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흐슬부슬 [뜻]차진기가 없고 부스러져 헤어질 듯한 모양[보기월]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매미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울음 소리도 달라서 어릴 때 울음 소리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던 게 생각납니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다지만 시원하게 씻고 옷을 다 입기 앞에 땀이 나는 저는 더위가 반갑지 않습니다. 집을 나설 때 손쥬련(손수건)을 들고 나가 땀을 훔치며 갑니다. 배곳으로 오는 길, 땀을 닦느라 고개를 숙이니 바닥에 매미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서 그런 것인지 개미들이 달려들어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개미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벌써 그 매미는 한살이를 마친 것일 테지요. 우리가 못 보고 못 알아차리는 사이 그렇게 새롭게 태어나고 또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살이(생물)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음에 고마워해야 하고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서로 먼저 생각해 주고 높여 주며 살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주릅[뜻] 집, 땅, 몬 따위를 사고 파는 데 값을 매겨 주고 돈 받는 것을 일로 삼는 사람[보기월] 제가 할 수만 있다면 토박이말주릅이라도 두고 싶다는 것이지요. 어제 아침에 '내려 놓기'와 '마음 비우기'와 아랑곳한 글을 보고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말을 오래 머리에 담아 두지는 못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해야 할 일들을 챙겨 하느라 바쁘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내가 바라는 많은 것들 가운데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수도 있는데 그게 안 된다고 속을 끓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이런데 어른들 생각이나 마음을 바꾸려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냐 싶었습니다. 이른바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일을 겪고 보니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고장 배곳 갈침이께서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마음을 쓰자는 벼름소(주제)로 움직그림을 만드는 데 도움을 달라고 오셨습니다.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일터(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왜 토박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앞짧은소리[뜻] 1)앞으로 늘품이 없거나 앞날에 좋지 않은 일을 뜻하게 된 말마디[보기월] 누구보다 아이들한테는앞짧은소리를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제 비가 조금 올 거라는 기별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하늘만 보고 비가 안 오는 줄 알고 나갔다가 비를 조금 맞았습니다. 옷이 젖을 만큼은 아니었고 아주 조금 말입니다. 저 말고도 저처럼 비를 맞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장마답게 낮에도 비가 내리다가 그치기를 되풀이했습니다. 때끝꼲기(기말평가) 열매를 보고 싶어 안달을 난 아이들이 아침에 가자마자 저에게 달라붙어 얼른 알려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여느 때 잘하면 절로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 아이들이 그것을 몸으로 겪어 알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만나는 첫날부터 그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리 따라 주는 아이가 없다면 그건 제가 모자란 탓일 것입니다. 오늘 누군가 올려 준 글에 몇 해 앞에 잇달아 여러 사람 목숨을 빼앗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 남긴 말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선생님이 해 준 말을 듣고 나쁜 마음이 자라났다는 것이었죠. 그때 누군가 '착하다'는 말을 한 마디 해 줬더라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서근서근하다 [뜻]1)사람 생김새나 됨됨이가 상냥하고 시원스러우며 붙임성이 있다.[보기월]처음 뵙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참 서근서근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침부터 일이 꼬이고 꼬여서 땀을 더 많이 흘렸습니다. 뜻밖에 일이 일어나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한 때새(시간)를 보냈지요. 그 다음에는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땀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맡겨 둔 일이 다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들고 올라와 나눠 주려고 보니 제가 맡긴 게 아니라서 다시 갖다 놓고 오느라 그랬습니다. 낮밥을 먹으러 가서도 차분하게 밥을 못 먹는 아이들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습니다. 끝내 마지막 쉬는 때는 골마루에서 장난을 치다가 다른 뜸(반) 갈침이한테 꾸지람을 듣는 아이까지 나왔습니다. 하마터면 옆에 있는 애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장난을 치고도 그게 얼마 만큼 큰일이었는지 모르는 아이 때문에 더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토박이말 갈침이 동아리 모임을 서둘러 끝내고 올해 토박이말 겨루기를 어떻게 꾸려 갈지 이야기를 나누러 교육청으로 갔습니다. 지난해와 좀 다르게 더 나은 겨루기가 되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흐무러지다[뜻] 1)잘 익어서 무르녹다[보기월] 배는 부른데 엊그제 얻어다 놓은 참외가흐무러지지않았나 걱정이 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참는 것도 배워야 한다며 버티다가 땀을 줄줄 흘리는 아이를 보고 찬바람틀을 켰습니다. 더워서 안 되겠다던 아이들은 시원해지니 또 슬슬 놀고 싶은지 자꾸 이런저런 말을 걸어 제 갈길을 막았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처럼 아이들 마음도 더워지는가 봅니다. 어제 맛보여 드린 '주럽'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런 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알게 되어 반가웠다는 분, 태어나 처음 보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는 분, 앞으로 써 보겠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읽지도 않고 지나치는 분들이 많지만 이런 분들이 계시니 더 기운이 납니다. 이제까지는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쓸 일이 있을 것이고 나부터 쓰다보면 누군가 옆에 사람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살아나는 것이죠. 서두르지 않고 나부터 둘레 사람들과 나누는 손길이 토박이말을 살리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 배움 동아리를 하러 갔습니다. 뜨끈한 곳에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주럽[뜻] 몸이나 마음이 지쳐서 더없이 고단한 것[보기월] 요맘때 배곳에는주럽이 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제 밤새 나라 곳곳에서 비가 억수처럼 내렸다고 합니다. 메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곳도 있고 수레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기별도 들립니다. 이렇게 억수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를 '억수장마'라고 한답니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온 곳에서는 반갑지는 않겠지만 '억수장마'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시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는 어제 아침에 해가 쨍 났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나기처럼 비가 내리기도 하고, 여우비가 오기도 했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비가 내릴 때 문을 열어 둘 수가 없어 저는 적잖게 땀을 흘렸지요. 이렇게 더위 하나도 견디기 힘든 제 속을 박박 긁고 끓여 주는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겠는지 아시겠지요?^^ 요맘때 배곳에는주럽이 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아도 낯빛을 보면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 "우리는 한 아이 거두어 기르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비슷한 아이 스물 대여섯을 데리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앞돈[뜻] 품삯, 몬값, 빌리는 값을 미리 치르는 돈[보기월] 덥지도 춥지도 않는 봄과 가을에 앞돈을 주고 시원함을 사 모아 둘 수는 없을까요? 어제는 '무더위'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날씨였습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하나도 시원하지 않은 바람을 맞으며 찬바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시원하게 해 주지 못했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는 봄과 가을에 앞돈을 주고 시원함을 사 모아 둘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저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그리 반갑지 않은 땀과 아주 가깝게 지내야 하는 여름이 싫다고 하니 낮이 길어서 여름이 참 좋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느끼고 좋궂음도 저마다 다르니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말이 맞다 싶습니다.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느라 이를 손봐야 하는데 못 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모임이 다른 날로 바뀌는 바람에 이를 손보러 갔는데 잇몸을 찢은 뒤 기워서 아프기도 아프고 밥 먹는데 좀 거슬렸습니다. 이럴 때마다 이가 튼튼해서 손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앞돈'은 '선금', '전금'과 비슷한 말이니 그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서귀다 [뜻]1)서로 바꾸다=교환하다[보기월]그래서 저는 '교환하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서귀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 더 반갑습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짙게 낀 안개와 구름이 햇빛을 가려 어제는 해를 볼 수 없었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물을 머금은 끈끈한 숨씨(공기)를 말리지는 못했습니다. 아침에 오면서 흘린 땀이 쉬어서 쉰내를 내는 아이들이 있어서 코를 막으면서 또 한 마디를 듣습니다. "찬바람틀 좀 틀어요." 더워서 그렇게 되는 거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아직은 그럴 만큼 덥지 않으니 바람틀이 만들어 주는 바람으로 견디자며 달래 봅니다.^^ 날마다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을 어디서 가져 오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날마다 아주 귀찮게 여기는 분들도 없진 않지만 쉬지 않고 들이대니 이제 눈에 들어오신다는 분도 있습니다. 싫다는 분들 마다하는 분들만 봤다면 제가 이러고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말로 글로 힘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숨김없이 말씀드려서 제가 아는 말 가운데 맛보여 드리고 싶은 말도 있지만 저도 몰랐던 말인데 놀랍고 반가워서 맛보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흐리마리하다[뜻]생각, 말, 일, 품(태도) 따위가 똑똑하고 뚜렷하지 않다.[보기월] 무엇이든지흐리마리한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궂은 날씨처럼 일도 기분도 좋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어른으로서 좀 앞찬 생각으로 좀 더 크고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자 다짐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무엇이든지흐리마리한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잘 하겠다고 다짐을 해 놓고 돌아서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다 들어 주고 받아 줄 수도 있고 타이르며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많은 아이들이 받는 아픔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냥 타이르고 기다려 줄 수 없는 게 참일입니다.그나마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함께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가시고자 하는 어버이가 계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함께 힘을 모으면 조금씩 나아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엿날(토요일)은 쉬운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말나눔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나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주니[뜻]1)몹시 따분하고 지루해서 느끼는 싫증[보기월]그렇게 뛰어 놀다가 와서 또 글을 보려니주니가 난 것이지요. 올해는 장마다운 장마가 이어질 거라고 했던 기별과 달리 윗동네에는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어제 아침에도 지나가는 것처럼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 있었고 오늘부터는 사흘 달아서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나라가 작다고 하지만 이렇게 다른 걸 보면 작지도 않다 싶습니다. 때끝꼲기(기말평가)가 몇 날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습니다. 마음에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렵고 모르겠으니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나이에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미리 익히고 다시 익히는 버릇을 들인 다음 여느 날처럼 보내면 걱정할 것도 없지요.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배우고 익히는 버릇을 제대로 들이지 못한 채 배움을 즐기도록 해 주지 못 한 어른들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서둘러 낮밥을 먹고 밥을 다 삼키지도 않고 부리나케 나가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벌겋게 된 얼굴에 땀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