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만세함성은 우렁찼다. 손에 손에 든 태극기는 3월 하늘을 빛냈다. 역시 광주였다. 빛고을 광주에서는 어제(3월25일), 100년 전 3.1만세운동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광주지역 여성독립운동가의 산실인 수피아여중고(당시 수피아여학교)에서 오후 3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3.1만세운동 재현 릴레이 독립의 횃불’이라는 주제로 수피아학생들과 광주시민이 함께했다. 이날 ‘3.1만세운동 재현 광주 릴레이 독립의 횃불’ 행사에서는 생존 애국지사인 노동훈 선생에게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수피아여중고에서 행사를 마친 뒤 횃불행진은 양림동을 거쳐 광주 3.10 만세운동 집결지인 부동교를 거쳐 5.18 민주광장까지 1시간여의 행진이 이어졌다. 수피아여고 출신 독립운동가인 박애순, 진신애 윤형숙 지사와 광주 출신의 이광춘 지사를 위한 헌시(獻詩)를 쓴 필자도 이날 행사에 초대 받아 케이티엑스로 달려가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사실 필자로서는 이러한 만세운동 재현행사 참여는 처음이었지만 100년 전 광주지역 만세운동의 산실인 수피아여고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글을 쓴 사람으로 감회가 깊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연말 일이 있어 교토에 갔을 때 우에노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책한 권을 받았다. 《한우를 사랑해요》라는 한글 제목의 책이었다. ‘한우를 사랑한다고?, 뭐하려고?, 먹으려고?’라는 궁금증에 돌아오자마자 책장을 넘겼다. 지은이는 농업 평론가이자 축산 학자인 마쓰마루 시마조(1907 ~ 1973) 씨로 도쿄대학 졸업 후 조선총독부 축산과장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귀가 솔깃했다. 경력으로로 보아 한국의 한우를 잘 아는 인물이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자니 짐작대로 마쓰마루 씨는 ‘한우의 매력에 빠진 사람’ 이었다. “‘우리 고장에는 시커멓고 키 작은 소가 많아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지방에서는 ‘이전에는 시커먼 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누렁소만 길러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는 꺼먼 소로 와규(和牛)라고 하지만 한국소는 누렁소로 한우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 있는 누렁소는 한국에서 건너온 소로 한우는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소인데 일본인들이 잘 알지 못해 주어진 보물을 몰라보고 무심하게 지내왔다. 목축학자로서 풍부한 소질을 가진 한우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본의 소년소녀들 그리고 모든 일본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존에는 명망가들 위주로 휴먼북(사람책)을 모신 적이 있었는데 제가 1년 동안 마을에 나가 주민들을 직접 만나 보니 휴먼라이브러리 내용은 아주 좋은데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휴먼북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휴먼북의 문턱을 낮춰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신규 휴먼북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습니다. ”이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임미경 관장의 말이다. 어제(18일) 아침 10시, 서울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 개막식이 있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관장 임미경) 개관 7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지난 2년간 열람을 했거나 신규등록된 휴먼북 47명을 소개하는 자리로 <공감은 별책부록>이라는 주제로 전시장이 꾸며졌다. 휴먼북이 뭐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휴먼북이란 ‘사람책’ 이다. 흔히 도서관에 가면 ‘종이책’을 빌려 보지만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사람책’을 신청하여 그 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책 도서관’으로 2012년 3월 21일 전국 최초로 개관했다. 휴먼북(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연금수첩, 장애자수첩, 학생수첩, 모자(母子)수첩, 선원수첩, 치료수첩, 당뇨수첩……. 그러고 보니 일본처럼 다양한 수첩을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일본어에서 수첩은 테쵸(手帳)라고 하며 한국에서 쓰는 수첩(手帖)이란 한자보다는 ‘테쵸(手帳)’쪽을 많이 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첩을 만들어 쓰는 나라이다 보니 직업이 수첩평론가도 있다. 수첩평론가인 다케가미 다츠히코(舘神 龍彦)가 쓴 책 《수첩과 일본인(手帳と日本人》)(2018, NHK출판)이라는 책만 봐도 일본인들의 수첩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을 가리켜 ‘수첩에 구속되어 사는 사람들’ 이라는 말도 들린다. 수첩이란 일정을 관리하는 데 편리한 것으로 사업가에게 수첩은 필수이다. 일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스케줄을 짤 필요가 있고, 심지어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도 일정 관리는 필수이다. 육아수첩의 경우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예방주사 일정이라든지 키, 몸무게 등을 기록해두는 수첩이며, 연금수첩은 노후에 꼬박꼬박 타먹는 연금을 기록하는 수첩이다. 그러고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수첩’은 일본인에게 필수품 가운데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첩이 쌓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해 9월 중순 쯤, 자신을 젊은 연극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통화를 해보니 극제작소 ‘이공칠’의 연출을 맡은 윤금정 씨였다. 윤금정 씨는 2018년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계획 중인 음악극을 ‘여성독립운동가를 주제로 다뤄보고 싶다’며 나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한명도 아니고 연극에 참여할 젊은이들 6명이 나를 만나러 온다기에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나서서 중곡동의 지하 연습실로 찾아간 적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음악극으로 표현하고자 마음을 먹고 이미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던 그들을 격려하고 헤어진 지 5개월여, 어제(9일) 다시 윤금정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드디어 자신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름난 여성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아무도 찾지 않고 불러 주지 않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어떻게 음악극으로 꾸몄을까? 내심 궁금했다. 보내온 자료를 보니 “음악극 <들꽃찾아>는 2019년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돌을 기리는 공연으로,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생애를 꽃피우고 이름 없는 들꽃으로 스러져간 여성독립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어제(7일) 낮 2시, 고양시에 자리한 국립여성사전시관(관장 기계형)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 개막전이 열렸다.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전시가 그것이다. 개막식에는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 한완상 위원장,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한 내빈과 오희옥 애국지사 후손 김흥택 선생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여성독립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뜻깊은 전시회 개막을 축하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내의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장소가 협소하여 이날 개막식은 2층 소강당에서 경과보고와 개막축사 등을 듣고 1층으로 이동하여 전시장 관람 순서로 이어졌다. “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 가운데 기억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보겠습니다. 기억이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고치고 미래를 바꾸는 새역사를 창조할 때만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여성들은 지난 500년간 억눌렀던 가부장적 틀을 깨고 용기있는 삶을 추구했을 뿐더러 일제강점기에는 남성과 동등하게 아니 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5일) 4시, KBS에서는 ‘제20회 해외동포상 시상식’이 있었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시상식장엘 난생 처음 가본데다가 어제 수상한 다섯 분의 수상자 가운데 특히 두 분이 지인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두 분이 지인이라고는 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라기보다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던 수상식이었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분들은 미주지역의 배국희(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전 이사장), 우즈베키스탄의 김블라디미르(저널리스트), 싱가폴의 박기출(PG오토모티브홀딩스 회장), 중국의 두닝우(피아니스트), 멕시코의 박리울리세스(멕시코 유카탄주 한인후손회회장) 회장이었다. 어제 시상식에서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분은 미주지역 독립운동 단체의 대표격인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의 최초 여성 이사장인 배국희 이사장(75)이었다. 수상자 이름이 불리자 대형 화면 가득히 수상자의 활동 내용이 소개되었다. 두 살 때 독립지사였던 아버지(려성 배경진,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를 여읜 배 이사장은 이화여대를 나온 뒤,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부터 미주 광복회 회장직을 맡아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미주지역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어 / 내 나라 밝힐 등불 되리다 / 운명의 길 / 결정했어 / 내가 갈길 고난의 길 / 후회 안 해 / 나의 선택” -애국지사 김란사 음악극 대사 가운데-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난 3월 1일부터 3일까지 유관순 열사의 스승인 김란사 애국지사를 다룬 음악극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인천시립예술단 소속의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극단이 함께 만든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은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기념하여 선보인 대작(大作)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김란사 애국지사란 누구일까? 아직도 그 이름 석자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스승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유관순 열사만 부각되다 보니 정작 그의 스승인 김란사(1872-1919) 애국지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3.1만세운동 100돌은 할머니(김란사)를 알리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번 할머니를 다룬 책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다》(황동진 지음, 초록개구리)을 기리는 ‘책을 여는 음악회’ 도 그렇고 인천문화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신학기가 4월인지라 지금은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졸업식 모습이야 우리네 초중등학교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조금 색다른 졸업식으로 언론의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 高山市)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른바 ‘졸업가마’가 등장하여 그동안 수고하신 선생님을 태워주는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3월 5일 다카야마시의 히가시야마중학교에서는 졸업생이 만든 가마에 선생님을 태워 드리는 졸업식이 있었다. 신혼인 선생을 고려하여 웨딩드레스와 독특한 미소를 가마에 그린 학생들은 가마제작에 1달이 걸렸다고 한다. 가마를 탄 선생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는데 “학생들이 나를 주제로 가마를 만들어 줘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마를 만든 학생들 또한 “선배들이 이어온 전통대로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가마로 표현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기후현 히다시의 가와이소학교에서는 800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 일본 종이로 만든 ‘세계에서 하나 뿐인 졸업증서’로 졸업식을 했다. 이 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이 지역에 내려오는 전통종이(和紙, 일본종이)로 졸업장을 만들어 해마다 졸업증서로 쓰고 있다. 보통 졸업증
[우리문화신문= 이윤옥기자] 올해 3.1만세운동 100돌을 맞아 국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75명으로 이는 독립유공자 서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49년 포상이 시작된 이래 한꺼번에 75명의 여성이 서훈을 받은 예는 처음인지라 특히 그 의미가 깊다. 이로써 357명(2018.12.31.)의 서훈자였던 여성독립운동가는 모두 432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서훈자 15,511명) 필자가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사전>을 만들 때만 해도 여성서훈자는 정확히 299명이어서 300인을 맞추느라 비서훈자인 허은 지사(2018.8.15. 애족장)를 넣었던 것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해 3.1절에 여성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은 분 가운데는 안혜순(중국방면, 건국포장), 장성심(중국방면, 건국포장), 민인숙(학생운동, 대통령표창), 윤마리아(학생운동, 대통령표창) , 양애심(국내항일, 대통령표창), 차은애(학생운동, 대통령표창) 등 모두 75명이다. 이번에 서훈을 받은 장성심 (張成心, 1906~1981)지사는 오랫동안 중국과 국내를 넘나들며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