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푸접 [뜻] 남에게 너그럽고 따뜻이 대하는 됨됨이(성질)[보기월] 푸접이 좋다는 말도 어찌보면 그리 반가운 말이 아닐 수도 있지 싶습니다.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하늘은 낮고 어두웠습니다. 어제보다 두꺼운 옷을 입고 가서 그런지 서늘한 느낌을 덜했습니다. 아침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일을 하나씩 해 내느라 눈코 뜰 새도 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러 가지 일 가운데 하나가 셈을 할 게 있었는데 그 일 때문에 일이 밀리는 바람에 더 힘이 들었습니다. 남한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아금바리 챙기는 일도 서툴어서 뒤늦게 바쁜 걸음을 치는 때가 있는데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다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듣지 않아도 될 소리도 듣고 언짢은 낯빛도 봐야 했습니다. 제가 없었으면 안 해도 될 일이라 더 미안했습니다. 여러 사람들 가운데 푸접 좋다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푸접이 좋다는 말도 어찌보면 그리 반가운 말이 아닐 수도 있지 싶습니다. 제 하고 싶은 말과 짓을 마음대로 하며 살면서 마음 아픔 없이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여긴다면 말입니다. 또 겉으로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칠칠하다[뜻] 1)(사람이나 그 말과 짓이)야무지고 반듯하다[보기월] 그런 가운데에도 칠칠한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따뜻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기분이 날씨와 아랑곳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어제는 그 어떤 날보다 더 힘든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참일 집을 나설 때는 챙겨서 할 일도 많고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곧 뭔가 떨어질 것만 같이 낮은 하늘에서는 방울방울 비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서늘해서 가져 간 옷을 껴입고 일을 비롯했습니다. 앉자마자 날마다 하는 일을 틀처럼 해 나갔지요. 조금 일찍 나왔기 때문에 여느 날보다 좀 일찍 아침 일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일을 했습니다. 그때까지가 다였습니다. 아이들과 만날 채비를 하러 간 뒤부터는 궂은 날씨와 같은 기분이 되고 말았습니다.갑자기 매지구름이 바람과 함께 몰려와 투둑투둑 비를 뿌리고 배움방을 흔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바람에 휩쓸리는 나뭇잎처럼 아이들 몸과 마음도 뒹굴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칠칠한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따뜻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쳐 쓰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장대다[뜻]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고)마음속으로 바라고 기다리며 잔뜩 벼르다.[보기월] 토박이말바라기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제대로 하려고 장댄 보람이 있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닷날부터 비가 내려서 비가 그치고 나면 날씨가 더 추워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더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흐렸지만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한 국밥을 낮밥으로 먹으면서 땀이 날 만큼 날씨는 포근했습니다. 엿날 저녁부터 짙게 낀 안개가 밝날 아침까지 걷히지 않는 걸 보면서 낮에는 더 따뜻하겠다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 잔치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나선 막바지 꼬까잎 나들이 때 겉옷은 짐과 다름없었습니다. 햇볕을 보면 덥다 싶어 윗도리를 벗고, 그늘에 서면 서늘해서 입어야 했습니다. 남들 구경 다닐 때 서로 바빠서 못 본 가을 꽃과 꼬까잎을 실컷 봤습니다. 머릿속으로 안친 일을 생각하랴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올해 마지막 가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몸에 베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안고지다[뜻] 남을 해치려 하다가 도리어 제가 해를 입다.[보기월] 거기에 개를 밀어 넣으려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걸 보며 안고진 좋은 보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서로 다투는 일이 더 많은 것 같고 고운 말보다 거친 말을 많이 주받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웃을 일이 없이 보내는 날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을 일을 만들어 주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웃긴 걸 보여주기로 말이지요.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웃긴 것을 찾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본 것들 가운데 남을 괴롭히려다가 제가 당하는 모습을 모아 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개를 밀어 넣으려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걸 보며 안고지는 좋은 보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아이들한테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남을 아프게 하거나 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 저도 비슷한 아픔을 겪고 눈물을 쏟게 될 날이 온다라는 것입니다. 그걸 두려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제발 서로 먼저 생각해 주며 살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바라기'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우대 [뜻] 겉으로 드러난 사람 몸집(체격)[보기월] 허우대는 보면 어른과 다름이 없는데, 하는 걸 보면 틀림없는 아이입니다.여러 날 잠이 쉽게 들지 않을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일이 뜻밖에도 쉽게 풀렸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럴 때가 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을 이대로 주욱 이어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조금은 가붓하게 여기면서 해 나가야겠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막대과자를 들고 오가는 아이들로 적잖게 시끄러웠습니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 잘 알지만 어른 아이 할 것없이 그걸 주거나 받는 일에 마음을 쓰는 걸 보면서 그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걸 노린 것이라 생각하면 무섭기도 합니다.그걸 보면서 하게 된 생각 두 가지가 있습니다.무슨 무슨 '날'을 만들어 즐기는 것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에 '데이'를 넣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데이, 일, 날'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말은 '날'이니까요. 가래떡날이기도 했고 녀름지이날(농업인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 될 일이 일어난 날이기도 했구요.그렇게 무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푸성귀[뜻] 사람이 심어 가꾸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보기월] 푸성귀로 만든 건건이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아이들 몸이 더 튼튼하겠지요? 어제 아침에는 좀 서늘했지만 낮에는 봄날이었습니다. 가자마자 열었던 문이 닫히더니 낮밥을 먹을 무렵에는 열려 있었습니다. 노는 아이들 가운데는 짧은 옷을 입은 아이도 보였습니다. 보는 저는 서늘한데 말입니다. 풀린 날씨처럼 아이들 마음도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름 애를 썼는데 아직은 모자란가 봅니다. 말을 차분하게 들어 준 아이들은 그래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서 이야기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한테는 쓸모가 없었지요.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 자주 들으면 잔소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 제 생각이 조금 짧았다 싶었습니다. 귀로 들려 주는 것보다 눈으로 보여 주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는데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푸성귀라면 입에도 안 대려고 하는 아이도 있지만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푸성귀로 만든 건건이도 가리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치사랑 [뜻] 손아랫사람이 손위사람을 사랑함. 또는 그런 사랑[보기월] 아이들을 보면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왜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들겨울이 지난 뒤 첫날 아침 날씨가 어떤지 몰라 껴입을 옷을 하나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구름 때문에 해가 나오지 않아 더 추울 것 같아서 그랬는데 나가 보니 그리 쌀랑하지는 않았습니다. 낮이 되자 해도 살짝 나오고 들고 갔던 옷을 입을 일이 없었습니다.참일 그동안 아이들 마음과 기분을 받아주는 일과 제가 해야 할 일 사이에서 줄타기를 좀 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 했던 입다짐과 속다짐을 되새기고 이제부터 마음을 다잡고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마음은 언젠가 사무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믿음 빼고는 여러 가지로 제가 모자랐나 봅니다.제 모자람을 채울 수를 찾으려고 내민 손마저 부끄럽게 되고 보니 기운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제가 아니지요. 좀 더디겠지만 제 걸음걸이에 맞춰 제가 먼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천천히 가야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잣다 [뜻] 2)물푸개(양수기, 펌프)로 낮은 데 있는 물을 빨아올리다.[보기월] 그렇게 물을 자아 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흘을 잇달아 비가 내렸습니다. 그동안 오랜 가뭄에 비를 기다리던 고장 분들에게 단비가 될 거라고 했는데 바랐던 만큼은 아니지만 타 들어가던 땅은 참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고장도 쉬지 않고 내리긴 했지만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시골에 다녀왔는데 밝날 앞낮에는 한 때 해가 나기도 했답니다. 막바지 꼬까잎 구경을 나선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분들한테는 그친 비가 반가웠을 겁니다. 비가 왔지만 한뎃잠을 자러 온 사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남다른 느낌을 가졌을 겁니다.비가 그치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하러 갔습니다. 다른 집에서는 곶감을 깎는다고 식구들이 다 모여 있기도 했습니다. 지붕을 갈면서 떨어진 흙을 씻어 내러 갔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물조리개에 담아서 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언제 다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물대롱(호스)을 얻어서 물을 틀어놓고 쓸어 내니 한결 빠르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안고나다 [뜻] 남의 일이나 잘못을 도맡아 짊어지다(대신 맡다).[보기월] 그런데 아이들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을 제가 안고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어릴 때 남다르게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한 동무가 있습니다. 요즘도 모이면 생각지 못한 말과 움직임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어 주는 재미있는 동무랍니다. 어릴 때 여자 아이들 노는 데 헤살을 부리고 했었는데 왜 그랬냐고 물으니 누구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요즘 우리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왜 아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말고는 마음을 드러낼 수를 모르는 것일 겁니다. 자꾸 제게 와서 싫다는 짓을 하는 아이들 마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참일 아이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어서 마음이 좀 언짢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들 탓만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되풀이 했지요. 생각할 것도 많고 일도 많은데 제 어깨에 얹힌 또 다른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을 제가 안고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살손[뜻] 2)일을 정성껏 하는 손[보기월] 하기 싫은 일도 살손을 붙여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제 바람과 달라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고개만 돌리면 내다보이는 벚나무 가운데 다른 나무보다 일찍 붉어져 잎을 떨군 나무가 있습니다. 다른 나무에는 아직 잎이 많이 달려있는데 그 나무에는 이제 잎이 몇 남지 않았습니다. 일찍 겨울나기 채비에 들어간 것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제 밤에 마실을 하면서 본 벚나무들이 생각났습니다. 봄에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꽃을 피웠던 벚나무들은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을 다하고 다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찍 겨울나기 채비에 들어갔으니 또 다가올 봄에 일찍 하얀 벚꽃을 피워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줄 테지요. 우리 아이들도 이런 나무들한테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좋겠는데 늦도록 할 일을 한답시고 잠을 안 자고 있다가 아침에는 깨울 때까지 못 일어납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좀 잘해 주면 좋겠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살손을 붙여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제 바람과 달라 아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