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흥보가 굶고 있는 식솔들을 살리기 위해 관가를 찾아가 환자섬을 요청하고, 병영영문(兵營營門)에 잡혀있는 좌수 대신 곤장 열대만 맞으면 서른 냥과 마삯으로 닷냥을 받는 품을 팔기로 약속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아전으로부터 선수금조로 닷냥을 받고‘돈 타령’을 부르는 대목의 이야기를 했다. 그 가사는“얼씨구나 좋구나,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돈봐라 돈, 이 돈을 눈에 대고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조금 있다가 떼고 보면 삼강오륜이 끊어져도 보이난건 돈 밖에 또 있느냐? 라는 이야기, 집에 들어가서도“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술래바퀴처럼 둥굴둥굴 생긴 돈, 생살지권(生殺之權)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돈 봐라”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부귀와 공명, 더구나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돈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돈의 위력이 과거나 오늘이 별로 다름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면서 돈타령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흥보가 전곡간이나 얻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으로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추분점(春分點)에 왔을 때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음양이 서로 반이라 함은 더함도 덜함도 없는 중용의 세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24절기는 단순히 자연에 농사를 접목한 살림살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세계를 함께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춘분 무렵엔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한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이 있으며 옛말에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가 고프다.’ 하였다. 또 니라 농사의 시작인 논이나 밭을 첫 번째 가는 애벌갈이 곧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음력 2월 중 춘분 무렵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바람의 신 곧 풍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오모리(青森)의 여름 행사로 유명한 네부타 마츠리 안내문이 인천관동갤러리에 도착했다. ‘아오모리 코리아 넷과 즐기는 네부타 축제’라는 제목의 한글판 안내문에는 “이번 행사는 한국을 사랑하는 아오모리 코리아 넷이 주축이 되어 한국인들의 아오모리 방문을 도와드립니다. 아오모리 코리아 넷은 한국어 공부, 영화 감상, 한국요리 배우기 등 현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 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 기간에 특별히 한국인들을 안내해 준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해마다 8월 2일부터 7일까지 6일 동안 아오모리 시내에서 열리는 네부타 마츠리는 센다이(仙台)의 칠석마츠리, 아키타(秋田)의 칸토(竿灯) 마츠리와 함께 일본 동북 지방의 3대 마츠리로 꼽힌다. 특히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는 6일 동안 관광객 수가 무려 300만 명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있어 비행기표도 동이 나고 숙박도 잡기 어려운 탓에 3월부터 숙박을 확보해야할 정도이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 특징은 한밤중에 형형색색의 대형 등롱(燈籠)인형이 거리를 행진한다는 점이다. 이 인형들의 모습이 관람객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데 긴 칼을 입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녹주ㆍ박송희ㆍ정순임으로 이어지는 흥보가의 사설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박봉술의 흥보가를 참고하면서 놀보 심술대목 이야기를 하였다. 판소리 흥보가의 시작은 여타 다른 소리처럼 아니리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가락이나 장단에 얹어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억양을 넣어 말로 하는 대사라는 이야기, 그래서 완창이거나 또는 토막소리의 경우라도 대부분은 아니리로 시작하면서 내용을 전하거나 상황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흥보가의 시작부분은“아동방(我東方)이 군자지국(君子之國)이요. 예의지방(禮儀之方)이라.”로 시작되는 아니리에 이어 놀부의 심술대목이 나오는데, 이 대목은 사설도 재미있거니와 흥겹고 빠른 자진모리에 가락을 얹어서 어깨춤이 저절로 나오는 흥미있는 대목이라는 이야기, 놀보 심술대목에는 온갖 못된 짓을 하는 놀보의 행위가 그림 그리듯 잘 묘사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대목은 박붕술이 부르는 것과 대부분 유사하지만, 박봉술 창의 시작은‘놀보 심술 볼작시면 술 잘 먹고 쌈 잘하기’로 시작한다는 점, 중간에도‘돈 세난듸 말 묻기와 글 쓰난듸 옆 쑤시고’등의 사설이 들어 있다는 점, 끝 부분도‘이런 제기를 붙을 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기노 긴코(萩野吟子, 1851-1913)는 일본의 의사 국가자격 시험에 합격한 최초의 여의사다.오기노 긴코가 여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임질(淋疾)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임질은 “임균이 일으키는 성병. 주로 성교로 옮아 요도 점막에 침입하며, 오줌을 눌 때 요도가 몹시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고름이 심하게 난다. 여자는 동시에 방광염을 일으키며 내부 생식 기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오기노 긴코는 16살에 부잣집인 명주(名主, 묘슈) 집안의 장남과 결혼하지만 결혼 뒤 얼마 안 되어서 심한 임질에 걸려 이혼에 이른다. 지금 같으면 임질로 이혼을 할까 싶지만 당시는 부잣집 며느리로서 아마도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이혼을 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기노 긴코는 이혼 뒤 도쿄로 나와 순천당의원에 입원하여 부인과 치료를 받게 되는데 당시 의사는 모두 남자뿐이었다. 임질 치료를 위해 하반신을 남자의사에게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라 오기노 긴코는 여자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치료해주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여의사의 길은 생각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조선조 후기, <흥보가>를 잘 불렀던 명창으로 권삼득, 염계달, 문석준의 이름이 전해지는데, 문석준은 궤를 떨어 돈과 쌀을 쏟아내는 대목을 직접 짜 넣었고 잘 불렀다는 이야기, 한송학이나 정창업, 정흥순, 최상준도 유명한 명창이었는데, 특히 정창업의 소리는 서편제 소리로 고종 때 5명창의 한 사람이었던 김창환에게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5명창이란 1900년 전후에 이름을 날렸던 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등을 가리키는데 특히, 김창환의 더늠은 제비가 박씨를 물고 흥보집까지 날아오는 과정, 즉 제비노정기였다는 이야기, 이 대목은 김창환의 제자뿐 아니라, 동편제 소리꾼들도 그의 더늠으로 불러왔다는 이야기, 김창환의 흥보가는 김봉학, 오수암, 박지홍을 통하여 정광수, 박초월, 박동진에게 전해 졌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송만갑의 더늠은 박타령이었고 동편제 소리는 기교보다는 발성 자체가 힘차고 꿋꿋한 소리제로 그 계보는 송흥록으로부터 시작하여 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박녹주로 이어졌고, 박녹주는 김소희, 박귀희, 한애순, 성우향, 박초선, 조상현 외에 수많은 판소리 명창들에게 전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절기(節氣)로 경칩(驚蟄)이다. “경칩”이란 말은 겨울잠 자는 벌레가 놀라서 뛰어 나온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 해일)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하였으며, 경칩 뒤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반겨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되는데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두꺼비) 알을 건져다 먹는다.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며,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다. 또 이때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에서 나무물[水液]을 받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특히 경칩에 처녀 총각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3월 3일은 여자아이가 있는 집안의 잔칫날인 “히나마츠리(ひな祭り)” 날이다. 히나마츠리를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른다.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 음력으로 3월 3일 날을 잔치로 잡을 때 유래한 말이다. 히나마츠리는 여자아이가 있는 집안에서 히나인형을 장식하여 그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뜻에서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부터 해오던 풍습이다. 이러한 헤이안시대로부터 유래하는 잔치로는 히나마츠리를 포함하여 5개의 잔치(五節句)가 있는데 1월 7일의 나나쿠사가유(七草がゆ)라고 해서 7가지 채소로 죽을 쑤어 먹는 행사, 3월 3일의 히나마츠리, 5월 5일의 단오(남자아이들의 성장을 기원하는 행사), 7월 7일의 칠석, 그리고 9월 9일의 중양절(重陽)이 그것이다. 히나인형은 3월 3일 이전에 장식해 두었다가 3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치우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히나인형 판매의 절정은 2월 한 달이다. 이때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히나인형 판매 경쟁을 보게 된다. 히나인형은 가지고 노는 인형이 아니라 집안에 장식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흥보가가 주는 교훈적인 이야기, 곧 착하게 살면, 결과가 좋고, 반대로 놀보처럼 악한 짓을 하고 욕심을 과하게 탐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흥보가>는 현전 판소리 5마당 중에서도 재담이나 춤, 소리들을 엮어나가는 대목이 많으며 해학적 내용이나 재담이 많이 나온다는 점, 때문에 가장 민속성이 두드러진 판소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으나 또한 이러한 이유로 평가가 절하되거나 여류명창들은 잘 부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예전의 열두 마당 중, 현재는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등이 전창되고 있다는 이야기, 흥보의 도움을 받은 제비는 이듬해 보은(報恩)의 박씨를 물어다 주었고, 그래서 부자가 되었는데, 이처럼 사람이 아닌 금수(禽獸), 곧 날 짐승이나 들짐승들이 사람에게 은혜를 입고 이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따뜻한 이야기는 흥보가 이외에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명창 권삼득은 <흥보가>중에서도 설렁제로 부르는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을 잘 불렀는데, 설렁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입니다. 히메이지성은 많은 성 가운데 유일하게 훼손이 안 되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성이지요. 이 성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성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러옵니다. 특히 이곳 히메이지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 살기 좋은 곳이지요. 옆 도시인 고베에서 큰 지진이 났어도 이곳은 끄떡없었습니다.” 택시기사는 히메지성(姫路城)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히메이지역에서 택시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즈이간지(隨願寺)에 가기 위해 탄 택시 안에서 기사는 끊임없이 히메지가 속해 있는 효고현(兵庫県) 자랑에 여념이 없다. 흔히 택시 기사들은 자기 고장을 자랑하기 보다는 별로 좋지 않은 점을 말하기 일쑤인데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성곽(城郭)도시라서 그런지 히메이지의 택시기사는 좀 달랐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일컬어지는 히메이지성은 외곽이 흰빛으로 칠해져있어 백로 같다고하여 하쿠로성(白鷺城, 백로성)이라고도 부른다. 에도시대(1603~1868) 이전에 지어진 성 가운데 천수각이 있는 성인데 천수각(天守閣)이란 망루와 비슷한 건물로 외관은 2층 ~ 5층으로 되어 있다. 일본에서 천수각이 국보인 성은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