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새벽에 집을 나서서 비행기를 갈아타며 하루종일 걸려 도착한 곳은 구로베(黒部) 협곡이었다. 그곳의 구로3댐(黒部第三ダム, 1936년 착공, 1940 완공) 가까이에 가서 직접 그 역사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구로베댐(구로4댐, 1956년 착공, 1963년 완공)은 바로 구로3댐이 건설되었기 때문에 지을 수 있었다. 구로베 우나즈키(宇奈月) 캐년 루트 다만, 구로3댐에 가려면 9월에서 10월 사이 한 달 동안만 들어갈 수 있으며, 숙련된 등산가도 이틀에 걸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로베 협곡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 이용해 온 경로를 <구로베 우나즈키(宇奈月) 캐년 루트>라는 여행상품으로 2024년 6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갔을 때는 작년 말에 일부가 지진으로 무너져서 구로3댐까지 가볼 수가 없었다. 구로베 우나즈키(宇奈月) 캐년루트는 도롯코, 엘리베이터, 축전지 기관차, 전용전기버스 등을 타고 우나즈키역(宇奈月駅)에서 구로베댐까지 가는 코스다. 이 코스는 내년 가을 열 예정이라서, 내가 구로3댐에 가장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이 루트의 맨 첫 구간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컬렉션. 컬렉션 곧 수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모인 물건들’이다. 이렇게 건조하게만 정의할 수 없는 ‘컬렉션’은 그것을 모으기까지 한 발, 한 발 구도의 길을 걸어간 수집가들의 피와 땀이 응집된 보석함이다. 이 책 《컬렉션의 맛》을 쓴 지은이 김세종은 민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평창아트 대표로 국내 으뜸 민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제기 등 다른 골동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18년 펴낸 이 책은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수집 철학, 각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집의 미학,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장 민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수집 철학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선 ‘안목의 근육’을 기르려면 가짜 작품에도 많이 속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을 수집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가짜를 마주하며 길러진 ‘안목의 근육’이 있어야 한다. (p.91)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만 작품을 구입하였다 해도, 누가 작품을 좋지 않게 말하면 이내 작품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난 8월 26일(화), 일본 치바현 야치요시 다카츠 (千葉県八千代市高津)에 있는 일본 조동종사원 (曹洞宗寺院)인 관음사(観音寺)에서는 한일 두 나라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을 틈타 8일(5명), 9일(1명) 조선인이 일본의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학살되었는데 이들을 위무하기 1985년 세운 종각의 개보수가 필요하여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개보수를 마친 기념으로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朝鮮人犠牲者慰霊の鐘楼 「普化鐘楼」 改修完工記念式)>을 연 것이다. 26일 오후 3시부터 관음사 경내의 보화종루(普化鍾樓) 앞에서 거행된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의 시작은 관음사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가 보화종루에 꽃을 바치는 개안공양(開眼供養)을 시작으로 조화선 선생의 살풀이춤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관음사가 자리한 야치요시(八千代市)의 시장 및 다카츠 특별위원회 위원장(高津特別委員会委員長) 등의 인사가 있었고, 한국측 대표로 유라시아문화연대 신이영 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곧이어 개보수된 보화종루 안에 있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는 9월 5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제258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연주된다. 다음 ‘클래식백과’에서는 무소륵스키의 대표적인 기악곡으로 손꼽히는 〈전람회의 그림〉에 관해 “선율의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대담하고 강건한 표현과 고난이도의 기교로 이루어져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채롭고 신선한 음악을 통해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한껏 과시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현악 편성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여러 작곡가가 이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했지만, 화려한 색채감을 자아내는 라벨의 편곡이 가장 자주 연주된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음악 칼럼니스트 노승림은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시선과 감각으로, 형식의 경계를 과감히 넘나드는 대담한 자유를 펼쳐낸다. 완성과 일탈, 질서와 파격 사이에서 오늘의 무대는 ‘고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그 물음은 과거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이날 공연은 라벨 편곡에 의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오는 9월 6일 낮 3시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진도대로 3818.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에서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초청 <국립남도국악원 토요상설, 국악이 좋다: 광대>가 무대에 올려진다. 이번 공연 전통연희극 <광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현재의 방식으로 살려내고, 이를 통해 전통의 멋을 다시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초 근대식 유료 공연이었던 '소춘대유희 (笑春臺遊戱'를 소재로 하여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공연을 선보이고자 한다. 현실의 광대, 이동백 명창을 소환하다 '이동백 명창은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으로 근대 5명창에 속하는 인물이다. 활동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명창이자,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선보였었다. 선생은 한 인터뷰에서 "활동사진이란 것이 유행하는데 판소리를 접목해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판소리'는 보존해야 할 전통과도 같지만, 그에게는 당대의 현실을 앞서가며 수용하고자 했던 작금의 예술이었다. 이동백 명창은 당대를 살아가는 ‘현실의 광대’였다. 전통연희극 <광대>에서 '이동백은 과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강화군(군수 박용철)은 오는 9월 5일(금)부터 6일(토)까지 이틀 동안 강화읍 용흥궁공원과 원도심 일원에서 '2025 강화별밤야행(夜行)'을 연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강화의 역사문화 자원을 무대로, '6야(夜, 야설ㆍ야사ㆍ야로ㆍ야경ㆍ야식ㆍ야시)'의 주제 속에서 공연ㆍ체험ㆍ전시ㆍ먹거리 장터가 어우러진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원도심을 함께 걸으며 즐기는 체험형 야간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 첫째 날에는 마칭밴드와 강화초등학교 관현악부 학생들의 행진으로 축제의 막을 연다. 이어 개막무대에서는 윈드오케스트라 등 지역 공연팀의 무대와 매직쇼ㆍ서커스가 이어지며, 밤의 절정을 장식할 중심 무대에는 거미, 환희, 이수연이 출연해 감성과 열정을 더한다. 둘째 날에는 지역공연팀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매직쇼ㆍ서커스가 펼쳐지고, 이어 허각, 홍자, 박완규가 무대에 올라 또 다른 음악적 매력을 선보인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통떡 만들기, 청사초롱 제작, 소창스카프 염색, 야행 열쇠고리ㆍ팔찌 만들기 등 체험 마당이 운영되며, 성공회 강화성당에서는 스냅사진 촬영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또한 플로깅(조깅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잃었던 나라를 되찾자마자 최현배 스승님과 여러 학자분들이 꿈꿨던 '말의 민주화'는 왜 여든 해가 지난 오늘까지 끝내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을까요? 그 까닭은 바로 우리말글 정책을 맡아 떠받들고 있는 틀인 '국립국어원'과 '국어기본법'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말이 나아갈 길을 길잡이해 주어야 할 나침반은 방향을 잃었고, 우리말의 헌법이라 할 법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길 잃은 나침반, 국립국어원 1. 맡은 일과 실제 모습의 다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국립국어원은 우리말과 글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고, 표준어와 맞춤법 같은 글쓰기 규칙을 정하며, 국민들의 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나라에 한국어를 널리 알리는 등 나라의 말글 정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나날살이에서 보고 느끼는 국립국어원의 모습은 '언어의 민주화'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말글살이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고갱이 일(핵심 사업)들에서 국립국어원이 나아가는 방향과 한계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2. 태어날 때부터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나는 가곡 부르기를 좋아한다. 시 가사와 가락이 감미롭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저녁 염불도 마치 가곡을 부르듯 읊조리곤 한다. 가곡은 중ㆍ고등학교 시절 접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멀어졌지만, 다행히 한 복지회관 가곡반에 가면서 다시 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옆자리 여성분께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언제부터 가곡을 하셨어요? 어려운 곡도 잘 부르시던데...”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올 초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아주머니’라는 말을 쓰세요?” 순간 나는 당황해하며, “그러면 어떻게 불러야 하죠?” 하고 되물었다. “몰라요!” 하고는 그녀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아주머니’란 말이 뭐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하며 그 뒷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올 3월에 부탄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였다. 안내자와 함께 길을 가던 중, 그가 현지 주민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호칭을 쓰는 방식에 호감이 갔다. 순간순간 그 의미를 물어 알 수 있었는데, 부탄은 전통문화를 소중히 지키는 나라답게 호칭 역시 옛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과 비슷한 점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공과대학의 ㅍ 교수와 ㅎ 교수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키가 훤칠하고 예쁜 종업원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뒤, 컵에 물을 따르는 종업원에게 사장님 계시느냐고 물으니 출타중이란다. “아가씨는 여기 종업원이냐?”라고 물으니 인접한 대학의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대답한다. 항공관광과 2학년 학생이라고 한다. 항공관광과란 스튜어디스를 배출하는 학과다. 스튜어디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는 직종이다. 요즘 새로운 추세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던 이공계열보다는 연극영화과, 신문방송과 등 연예계와 언론계에 사람이 몰린다. 탤런트나 영화배우를 모집하면 수천 명이 모여들어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이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였다. 청소년들의 우상인 연예인 되기가 판검사 되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녀를 보러 왔는데 미녀가 없으니 식사하면서 하는 대화가 약간은 김빠진 맥주 같다. 대화의 주제는 남자들의 단골 메뉴인 여자 이야기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바둑이야기가 나왔다. ㅍ 교수가 “러시아의 체스 최강자가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목이자 민족문화의 수호자이셨던 이무성 화백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선생님은 1972년 새마을노래 제작을 총괄하시며 1,000여 작품의 음반을 기획하신 음악계의 거장이셨습니다. 특히 김민기 선생의 ‘아침이슬’ 음반을 기획하여 한국 민중가요의 새 지평을 여신 분이기도 합니다. 대도레코드사 전무이사로 35년 동안 재직하시며 한국 대중음악 발전에 헌신하셨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한국음반산업협회 대의원으로 활동하시며 음악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음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탁월한 화백으로서, 평생을 한국화와 역사 기록화를 그리며, 우리 민족의 정신을 화폭에 담아내셨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한국문화와 한글, 그리고 여성독립운동가 그림을 그리실 수 있었던 것은 <우리문화신문>과의 특별한 인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2월 16일 첫 작품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무려 700여 편의 작품을 <우리문화신문>에 올리시며,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셨습니다. 이무성 화백님과 이윤옥 시인이 함께 여신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은 <우리문화신문>이 서울 중구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