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잡을손[뜻] 일을 다잡아 해내는 솜씨[보기월] 밖에서 잡을손이 매섭다거나 너울가지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가을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자리몸소배움을 다녀 온 아이들이 있었는데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어제 배곳 오는 길에 예순 다섯 해만에 헤어졌던 남편,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는 할머니와 아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만나는 분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 아드님이 마지막으로 바람을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만났다 헤어진 뒤 편지라도 주고 받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별은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는데 저도 코끝이 찡해지더군요.두 차례 만나고 나면 살아서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른 채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아픔이 없다면 그 좋은 꼬까잎들 속에서 만나는 기쁨이 더 클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는 기쁨에 눈물만 주루룩 흘리는 모습이 그 분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늘 곁에 있으니 그 있음의 값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악패듯[뜻] 남을 헤아려 주지 않고 매몰차게 또는 몹시 지나치게[보기월]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악패듯 입이나 몸으로 아프게 하지 말고 선물인 듯 여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배곳 밖으로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자리를 옮겨서 몸소 겪으면서 배우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자리몸소배움(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합니다. 높은 뫼에 울긋불긋 꼬까잎들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마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언덕에 자리잡은 그곳에도 가을이 와 있었습니다. 해는 바로 쬐면 조금 뜨거웠지만 그늘 아래에서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딱 좋았습니다. 안에는 겪거리와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밖에는 우리들과 함께해 줄 가을이 있었습니다. 저도 아이들 곁에 앉아서 하나를 해 봤습니다. 뭐를 만들고 꾸미는 건 잘 못하는 저는 그런 곳에 가서 보면 입이 절로 딱 벌어진답니다.어떻게 사람이 저런 것을 만들 수 있나 싶기 때문입니다. 해, 물, 바람이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 손이 피운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 피운 말꽃, 소리로 피운 소리꽃, 손으로 피운 손꽃.^^ 아이들이 저마다 제 손길로 피운 꽃들을 받아 보고 기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살붙이[뜻] 어버이와 아들, 딸과 같이 피로 맺어진 사람=피붙이[보기월] 둘레 사람들을 사이 좋은 살붙이처럼 여기면 다툴 일도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철이 바뀌는 데 몸이 맞추느라 힘이 드는가 봅니다. 닷날 밤에는 저녁을 먹고 일을 하다가 졸려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안날 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렇게 숨김없이 몸이 말을 하니 말입니다. 푹 쉬어서 그렇지 다음 날 배움자리에 가서는 힘껏 배움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여느 때였으면 마음 놓고 늦잠을 잤을 텐데 사람을 만나 같이 가기고 해서 일하러 가는 때에 일어나 혼자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손을 볼 데가 있어서 그 일을 해 줄 분과 함께 들어갔습니다.들어가는 길, 시골에 가까워질수록 가을빛은 더해졌습니다. 길가에 심어 놓는 나무들도 두 이레 앞과는 많이 달랐고 낮은 뫼와 높은 뫼 빛깔이 달랐습니다. 높은 뫼는 불이 붙은 듯이 벌겋게 물이 들어 있었고 그 아래는 아직도 푸른 빛깔을 간직하고 있었지요. 생각지도 않게 이른 아침 꼬까잎 구경을 잘 하긴 했지만 집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물없다[뜻] 서로 아주 사이가 좋아서 낯(체면)을 차리거나 조심할 것이 없다.[보기월] 하지만 나는 허물없이 한다고 한 것이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철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살기 바빠서 또는 살기 힘들어서 못 느끼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져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제 돌아가신 분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하루를 사는 뜻을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마다 짊어진 삶 무게가 무거워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습니다. 내가 힘드니까 둘레에 있는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을 해서 마음을 할퀴기도 하고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힘든 사람들을 도와 주어야 하는데 그럴 사람도, 힘도 없어서 더 안타깝습니다.어떻게 보면 모든 게 저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 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새롭게 주어진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알차게 보내면 좋을 텐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푸냥하다[뜻] 생김새가 좀 두툼하다[보기월] 한 눈에 봐도 새끼를 뱄거나 많이 먹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푸냥하게 보였습니다. 배곳 둘레 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꼬까옷으로 갈아입어서 참 예쁩니다. 높은 뫼에 첫눈이 오고 얼음이 얼었다는 기별을 나무들도 들었나 봅니다. 잎들을 하나 둘 떨어뜨리더니 이제 나뭇잎이 없는 잔가지도 보입니다. 겨울 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안에 있는 꽃동이 꽃도 잎 빛깔이 달라지고 마른 잎이 더 많이 보이는 듯 합니다. 두 달마다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먼저 잡힌 일이 있어서 가지 못 해서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저 말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더 그랬습니다. 일부러 안 간 게 아니니 널리 헤아려 주실 거라 믿습니다. 해가 짧아져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깜깜했습니다. 수레에 불을 켜고 왔는데 마을 앞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얼룩 무늬라서 눈에 잘 띄어서 고양이를 보고 멈추개를 밟았습니다. 여느 길고양이들은 사람이나 수레를 보면 재빨리 도망을 가서 몸을 숨기는데 그 고양이는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새끼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퉁어리적다 [뜻]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가볍게) 움직이는 데가 있다.[보기월] 너댓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어쩌면 그리 퉁어리적은지 놀라웠습니다.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올 때 서늘해서 불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맨발로 방바닥을 디디면 차갑게 느껴지고 발이 시리다는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 낮부터 나아질 거라고 했는데 나아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아침에 서두르지 않으려고 집에서 능을 두고 나서는데 어떤 날은 비슷한 때인데도 수레가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습니다. 배곳에 오는 길이 멀지 않지만 많은 수레들을 만나며 오지요. 오늘은 얼마나 바쁜지 옆도 안 보고 들어온 수레 때문에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골목에서 나오면서 얼마나 빨리 나오던지 부딪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스로 비켜서 멈추었습니다. 저도 뒤에서 그걸 보고 빨리 멈추개를 밟아서 섰구요. 그렇게 해 놓고 미안하단 인사도 없이 빠져 나가는 걸 보고 또 다시 놀라야했습니다.너댓살 먹는 애도 아니고 어쩌면 그리 퉁어리적은지 놀라웠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말하거나 움직이기 앞에 반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치닫다[뜻]2)(일이 어떤 쪽으로)힘차게 내닫다.[보기월]토박이말 놀배움이 이렇게 좋은 쪽으로 치달아 온 겨레 사람들과 함께하는 날이 얼른 오지 싶습니다.온 누리 으뜸 글자 한글날온 나라 사람 잔치 곳곳에잔칫날 사람들은 어디로?가람과 뫼로 들로 바다로?어진 임금님 백성 사랑슬기롭고 뛰어난 글자 자랑되새기고 기리는 마음아니 많아 안타까워한글 바탕 우리말 어머니토박이말 놀배움이좋은 쪽으로 치달아온 겨레와 함께하리 569돌 한글날을 맞아 온 나라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가 열렸습니다. 갖가지 기별을 보고 들으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온 누리 글자들 가운데 가장 으뜸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날, 한글 잔칫날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냥 하루 노는 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놀러 다니는 우리들을 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 수 없어 하는 말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어떻게 여기며 사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 가슴 아팠습니다.글을 몰라 느낌, 생각, 뜻을 드러내고 펼치지 못하는 백성들을 사랑하신 임금님 마음을 기리고 많은 사람들이 슬기롭고 뛰어난 글자라고 추어올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잠투정[뜻] 어린아이가 잠을 자려고 할 때나 잠이 깨었을 떼를 쓰며 우는 짓[보기월] 한동안 구경을 잘 다녔는데 애가 갑자기 울어서 보니 잠이 와 잠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에서 열리는 불빛 잔치에 구경을 못 간 아이들이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어린 조카들과 함께 마실 가는 것 삼아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 애가 있어서 될 수 있으면 가까이까지 갈 생각으로 수레를 몰고 갔는데 수레를 댈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빙빙 돌기도 했습니다.올해부터 돈을 받기로 해서 말도 많고, 이레끝도 아니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나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냇물에 띄워 놓은 것들보다 안에 있는 것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알록달록 갖가지 빛깔을 보고 애들이 가장 좋아하더군요. 푹신한 수레에 앉았지만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는 구경을 한다고 볼 수가 없었지요.한동안 구경을 잘 다녔는데 애가 갑자기 울어서 보니 잠이 와 잠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애 엄마가 안았다가 업으니 바로 잠이 드는 걸 보고 잠투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조금 울고 잠을 자 주니 애 엄마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악지[뜻] 잘되지 않는 일을 해내려고 굳게 버팀(해내려는 고집)[보기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뭐든 하려는 쪽으로 악지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는 날씨는 깊어가는 가을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아침에 가자마자 열었던 바로 옆 창문은 이제 열지 않고 그 앞에 있는 것을 연답니다. 바로 맞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낮에는 땀이 날만큼 더우니 저는 아직 짧은 옷을 안에 입고 나갑니다.그런데 소매 긴 옷을 입고 와서 뛰어 다니다 들어온 아이들이 바람틀을 돌리면 저와 다른 아이들은 추워서 애를 먹습니다. 바람막이를 입고 온 아이들이 덥다고 벗어 놓고는 찾지 않는 옷들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제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제 몬(물건)도 잘 간수하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 주어야 하겠습니다.아이들도 가을을 타는지 여느 때보다 더 어수선해서 배움을 돕고 이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기 싫어 하는 사람 몇이서 하고 싶은 여럿을 이기는 것을 보면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뭐든 하려는 쪽으로 악지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살바람[뜻]1)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보기월]새벽에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잠을 깼답니다.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보람(상)과 선물을 줬습니다. 많은 배움이들이 보람과 함께 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았을 것입니다. 이러면서 아이들 마음 한 쪽에 토박이말이 자리하게 되면 더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낮과 밤이 많이 달라서 고뿔에 걸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잠이 들기 앞에는 문을 조금 열어 두고 잤습니다. 새벽에는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잠을 깼답니다. 얼른 문을 닫고 잠이 들었는데 이불 속이 따듯하니 좋았습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글과 아랑곳한 기별들이 많이 보입니다.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참고을 진주에서도 진주시의 도움으로 한글학회 진주지회와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 뽑기'와 학술발표회를 하고, 두류한국어교육학회에서도 학술발표회를 한답니다. 무엇보다 진주교육지원청에서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토박이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