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많으니 K 사장님 금방 부자 되겠네요.” “그러면 좋겠어요. 오늘은 유달리 손님이 많네요. 아마 K 교수님이 오셔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면 내가 매일이라도 오겠습니다." "그러시면 더 좋고요.“ “부자가 빨리 되어서요?” “그렇기도 하고, K 교수님을 매일 볼 수 있으면 그것도 좋지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고 믿으세요? 호호호.” 미스 K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해가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K 교수는 맥주를 하나 더 주문하여 미스 K와 함께 세 사람이 쨍하고 잔을 부딪쳤다. K 교수는 직접 물어볼 수는 없고 대화 중에 미스 K의 이혼 여부에 관한 단서를 찾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여 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K 교수는 미스 K의 친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미세스 정이라고 하셨죠? 아이들은 다 컸나요?” “아들 하나인데 거창고등학교 1학년에 다닙니다.” “거창이라면 경남 거창 말입니까?” “예, 거기에 기독교 대안학교가 하나 있어요. 좋은 학교에요.” “아, 신문에서 소개된 기사를 한번 보았어요. 그런데 거기는 학생들이 전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하죠?” “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는 사귀어볼 만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미모와 지성과 재능을 겸비했다면 도전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여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녀의 이혼 여부였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닌 K 교수는 조강지처 아내를 팽개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미스 K가 혼인해서 잘 살고 있다면 식당 여주인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정말이지, 두 가정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의 불장난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스 K가 이혼녀라면? K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모범생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산 친구들을 보니 자기의 삶이 너무 단조롭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술집 여자, 유부녀, 또는 이혼녀를 대상으로 한 두 번은 외도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맨정신으로는 잘 못하고 으레 술자리에서 꺼내게 되는데, 평생 한 우물만을 파온 K 교수로서는 그것이 그렇게 부러워 보인다. 어떤 때에는 친구가 유능하고 자기는 무능해 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현재 원자력 발전은 세계 전력의 약 10%를 공급하고 있는데, 30개 나라에서 약 420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원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환영받기도 하지만, 사고가 나면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배척을 받기도 한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전이 과학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2025년 현재 모두 26기의 원자로 가운데 21기가 운영 중인데, 국토가 좁아서 원전 밀도(단위 국토면적당 원자력발전 설비 용량)가 세계 제1위로 높아서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가 어렵다. 만에 하나라도 원전 사고가 나면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볼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고 위험성 말고도 원전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핵폐기물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쉽게 말하면 원자폭탄을 매우 느리게 폭발시키면서 열에너지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원자폭탄의 원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는 K 교수에게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를 소개하였다. ㅁ 교수는 그 잡지에 ‘과학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환경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연재해 볼 생각은 없겠느냐고 물어본다. 자기가 아는 편집자를 소개해 주겠단다. K 교수는 “생각해 보겠다”라고 미지근한 답변을 했다. ㅁ 교수의 말에 의하면 월간 에세이에 쓰는 글은 길이를 두 쪽 이내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독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참을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섯 쪽을 넘어가면 벌써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글은 짤막해야 잘 읽히고, 그래서 길이를 두 쪽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장편소설을 써서 인세 받기는 아예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스파게티는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다는 말이 있다. 불고기 스파게티에 불고기는 없었지만, 매운맛이 약간 나도록 고추장을 넣은 소스를 쳐서 만들었는데, 라면에 불고기 소스를 넣은 것처럼 그런대로 우리 입맛에 맞았다. 아마도 불고기 소스를 친다고 해서 불고기 스파게티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음식 이름이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동안 K 교수는 전공과목 교재를 2권 써 본 경험이 있다. 전공 교과서의 경우 워낙 시장이 좁다 보니 한 해에 1,000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낄 수 있다. 계산해 보시라. 한 학과의 정원이 40명이라면 25개 대학교에서 교재로 선택해야 1,000부가 팔린다. 공대교수로서 전공 서적 아닌 수필집을 내는 일은 흔치 않다. 수필집의 경우 10만 부는 팔려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인세는 대개 정가의 10%이다. 책 가격이 10,000원이면, 한 권의 인세가 1,000원이고 10만 부가 팔리면 1억 원의 인세가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1,000원씩이 쌓여도 10만 부면 큰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워낙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10만 부 팔리기가 어렵다. 책 대부분은 초판 2,000부를 넘기지 못한다. 출판 역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1954년에 발표된 정비석 작가의 소설 《자유부인》이다. 이 작품은 대학교수 부인의 불륜을 주제로 했는데,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으며 사회적인 반향이 엄청나게 컸다. 《자유부인》은 10만 부가 팔려서 ‘우리나라 첫 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도 원주 출신이라고 한다. ㅁ 교수는 K 교수도 아는 여교수인데,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인세를 받아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K 교수는 ㅁ 교수의 책을 책방에서 사서 읽어 보았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0대 후반인 K 교수는 사실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 책은 30대인 ㅁ 교수가 20대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는데, K 교수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 있을 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정 환경 그리고 변화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서 “신세대는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 ㅁ 교수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자기중심적으로 길렀다”라고 주장한다. 곧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가족계획운동의 결과로 각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예, 사실인가 봐요. 본인이 스스럼없이 미스코리아라고 인정하던데요.” “나이는 얼마나 됐나요?” “1978년에 미스코리아였다니까 아무래도 40은 넘었을 것입니다. 직접 나이를 물어보지는 못했지요.” “K 교수님이 20대로 보았다면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네요. 어떻게 사십 넘은 여자를 20대로 봅니까?” “아니에요. 같이 있던 다른 두 교수도 동의했답니다. 얼핏 보면 20대로 보인다고.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30대 정도로 보이지요. 그러나 여자 얼굴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안 믿어지네요. 어쨌든 나중에 한 번 보고 다시 토론합시다.” 교수들은 토론을 좋아한다. 식당 여주인이 20대로 보이는지 40대로 보이는지, 그게 무슨 토론거리인가? 사십 넘은 미인을 20대로 보건 30대로 보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교수들은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토론만 길게 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벚나무 그늘에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나누는 화제는 주로 원주 이야기였다. 지금은 춘천이 강원도 도청 소재지가 되었지만 원래 원주가 더 컸다고 한다. 기실 강원도라는 이름은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랐다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2024년 8월 29일에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법률의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헌법재판소가 판결해 달라고 소송이 제기된 법은 <탄소중립기본법>으로서 2021년 9월에 제정되었다. 이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리기후협약부터 설명해야 한다.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으로서 195개 나라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 협약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또는 탄소 제로라고도 말함)을 달성해야 하며 각 나라들은 자체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 주기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였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는 국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하는 조항인데, 제1항에서 2030년까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 뒤 하버드 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밀그램은 6단계 분리를 실험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렸다. 밀그램 교수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1967년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자는 300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있는 두 마을에 뿌리고 이 편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보스톤에 살고 있는 주식중개인 A 씨에게 전달해 달라“라고 부탁을 했다. 편지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보스턴의 A 씨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달하기를 반복해 최종 A 씨에게 도착하도록 했다. 단, 편지봉투에는 전달자의 이름을 적도록 해 편지가 전달된 경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출처: https://theharrissisters.blogspot.com/2013/08/six-degrees-of-separation.html) 이 실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배달된 편지에 적힌 사람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5.5명으로 나왔다. 결국 밀그램 교수는 카린시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을 입증함으로써 6단계 분리 이론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실험 내용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은 ㄷ 교수의 차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