라는 절이 있는데 여기엔 경상북도민속문화재 제112호 “군위법주사왕맷돌 (軍威法住寺왕맷돌)”이 있습니다. 청화산 기슭에 자리한 법주사는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에 세운 절로, 세울 때에는 규모가 컸던 것으로 짐작되나 없어졌고, 지금의 절은 나중에 작게 지은 것입니다. 이 절에 남아 있는 왕맷돌은 위ㆍ아랫돌 모두 지름 115㎝, 두께 15.5㎝의 크기로, 국내에서는 가장 큰 맷돌로 알려졌습니다. 맷돌이란 잘 다듬은 2개의 돌을 위아래로 포개어 놓고, 위의 돌을 돌림으로써 곡식을 갈게 하는 것으로, 윗돌에는 곡식을 집어넣는 구멍이 있고 아랫돌에는 곡물을 잘 갈리게 하기 위한 홈이나 구멍을 만들어 두는데, 이 왕맷돌은 모두 4개의 구멍을 뚫어 놓았을 만큼 큰 것이지요. 이 맷돌은 절에서 남쪽으로 200m 쯤 떨어진 곳에 반쯤 묻혀있었던 것으로 이곳으로 옮겨놓은 것인데, 원래는 스님들이 기거하던 요사채 가까이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든 때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하게 생긴 맷돌이 카자흐공화국 알마아타박물관, 우즈베크공화국 브라하박물관 따위에도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대부터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널리 쓰였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밀양시립박물관(밀양시장 박일호)과 함께 2017년 7월 4일(화)부터 8월 31일(목)까지 밀양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밀양, 선비를 그리다’ 공동기획전을 연다. ‘선비’와 ‘그림’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평생 간직한 이상향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평생도(平生圖)’와 함께 ‘산수도(山水圖)’, ‘문자도(文字圖)’, ‘약리도(躍鯉圖)’등의 옛 그림과, ‘탁삼재 현판(卓三齋懸板)’, 벼루와 필통, 산수문 연적 등 선비와 관련된 유물 130여 점을 선보인다. 선비의 고장 밀양에서 선비를 그리다 밀양은 영남지방의 2대 유(향儒鄕)으로 지칭되던 선비의 고장이자 선비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춘정 변계량(春亭 卞季良, 1369~1430,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1431~1492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 ‘밀양, 선비를 그리다’는 집안에서는 부모에게 효를 다하며, 세상에 나가서는 자신의 도(道)를 실현하는 한편,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벗 삼아 고고한 정신을 일깨우고자 한 선비들의 이상과 정신, 선비의 일생과 함께한 그림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 1부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스승 십 년의 가르침이 어미 열 달 배 안의 가르침만 못하니라.” 이는 1802년 사주당 이씨가 쓴 《태교신기(胎敎新記)》에 있는 말로서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동안에 해야 할 태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와 관련해서 모차르트의 자연스러운 음악이 태아에게 긍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하여 모차르트 음반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악은 젊다(이주항, 예경)》란 책에서는 클래식보다도 우리의 국악이 태아의 심장박동을 훨씬 활발하 게 해준다고 알려줍니다. 자연의 소리를 닮은 국악이 태아를 편안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실제 임신 20주가 넘은 산모들을 대상으로 “국악연주를 듣는 태아의 태동 실험”을 했는데 ‘가야금 산조’와 ‘대금 시나위’를 감상한 뒤 평균 17BPM, 최고 38BPM까지 태동이 활성화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산모에게 몇 가지 국악 음반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문재숙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풍류>’, ‘원장현의 대금독주곡 <날개>’ ‘신쾌동의 안정적인 소리가 돋보이는 <거문고산조>’가 그것입니다. 이렇게 국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