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전하! 종묘사직을 생각하시어 부디 옥체를 보전하소서!” 사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사다. 지금도 대통령의 건강은 일급비밀에 해당하지만, 왕조시대 한 나라의 지존이었던 임금의 옥체(玉體)를 살피는 일은 나라의 존망과 직결되는 국가지대사였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어의(御醫)들에게 진료를 받고 뭇 백성은 구경도 하기 힘든 진귀한 탕약을 매일같이 복용해도, 그 옥체를 보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웠다. 즉위하기까지 받은 스트레스로 임금이 될 무렵에는 이미 몸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임금이 되고 나서도 각종 압박과 과로에 시달리며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임금으로 사는 것’도 어렵지만, 임금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임금의 고뇌와 근심은 줄곧 병이 되어 심신을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내려진 진료와 처방은 그 자체로 진귀한 사료이자 사관들이 미처 기록하지 못한 임금들의 내밀한 감정까지 보여주는 솔직한 기록이다. 현직 한의사 이상곤이 쓴 이 책, 《왕의 한의학(사이언스북스)》은 《신동아》 등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으로, 역사학자가 아닌 이가 썼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가 배우는 과학지식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휴대폰, 백신, 인공장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접하는 과학지식과 그 응용기술은 모두 연구의 산물이며 과학기술 연구의 8할은 실험이고, 대부분의 실험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험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문외한에게는 폭탄 머리 과학자가 투명한 기구에 담긴 괴상한 액체를 관찰하며 밤새우는 신비한 공간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 책은 실험실의 기원과 역사, 실험실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연구윤리의 문제, 공간으로서의 실험실의 특성 등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생기 넘치는 삽화와 함께 담고 있어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실험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과학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이 책은 고려의 문신 이규보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2천 편이 넘는 수많은 시들 가운데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를 읊은 시를 골라 소개한다. 시 속에 등장하는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800여 년 전 고려인들의 식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식물에 붙여진 이름의 유래나 전해 내려오는 일화를 통해 현재 우리의 일상에 꽃과 나무가 어떤 상징물로서 함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많은 남자 중 유일한 여자’ 또는 ‘여럿 중 오직 하나의 이채로운 것’을 뜻하는 ‘홍일점’이란 용어는, 꽃받침이 발달하여 작은 종 모양을 이루며 끝이 여러 개로 갈라지고 여섯 장의 꽃잎이 진한 붉은 빛으로 피는 석류꽃을 본 송나라 왕안석이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이라고 읊은 데서 유래한다. 그리고 동전을 닮은 꽃 ‘금전화’는 노란색이 너무 선명해 ‘금으로 된 부처님’이라는 뜻의 ‘금불초’라고도 불린다. 조경기사인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곁들여 식물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식물마다 그것을 키우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식물의 생육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흔히 볼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 리 는 - 김태영 내가 쓸쓸할 때는 혼자 걷는 너를 생각한다. 내가 울면서 너를 위로하면 너는 웃으면서 나를 위로한다. 우리는 외롭지 않다. 중국 춘추시대 종자기는 거문고 명인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좋다. 우뚝하기가 마치 태산 같구나.” 하였고, 흐르는 물을 마음에 두고 연주하면 “좋다 도도하고 양양하기가 마치 강물 같구나.” 했을 정도로 백아의 음악을 뼛속으로 이해했던 벗이었다. 그런데 그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知音)이 없다고 말한 다음 거문고 줄을 끊고 부순 다음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서 유래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성어 이야기로 종자기는 백아를 알아주는 진정 참다운 벗이었다. 진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고사성어는 이 ‘백아절현(伯牙絶絃)’ 말고도 ‘관포지교(管鮑之交)’와 함께 ‘금란지교(金蘭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 ‘단금지교(斷金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금석지계(金石之契)’ 등이 있다. 특히 ‘지란지교(芝蘭之交)’는 지초와 난초처럼 ‘벗 사이의 향기로운 사귐’을 뜻한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엄홍길’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히말라야 8,000m 14개 산을 오르고, 나아가 위성봉 얄룽캉, 로체샤르까지 더하여 히말라야 16좌를 오른 산악인 엄홍길! 그가 지난 6. 11. EBM 포럼의 강사로 와서 회원들에게 히말라야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회원들은 강연을 들으면서 엄홍길씨가 들려주는 16좌를 오르는 동안의 도전정신, 동료를 잃은 슬픔,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에 같이 웃고, 같이 아파하였지요. 강연이 끝난 후 현장에서 엄홍길씨의 수필집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를 샀습니다. 엄홍길씨는 히말라야 16좌에서 내려온 이후에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하여 가난한 나라 네팔에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지어주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산사나이가 단순히 산에만 눈길을 두지 않고, 이렇게 산 아래에서 따뜻한 휴먼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니, 엄홍길씨야말로 진정한 산사나이라고 하겠습니다. 머릿글인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오른다’에서 엄홍길씨가 그러한 휴먼정신으로 나아가게 된 동기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8,000미터의 산을 서른여덟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친절하게 자신을 설명하는 법이 없었기에 그를 찾아가는 길은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문은 끝이 없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없이 문을 열었지만, 아직도 나는 문 앞에 여전히 서 있다.” 이는 허연 시인의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속초 설악산책(雪嶽山冊) 도서관 입구에는 들어서자마자 눈에 확 띄는 곳에 책 표지를 앞으로 해서 세워둔 테이블이 있다. 이곳에 드나든 지 보름이 넘었지만, 책을 읽으러 온 것이 아니라서 그냥 무심히 지나치다가 오늘 불현듯 ‘가와바타 야스나리’ 책에 시선이 꽂혔다. 표지에 영어로 ‘KAWABATA YASUNRI’라고 쓰여 있는 바람에 활자의 의미를 새기지 않은 채 ‘웬 영어책을 진열했나?’ 싶었다. 보름 동안 이 책이 내 시야에서 ‘영어책’으로 여겨졌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책 장을 넘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보지 못한 무용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머리를 숙여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 목덜미에 삼나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의문당(疑問堂). 추사가 유배 시절 대정향교에 써 준 현판이다. 현판을 지그시 바라보면 학문하는 자는 매사에 의문을 가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대학자의 엄하고도 따뜻한 격려가 느껴져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된다. 그러나 문득, 추사의 인생에 불어닥친 거센 풍파가 머리를 스친다. 이것은 과연, 권학문(勸學文)에 관한 것인가. 추사가 평생 고관대작으로 부귀를 누렸다면 그것이 가장 유력한 해석이겠다. 그러나 추사는 혹독한 유배 시절을 거치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현판에는 훨씬 더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라는 이름의 책은 제주대 교육학과 양진건 교수가 유배문화를 연구하며 쓴 학술서 겸 교양서이다. ‘추사 인생 톺아보기’라 할 수 있는 이 한 권을 읽으면 그가 어찌하여 유배됐으며, 섬에서 보낸 8년 3개월의 시간은 어떠했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지난한 세월을 견뎠는지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교육학 전공자인 저자에게 유배문화는 낯선 주제였지만, 유배문학을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심리학책을 수십 권 읽고 ‘자존감’과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강좌를 수없이 들어도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고 대인관계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인생이 늘 그 모양 그 꼴에 제자리인 이유는 또 뭘까? 자신의 시선이 아닌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감정과 태도조차 누군가에게 휘둘리거나 조종당하기 때문이다. 자기 내면의 근원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은 채 가벼운 인간관계 스킬만 익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관한 몇 가지 잔기술과 노하우만으로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삶이 달라지 않는다. 이는 복통을 치료한답시고 배에 연고를 바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자신감 없는 내 모습’은 나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고, 그렇게 믿도록 나에게 강요한 허상일 뿐이다”라고 귀띔한다. 잠시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약점을 간파한 누군가가 내가 강점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도록 조종하지 않는가?’ ‘내 안의 죄책감을 눈치챈 사람이 내가 자존감을 높이지 못하도록 조종하지 않는가?’ ‘나의 자신감 없음을 꿰뚫어 본 사람이 내가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조종하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 지구에서 가장 오염된 산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에베레스트산, 넓은 대양을 돌고 돌아 북극까지 도달한 플라스틱, 지구 밖 달까지 이른 인류의 쓰레기들. 인간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켰고 이제 인간마저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쓰레기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에 컬러 사진과 이미지들을 결합해 백과사전식으로 구성한 이 책은,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폐기물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 폐기물을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비닐봉지를 빙산으로 표현한 역설적인 표지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쓰레기의 예술적 측면을 조명해보는 섹션에서는 그 여유와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전례 없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후세에 떠넘기게 된 오늘날, 우리나라만 돌아보아도 COVID-19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와 배달 일회용기의 사용이 급증한 탓에 미래 환경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제 막 이 책의 첫 장을 열게 될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양 귀 비 - 김태영 하늘 아래 으뜸이라는 너도 비 맞고 쓰러져 있으니 눈부신 시간도 한순간이었구나 양귀비(楊貴妃, 719년 6월 26일 ~ 756년 7월 15일)는 당 현종의 후궁이자 며느리다. 춘추전국 시대의 서시(西施), 전한 시대의 왕소군(王昭君), 삼국 시대의 초선(貂嬋) 함께 고대 중국 4대 미녀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당 현종 이융기에게 총애를 받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끝끝내 안녹산과 사사명이라는 두 호족 세력이 일으킨 안사의 난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었고 따라서 이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중국의 미인 ‘양귀비’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꽃 양귀비가 있다. 양귀비는 모르핀이라는 마약 성분의 주원료지만,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가정상비약으로 양귀비만 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배앓이에는 특효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어르신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양귀비와 비슷한 것으로 마약 성분이 없이 꽃으로만 즐기는 꽃양귀비(개양귀비)도 있다. 이 꽃양귀비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예쁜 꽃이지만, 문제는 하루만 지나면 꽃이 지는 ‘일화즉사’의 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