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살버살 [뜻]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 모양[보기월]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깨끗한 방에서 맞이하려고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깨끗한 때는 없었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와 주어서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새 배움책을 가져 오고 미처 넣지 못했던 짐을 넣느라 아이들과 인사할 겨를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땀까지 흘리며 돕는 아이들도 있었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바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힘이 센 몇 몇이 아닌 힘은 여리지만 여럿이 힘을 모을 때 더 큰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앉는 자리, 따숨틀(난로) 켜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하는 차례, 낮밥 먹는 차례를 두고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로 다짐을 한 만큼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 다짐을 지킬 수 있게 서로 마음을 맞춰 나가야겠습니다. 여느 때 안 쓰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소소리 [뜻] 높이 우뚝 솟은 모양[보기월] 고개를 넘어 가니소소리높은 고개에는 눈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레가 넘도록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지 못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알려드려도 종이가 모자랄 만큼 말이지요. 그래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죽보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울력다짐을 했습니다. 서로 도울 일이 많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여주 늘푸른 자연학교에서 겨울 토박이말 놀배움터를 열었습니다. 배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갈침이들께서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셔서 먼 길 달려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또 만나고 싶다는 말에 기운이 났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궂은 기별을 듣고 여러 날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저보다 세 살 많은 집안 언니가 다시 오지 못할 그곳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에 봤을 때도 그렇게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설을 앞두고 있었지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푹 쉬기를 빌어 주고 왔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기둥이[뜻] 2)됨됨이(성질)가 아주 끈질긴 사람[보기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질기둥이들이었습니다. 모임이 있어서 여느 날보다 일찍 잠이 깼습니다. 그런데 간밤에 쌀을 씻어 안쳐 놓고 단추를 누르지 않은 게 생각이 나서 눌렀지만 밥이 다 되기까지 많이 기다려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밥을 먹고 챙겨서 집을 나선 때가 좀 늦었지요. 엎친 데 덮치 듯이 배곳에 갔는데 베낌틀(복사기)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서 손을 본 다음 다 베끼고 보니 만나기로 한 때가 지나 있었습니다. 다들 먼저 와서 일을 하고 있어서 숨을 죽이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고치고 보태기를 쉬지 않고 했습니다. 한 가지를 끝내 놓고 낮밥을 먹으려다 보니 남들이 다 먹은 뒤에 밥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얼른 일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건 바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낮밥을 먹고 앉아서 쉬지 않고 달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일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니었지만 일을 끝내야겠다는 데 마음이 모였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마지두 [뜻] 무섭고 놀라서 또는 두려워서 얼떨떨하여[보기월] 어마지두에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 참 놀라웠습니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날이 바뀐 뒤에 잠이 드는데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어나야 할 일을 만들어 놓습니다. 어제도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슬기틀로 해야 할 일을 앞낮까지 다 해야 했습니다. 슬기틀이 나이가 많다보니 이것저것 손볼 게 자꾸 생깁니다. 그래서 맡기기 앞에 일을 해야 했지요. 거기다 아버지께서 이를 손보러 오시는 날이라 제가 모시기로 해서 때를 맞춰 마중을 나가야 했습니다. 마음 먹었던 대로 모시는 김에 낮밥도 같이 먹고 옷도 사드렸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가서 옷을 사드리는 게 처음이더군요. 늘 말도 못 꺼내게 하시는 바람에 그럴 생각도 못했던 것입니다. 저 혼자 옷을 사러 간 적도 없어서 어느 가게로 가야할지도 몰라 헤매기도 했지만 어찌어찌해서 마음에 들어하시는 옷을 사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좀 더 일찍 사드릴 걸 하는 생각도 들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는 해 드리지 못한 게 생각나서 코끝이 찡해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소복소복 [뜻] 1)담기거나 쌓여 있는 것이 여럿이 다 볼록하게 많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그렇게 볶은 밥을 두 그릇에 나눠소복소복담아 주었더니 맛있게 먹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새해가 된지 보름이 지나도록 하루도 아이들과 집에 있은 날이 없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닌데 일이 그렇게 이어졌지요. 그래서 어제는 바깥 일을 뒤로 미루고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습니다. 함께한다는 게 앞낮에는 아침밥을 챙겨 준 뒤에 저마다 할 일을 했습니다. 저도 설거지를 하고 나서 씻고 나와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고 나니 낮밥 때가 다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으면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을 때가 된다는 말을 하는가 보다 싶었습니다. ^^맛있는 걸 해 주고 싶었지만 갖춰 놓은 것도 마땅한 게 없어서 지난 이레끝에 사 둔 볶음밥을 해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터라고 추어 주는 '오뚜기'에서 만든 것을 일부러 샀었거든요. 모를 때는 그렇게 못했지만 이제 알게 되었으니 될 수 있으면 좋은 일터에서 만든 것을 사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 만들어 놓은 거라서 그다지 할 게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냥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진티 [뜻] 일이 잘못되어 가는 빌미[보기월] 저는 나라를 되찾았을 때 토박이말을 살리지 못한 것이진티가 되어 오늘까지 우리가 이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되찾은지 일흔 두 해가 되어가는데 아이들 배움책에 있는 갈말(학술용어)을 한자로 적어야 하니 마니를 갖고 힘을 빼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나라를 되찾았을 때 토박이말을 살리지 못한 것이진티가 되어 오늘까지 우리가 이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디더라도 그들이 다른 나라 말을 그들 말로 뒤쳐 새로운 말들을 만들었듯이 우리도 그 말들을 토박이말로 뒤쳐 새로운 말들을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 쏟았던 힘과 슬기가 깃든 말들을 찾아 모아 보고 그 말이 쓸만한 것이면 널리 알려 쓰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더 나은 말을 만드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할 때 어떤 말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좋은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성'과 '행성'이 한자말이니 그 한자를 밝혀 주기보다는 '항성'은 '붙박이별', '행성'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릿거리다 [뜻] 1)무엇이 흐릿하고 어지럽게 자꾸 눈에 어리거나 움직이다.=어리대다=어릿어릿하다[보기월] 눈물이 고이면어릿거려서잘 안 보이기도 하고 곧 흘러 내리기 때문입니다. 모람(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마련한 토박이말 갈닦음(연수)를 잘 마쳤습니다. 좋은 분들을 모셨고 알찬 이야기로 채운 갈닦음을 더 많은 분들이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만 누구보다 더 애를 쓴 살림빛 제시남 님과 도움빛 윤아영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큰 손뼉을 쳐 주었습니다. 뒷풀이에서 나눈 이야기처럼 모자란 것들을 채워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갈닦음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겨울다운 추위가 와서 온 나라가 꽁꽁 얼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도 냇물이 얼만큼 추위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엿날은 모자란 잠을 채우고 저잣거리에 갔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살짝 놀랐습니다. 추워서 다들 집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밝날에는 가까이 있는 조카들과 함께 바람을 쐬러 갔습니다. 그곳에도 생각 밖으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춥고 바람이 불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소릿바람 [뜻] 소리가 나간 뒤에 일어나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말소리가 떨치고 뻗치는 힘과 세기(세기와 반향)를 이르는 말[보기월]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자고 힘주어 말하는소릿바람이 더욱 세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어제 날씨는 그제보다 한결 포근해서 좋았습니다. 아침에 껴입고 나갔던 윗도리를 낮에는 안 입고 나가도 그렇게 추운 줄 모를 만큼 말입니다. 풀린 날씨만큼 갈닦음을 함께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한결 풀린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일 어제까지 들은 것들 가운데 배곳에서 아이들과 바로 나눌 게 많지 않아서 듣는 쪽에서 볼 때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었거든요. 토박이말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바탕을 다진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배움 수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차례를 좀 바꿔 알맞게 섞어서 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수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마다 바라는 게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구나 낯선 것들을 반기지 않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핏대를 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 [오늘 토박이말] 진솔 [뜻] 옷이나 버선 따위가 한 차례도 빨지 않은 것 또는 새것 그대로인 것.[보기월] 빨아 두었던 옷을 꺼내 입었는데 제 눈에는진솔처럼 보였습니다. 밤새 추위에 얼었는지 수레 힘틀이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땅밑에 세우려고 내려갔었는데 다들 마음이 같았는지 빈 곳이 없어서 위에 댔었거든요. 많이 더울 때나 추울 때는 사람처럼 수레도 덥고 춥다고 조금 덜 덥고 덜 추운 땅밑에 대고 싶은 마음이 같기 마련일 것입니다. 제 수레는 나이도 많아서 더 마음이 쓰인답니다.^^ 밖에서 낮밥을 먹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겼습니다. 사흘째 밖에서 밥을 먹으면서 오늘은 뭐 먹을까 서로 묻게 되니 말입니다. 곳곳에 밥집이 많지만 마음을 맞춰 가려니 더 어려운가 봅니다. 날마다 밖에서 먹는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쓰일까 생각하니 그렇지 않은 제가 낫다 싶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갈닦음 사흘째 날이었습니다.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과 잘 들어 주시는 분들 마음이 잘 맞아서 어려움 없이 잘했습니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 멀리서 오신 분들께 더욱 더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저도 한 꼭지를 맡은 날이라서 마음을 새롭게 먹고 집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어 림하다 [뜻] 무엇을 꼼꼼하지 않게 설렁설렁 대충 세거나 헤아리다.[보기월] 마칠 무렵어림해보니 거의 다섯 때새를 했더라구요. 날씨가 추워질 거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마 그 바람이 찬 숨씨(공기)를 싣고 왔나 봅니다. 낮밥을 먹고 난 뒤부터는 더 차가워졌거든요. 겨울답지 않은 겨울 날씨를 두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겨울을 느끼게 해 주니 좋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박이말 갈닦음(연수) 이틀째 날이었습니다. 토박이말을 챙겨야 하는 까닭과 '사랑'을 낱낱이 파헤쳐 그 뜻을 여러 모로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거듭 드는 생각이지만 모시기 어려운 분들을 모셔서 듣는 좋은 말씀을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걸 안타까워 하기보다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갈닦음을 마치고 나서 미리 잡혀 있던 모임에 가서 일을 더 했습니다. 마칠 무렵 어림해 보니 거의 다섯 때새를 했더라구요. 그렇게 많이 걸릴 줄 모르고 가는 바람에 손말틀이 꺼져 기별을 받지 못해 집에서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늦은 밤 옷깃을 여미고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