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제철 토박이말]3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우리나라가 큰 나라가 아닌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다른 것을 보면 작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어느 고장에는 아직도 가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고장에는 작달비가 내려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오늘은 이런 기별을 할 때 듣는 말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비가 많이 왔다는 기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홍수’, ‘범람’, ‘침수’입니다. ‘홍수’는‘비가 많이 와서 크게 불은 물’을 뜻하는 말로 이 말과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은‘큰물’, ‘한물’이 있습니다. ‘크게 불은 물’이니‘큰물’이라고 하면 알아듣기도 쉽습니다. ‘대전’이‘한밭’이라는 걸 아신다면 왜‘한물’이 같은 뜻인지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큰물이 나면 내에 물이 가득 차거나 넘치게 됩니다.냇물이 넘치면 어려움을 겪게 되니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그래서 그걸 지켜보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 주기도 해야 합니다.그런데 그걸 알리는 사람들은‘범람’이라는 말을 씁니다. ‘넘쳤다’고 하면 쉬운데‘범람했다’고 합니다. 큰물이 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레빗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레빗 [뜻]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보기월] 옛날에는 머리를 빗을 때도얼레빗으로 빗고 난 다음 참빗으로 빗었습니다. 더위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겹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위에 더해 다른 것까지 겹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여느 낮과 같이 더워서 잠을 설쳤다는 분도 있고 찬바람틀을 쉬지 않고 돌려서 바깥에 둔 틀에 불이 났다는 기별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잠이 들기까지 힘이 들어서 그렇지 잠이 들고 나면 모르고 잘 잡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은 더워서 잠을 깼다며 투덜거리네요. 배곳 아이들도 아침부터 찬바람을 틀지 않고 견디기 어려워 합니다. 그런데 문을 닫아 놓고 바람틀(선풍기)만 돌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이 답답합니다. 옛날에는 머리를 빗을 때도 얼레빗으로 빗고 난 다음 참빗으로 빗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일에는 앞뒤 차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사람은 없이 바람틀만 돌려 놓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잔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꿀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수꿀하다 [뜻]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보기월] 여름이면수꿀해지는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며 더위를 쫓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 닷날 일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갔습니다. 타려고 했던 수레를 놓치는 바람에 만남이 그만큼 짧았습니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구연상 으뜸빛(회장)님을 뵙고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있을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때 배움책(교과서)과 토박이말을 벼름소(주제)로 말나눔 잔치(토론회)를 함께 마련해 보기로 다짐을 한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그 밖에도 앞으로 쉬운 우리말로 학문하기,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많은 사람들께 널리 알리는 일을 서로 돕기로 했습니다. 엿날(토요일) 낮에는 정재환 박사님을 뵙고 여러 가지 도움 말씀을 들었습니다. 맛있는 낮밥을 사 주시고 토박이말바라기를 널리 알릴 좋은 수까지 알려 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사람들이 함께하며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많이 마련해 주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일이 많아 엄청 바쁘셔서 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더위달 세이레(7월 3주) 배곳(학교) 안에 있는 구름다리를 닫아 놓으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뜨거웠습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바람도 밑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것처럼 뜨거운 김이 섞여 후끈했습니다. 더운 게 아니라 뜨겁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모레가 한더위(대서)라고 하니 여름도 고비로 치닫고 있는가 봅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갈배움 힘기르기 닦음(연수)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갈말(학술용어)과 나날말(일상용어)을 챙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좀 더 마음을 쓰면 더 많이 쓸 수 있는 '대중'과 '알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철인 '달맞이꽃'과 아랑곳한 노래들을 듣고 노랫말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직 어린 새싹과 다름없는 토박이말바라기가 튼튼한 나무로 자라고 그 나무가 퍼져 푸른 숲을 이룰 수 있도록 힘과 슬기를 보태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보인다는 말씀에 기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얄궂은 말을 만든 나라일꾼들이나 말이 얼마나 종요롭고 힘이 센지 모르는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챙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찌러기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찌러기 [뜻] 몹시 사나운 황소[보기월]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씨를 미리 알리며 '찜통더위'라는 말을 쓰는 것을 봤습니다. 찜통에 들어가 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찜통 안에 들어가 있는 듯이 매우 덥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만든 말일 것입니다. 아침부터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아이 말에 못 이기는 듯이 찬바람틀을 켰습니다. 참일 저도 흐르는 땀을 닦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배곳(학교)에 가는 동안 만들어진 땀을 말리지도 않아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욱하는 것을 잘 다스리지 못해 말밥에 오르내리는 이름난 사람 이야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뒤낮에는 오랜만에 배곳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을 넘기며 서로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즐기는 자리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제철 토박이말]2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는 더위달7월답게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다른 고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려 불어난 물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오늘은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날씨를 알려주는 분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폭우’입니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이렇게 내리는 비를 뜻하는 토박이말에‘작달비’가 있습니다.말모이(사전)에도 비슷한 말로 다른 말만 보여 주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하지만 앞으로는‘굵직하고 거세게 좍좍 쏟아지는 비’를 나타내는‘작달비’를 알고 쓰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말모이(사전)에는 없지만‘동이로 퍼붓 듯이 내리는 비’를 뜻하는‘동이비’라는 말도 있답니다.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폭염’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하지만‘폭염’을 말모이(사전)에서 찾아보면‘불볕더위’로 다듬어(순화해)쓰라고 되어 있고 비슷한 말로‘무더위’, ‘한더위’가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가끔은‘불볕더위’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있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러방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러방치다 [뜻] 두 가지 또는 그보다 많은 일을 한목에 하다.[보기월]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얼러방치면 머리에 잘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잘 된다고 합니다.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땀이 흘러내릴 만큼 아침부터 땀과 씨름을 하는 요즘입니다. 해도 쨍쨍 나지 않고 바람도 조금씩 불지만 끈끈한 숨씨(공기)가 팔이며 얼굴에 달라 붙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데 꼼짝하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서 힘이 듭니다. 옛날에 아버지,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을 제가 아이들한테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저도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합니다. 애들이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고 앉아 있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잔소리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얼러방치면 머리에 잘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잘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가지 또는 그보다 많은 일을 한목에 하는 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하더군요. '겸업'과 '겸직'은 '투잡'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에 익은 사람들은 '얼러방치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굿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수굿하다 [뜻] 사람이 고개나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이다[보기월]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수굿한채 걷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까지 올려야 될 게 있어서 조금 늦게 배곳(학교)에서 나왔습니다. 올릴 것을 다 올리고 이바지하기(봉사활동) 할 때 쓸 것들을 챙겨서 수레에 싣고 나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난 이웃 분께서 많이 지쳐 보인다며 푹 쉬라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받고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수굿한 채 걷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아마도 제가 걸어오는 걸 보시고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바른 몸씨(자세)로 걷도록 더욱 마음을 써야겠습니다.^^엿날(토요일)은 여느 엿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챙겨 할 일도 있었고 이바지하기에 쓸 것 가운데 사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밥을 조금 일찍 먹고 토박이말바라기 배움터로 갔습니다. 짐을 다 올리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왔습니다. 하겠다고 한 사람이 다 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더위달 두이레(7월 2주) 그제 배곳안(교내)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동아리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마무리 잔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느낌글을 받았습니다. 늘 말이 없이 시큰둥하게 있던 아이가 토박이말 놀배움이 아주 재미가 있었고 몰랐던 새로운 토박이말들을 알게 되어 좋았으며 다음해에도 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남다른 솜씨와 뜨거운 마음으로 늘 앞장을 서며 다른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고 기쁘게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남긴 글도 참으로 기뻤습니다. 이제 배곳 안에서는 따로 동아리 모임은 없지만 앞으로 밖에서 하는 토박이말 이바지하기(봉사활동)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제 토박이말 갈배움 닦음(교수-학습 연수)에서는 옛배움책에서 캐낸 갈말(학술용어)인 졸보기눈(근시), 돋보기눈(원시)를 비롯해서 나날말(일상용어)인 '간수하다', '옮다', '쓸리다'를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살려 쓸 토박이말로 '구름 이름'들을 살펴보고 '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노래들을 들려 드렸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하루를 살다보니 또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이 되었습니다. 글갚음(댓글 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찌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찌 [뜻] 1)따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보이게 하려고 그대로 글을 써서 붙이는 좁은 종이쪽[보기월] 그렇게 책을 찾다가 옛날에 보던 책에 제가 붙였던찌를 보았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제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이 남달랐습니다. 배곳에 가서 앉으니 벌써 머리카락에 땀방울이 맺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람틀(선풍기)만으로는 얼른 땀이 식지 않아 찬바람틀(에어컨) 힘을 빌려야 했습니다. 한낮에는 이게 더위구나 싶을 만큼 더위달다운 날씨였습니다. 뛰고 달리며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한낮에는 그늘에서 공을 차고 있었으니까요. 저를 닮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저보다 더하다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싶은 두 아이들 때문에 찬바람틀을 고쳤습니다. 큰애와 나이가 같은 찬바람틀은 이제까지 열 차례도 안 틀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깨끗하게 먼지를 가신 뒤에 틀었는데 시원하지 않아서 돌리지 않고 여름을 났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더운 것 같아 미리 손을 봤으니 걱정 하나는 덜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닦음(연수) 갖춤(준비)을 하느라 책꽂이에 꽂힌 책을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