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여느 학생과 다름없이 열심히 공부했으며 운 좋게 의대에 입학했다는 겸손한 의사인 저자는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의가 되기까지 당장 눈앞의 목표만 이루면 행복할 거라고 참고 노력했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른 채 그마저도 성실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긴 여행을 선택한다. “현재의 나를 희생해도 미래의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을. 나를 갉아먹으며 가는 길에 성공은 없었다.”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병원에서 퇴사한 그는 항상 어딘가에 소속해 있었고 그것이 주는 안정감에 젖어 있었지만 긴 여행에서 매 순간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들을 만나며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작가의 일시정지는 그토록 꿈꾸던 여행이 익숙함으로 가득한 일상처럼 느껴질 때쯤 멈추어진다. 일시정지로도 바뀌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인 자신을 발견하며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의사로서의 꿈과 보람, 즐거움을 찾으며 병보다는 사람을, 성공보다는 성실한 삶을 우선하는 자신을 새롭게 다짐한다. 이 책은 원치 않는 일상의 멈춤 상태에 있는 우리에게 잠시 쉬며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백제 금동대향로가 우물 속에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백제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멸망의 기로에 서자 백제의 승려들이 향로를 물통에 넣어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300년이 지나 발견되었지만, 백제의 영원불멸을 기도하는 백제인의 꿈을 담은 대항로는 그 아름답고 정교한 160여 개의 형상을 고이 간직한 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국보는 예술적으로도 우수하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투영하고 역사의 변천사 속에 여러 굴곡을 겪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지금까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국보 사진이 수록되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이 잔뜩 올라가 있는 첨성대, 보수하기 전의 불국사의 사진을 보면 우리가 알던 국보의 모습과는 다른 역사의 순간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국보가 품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생동감 있는 역사의 명장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춘 - 허홍구 백성의 소리가 들리는구나 눈보라 치던 황량한 땅 헤치고 너 기어이 일어서서 오는구나 여리고 순한 네 더운 숨결이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사랑의 숨결처럼 달려오는구나 이제 부디 향기의 꽃을 피워라 상처 난 몸과 맘을 어루만져주고 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게 하라 넘어진 사람들 일어서게 하여 다시 한번 더 꿈꾸게 하라 후회 없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게 우리는 추운 한겨울 세수하고 잡은 방문 고리에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던 기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또 눈 덮여 황량한 겨울 들판엔 칼바람 추위 속에 먹거리도 부족하니 사람도 뭇 짐승도 배곯고 움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미국 예일 법대 교수 대니얼 마코비츠에 따르면 엘리트 사립학교의 학생 한 명당 교육에 드는 비용은 전국 공립학교 평균 지출의 6배 이상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상급 학교의 엄청난 투자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는다. 일류 학교를 나와 일류 직장에 취업한 엘리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게으름을 죄악으로 여기며, 일에 파묻혀 사는 것을 성공의 덕목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부의 세습에 있어 태생만이 중요했던 과거 귀족 엘리트들과 달리 현대의 엘리트는 높은 강도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인적 자본을 수단으로 부를 되물림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능력주의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공정성의 대원칙으로 받아들였던 기존의 시각에 반기를 든다. 개인의 능력과 기량에 맞는 보상이라는 능력주의의 합리적 사고 이면에는 엘리트들의 열띤 성과주의 속에 야기된 중산층의 붕괴와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노동하며 과로에 시달리는 소외된 엘리트가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능력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 <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1876년부터 2020년까지 145년간 한식은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만나며 변화했다. 개화기 황실에서는 푸아그라를 포함한 프랑스 정찬 코스요리가 차려졌고, 일부 양반들은 소반 위에 위스키 병을 놓고 위스키를 마시기도 했다. 식민지시대에는 일본식 두부, 빙수가 유행하고, 미원의 원조인 아지노모토가 한국 식탁에 스며든다. 태평양 전쟁 때 우리 국민에게 대용식이 강요되면서 메뚜기, 번데기를 조리하여 먹기 시작했으며, 한국전쟁 직후에는 식량부족 해결과 원조로 받은 미국산 밀의 소비를 위해 분식이 장려되었다. 이후 경제성장과 세계화의 과정에서 인스턴트식품과 외식업이 급성장하였고, 최근에는 한류를 타고 K-푸드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음식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근현대 역사를 따라 음식의 기원과 변화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헤아려보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며, 앞으로 100년을 위해 한국의 낮은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치·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음식의 역사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현재 우리의 음식문화와 우리 음식의 미래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낡고 오래된 한옥골목이 있는 익선동은 최근 복고풍 유행과 더불어 색다른 분위기의 한옥 카페, 호텔, 식당 등이 생겨나며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전통 형태의 한옥이라고 여기는 익선동의 한옥은 사실 1930년대 경성 인구가 급증하며 턱없이 부족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생산된 ‘도시형 한옥’이다. 저자는 근대 건축물이 생겨난 배경과 건축물의 구조,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을 근대소설 속 인물과 줄거리에 접목했다. 해가 들지 않는 도시형 한옥의 행랑채에 사는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 『복덕방』 속 안 초시의 딸 안경화의 무용 공연회가 열린 부민관, 『레디메이드 인생』 속 취업난에 허덕이는 박준구가 일자리를 부탁하고자 찾아간 <동아일보> 사옥 등 실존하는 건축물을 허구 속 인물의 상황에 연결하여 이야기가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근대 건축물에 대한 지식만을 나열했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어낸 이 책을 통해 100여 년이 흘렀지만, 취업난, 주거문제 등 현재의 우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경성의 모습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 향 - 장 만 영 그대 고향에 다녀왔다니 묻노네만 내 살던 창가에 옛 피던 매화는 피었던가 아직은 이르던가. “서양 시인들은 녀자와 장미 (薔薇)를 노코는 시를 못 지으리만큼 녀자와 장미를 노래하엿다 하면 동양의 시인들은 술과 매화가 업고는 시를 지을 수가 업스리만큼 술과 매화를 을펏슴니다. 그는 지나(중국) 시인이 그랫고 일본 시인이 그랫고, 우리 조선의 시인들이 또한 그랫슴니다. 그리고 정다운 고향을 떠나 천리 객장에 몸을 붓친 외로운 손도 고향의 친구를 만나 고향 소식을 무를 때에는 가정의 안부보다도 뜰 압헤 심어잇는 매화의 피고 안 핀 것을 먼저 뭇고 과년한 처녀가 그리운 님을 기다릴 때에도 매화 열매의 일곱 남고 셋 남고 필경은 다 떠러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더욱 간절 하얏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5호(1927년 03월 01일)에 실린 “매화(梅花)와 수선(水仙) 이약이”에 나오는 구절이다. 왜 그렇게 우리 겨레는 매화를 좋아했을까? 조선 중기 문인 신흠의 상촌집에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는 구절이 있다. 매화는 한평생 추운 한파에 꽃을 피워도 향기를 팔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이 책은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물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과목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게 얼마나 광범위하고 다양한지를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설명한다. 20가지 퀴즈 형식의 구성으로 우리가 평소에 궁금했을 법한 내용들, 즉 ‘전화기 줄은 왜 항상 엉켜 있을까?’,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공정하게 나올까?’, ‘질투 없는 케이크 분배’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로 내용을 꾸렸다. 전화기 줄이 항상 엉켜 있는 이유는 실제 고무 밴드나 코일이 엉키는 메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렇게 줄이 꼬여 엉키는 것을 ‘슈퍼코일링(supercoil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내용은 수학 분야 중 위상수학에서 다루는데, 이 책에서는 위상수학자들이 납작한 띠로 고리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함으로써 전화기 줄이 항상 엉켜 있는 이유를 알기 쉽게 말해준다. 수학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책과 음악을 좋아하며 철학과 사색을 소중하게 여기는 최대환 신부가 들려주는 ‘철학자의 음악서재’에는 저자의 삶과 함께한 책과 음악에 관한 사색이 담겨 있다. 저자는 힘든 시기일수록 철학은 혼란한 현실을 바라보는 힘을 준다고 말한다. 릴케는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용기’를, 카뮈 《페스트》는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오해의 아이콘 니체는 인생에서 ‘철학함’의 중요성을, 아리스토렐레스의 ‘현명함’은 ‘때’를, 음악은 고단한 삶과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인도하듯 책과 음악, 사색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덕을 가꾸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책과 음악은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변화할 용기를 주는, ‘오늘의 삶을 위한’ 안내서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지음, 책밥상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입춘(立春, 2월 3일)을 열흘 앞둔 지난 1월 23일 홍릉시험림 안에 얼음새꽃이 황금빛 꽃잎을 피웠다고 알렸다. 아직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얼음새꽃은 봄이 왔다고 그 작고 앙증맞은 몸짓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고 있다. 얼음새꽃은 개화 이전 하루평균기온의 합이 일정량 이상 누적될 때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어진 포근한 날씨에 지난 주말 동안 서울지역 최고기온이 14℃ 가까이 올라가면서 낙엽 아래 숨어 있던 꽃봉오리들이 활짝 핀 것으로 보인다. 매화보다도 더 일찍 눈을 뚫고 꽃소식을 전하는 얼음새꽃은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데 키는 보통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