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밖의 넓은 세상을 쓴 《탐라문견록》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저는 아산병원에 문상갈 때 잠실나루역에서 내려 성내천을 건너갑니다. 성내천변을 따라 걷는 맛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잠실나루역 근처에 있는 헌책방을 둘러보는 맛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책보고’라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www.seoulbookbogo.kr)인데, 여기에 30개 가까운 헌책방이 입주하여, 저마다 서가를 차지하고 각자 소장한 책들을 보여줍니다. 책들이 주제 별로 꽂혀있지 않고 헌책방별로 꽂혀있는 것이 조금 흠이긴 하나, 각자의 헌책방 서가마다 돌아보는 맛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문상가면서 ‘서울책보고’를 들렀는데, 여기서 《탐라문견록》이란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탐라문견록》이란 1731년 9월 정운경(1699~1753)이 제주에서 듣고 본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정운경은 제주목사로 부임하는 아버지 정필녕을 따라 제주에 와서 《탐라문견록》을 남긴 것이지요. 《탐라문견록》에는 정운경이 제주 전역을 여행하고 쓴 여행기와 제주의 특산물인 귤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한 글도 있지만,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풍랑을 맞아 이국으로 표류한 제주도민의 이야기를 기록한 표류기입니다. 바다를 소홀히 하여 공도(空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