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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오, 단오장하고, 그네 뛰며 부채 선물하기

[한국문화재발견]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장장채승(長長彩繩:오색의 비단실로 꼰 긴 동아줄) 그넷줄 휘늘어진 벽도(碧桃, 선경[仙境]에 있다는 전설상의 복숭아)까지 휘휘 칭칭 감어 매고 섬섬옥수(纖纖玉手) 번듯 들어 양 그넷줄을 갈라 잡고 선뜻 올라 발 굴러 한 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머리 위에 푸른 버들은 올을 따라서 흔들 발밑에 나는 티끌은 바람을 쫓아서 일어나고 해당화 그늘 속의 이리 가고 저리 갈제”

 

   

▲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그네뛰기와 창포물에 머리감는 모습이 나온다.


이 구절은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서 춘향이가 그네 타는 장면인데, 그네뛰기는 단옷날의 대표적 민속놀이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설날, 한식, 한가위와 함께 단오를 4대 명절로 즐겼지만 이제 그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단오의 이름들과 유래  


단오는 단오절, 단옷날, 천중절(天中節), 포절(蒲節 : 창포의 날), 단양(端陽), 중오절(重午節, 重五節)이라 부르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 한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오(午)'는 다섯으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한다. 중오는 오(五)의 수가 겹치는 음력 5월 5일을 말하는데, 우리 겨레는 이날을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생각했다. 음양철학에 따르면 홀수를 '양(陽)의 수'라 하여 좋은 수로 여겼다. 따라서 이 양의 수가 중복된 날은 단오와 함께 설(1월 1일), 삼짇날(3월 3일), 칠석(7월 7일), 중양절(9월 9일) 따위로 모두 명절이다.  


고대 마한의 풍속을 적은 《위지(魏志)》 <한전(韓傳)>에는 씨앗 뿌리기가 끝난 5월에 사람들이 모여 신(神)에게 풍년을 비손하는 제사를 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때의 풍속이 전해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려가요 《동동(動動)》에 단오를 ‘수릿날’이라 하였는데, 조선 후기에 펴낸 동국세시기》 5월조 기록을 보면, 수릿날은 쑥떡을 해먹는데 쑥떡 모양이 수레바퀴 같다 하여 '수리'라 했다고 나온다. 여기서 수리란 고(高)·상(上)·신(神) 등을 의미하는 옛말인데, '신(神)의 날', '으뜸 날'이란 뜻이며, 모함을 받은 중국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지조를 보이려고 수뢰(水瀨:급류)에 빠져 죽어 이 날 제사를 지냈다 하여 수릿날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단오는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초여름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이기도 하다. 단오행사는 북쪽으로 갈수록 성했고 남으로 내려오면 단오보다는 한가위를 더 크게 즐겼다. 또한, 단오는 중종 13년(1518) 설날·한가위과 함께 ‘삼대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단오 세시풍속, 창포물에 머리감고 부채 선물하기  


단오도 명절이기에 단오장, 단오첩, 부채나누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같은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있었다.  


먼저 단오장(端午粧)은 단옷날 아낙네들이 특별히 하는 화장을 말한다. 아낙네들은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머리에 꽂아 두통과 재액(災厄)을 막고,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냈다. 또 단옷날 새벽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피지 않고 피부가 고와진다고 생각했다.


 

   

▲ 창포물에 머리감기(남산골 한옥마을 제공)



아낙네들이 단오장을 할 때 남자들은 단옷날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데, 그렇게 하면 '귀신을 물리친다.'라고 믿었다. 단옷날 가운데서도 오전 11시∼오후 1시인 오시(午時)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때로 농가에서는 약쑥, 익모초, 찔레꽃 따위를 따서 말려둔다. 오시에 뜯은 약쑥을 다발로 묶어서 대문 옆에 세워두면 재액을 물리친다 했다. 그리고 창포주 등의 약주를 마시는 것도 나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날 궁궐에서는 신하들이 시를 써서 궁궐 기둥에 붙인다. 이를 “단오첩(端午帖)”이라 하는데 입춘날의 입춘첩(入春帖)과 같은 맥락이다.  


또 해마다 단오에 공조(工曹)에서는 부채를 만들어 임금께 진상(進上)하는데 임금은 이 부채에 자연 경치, 꽃, 새 따위 그림을 그려 신하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에는 더위 타지 말고 건강히 지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을 동지의 달력 선물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한다.

 

   

              ▲ 단오 때 부채 선물, "더위 타지 말고 건강하거라" (그림 이무성 작가)



그밖에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는 단옷날 정오에 대추나무 가지를 치거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아 더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하는 풍습도 있었는데 이는 다른 말로 '가수(嫁樹)'라고도 한다. 아낙네들이 쑥, 대쪽, 헝겊 따위로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 단옷날 머리에 이면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던 -호랑이’  풍속도 있다.

 

단오 시절음식, 수리떡ㆍ앵두화채ㆍ제호탕  


단오 이후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습기가 많아 병이 생기거나 여러 가지 나쁜 일이 생기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풍속이 많았다. 곧 음식을 장만하여 창포가 무성한 물가에서 물맞이 놀이를 하며 액땜을 했고, 잡귀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탈놀이를 했다. 그런데 단오 액땜 풍속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풍속이다. 수리취떡(혹 수리떡), 앵두화채, 제호탕 등 단오 무렵 즐겨 먹던 음식은 마음과 몸의 건강을 동시에 생각한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 담겨 있다.


 먼저 단옷날의 대표적인 음식 수리떡이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이 날은 쑥잎을 따다가 찌고 멥쌀가루 속에 넣어 반죽을 하면 초록색이 나는데 이것으로 떡을 만든다. 그리고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를 찍어 빚는다."는 풍속이 전한다. 이것이 바로 수리떡이다. 다른 말로는 ‘수리취 절편’ 또는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한다. 단옷날에는 단오 전날 밤이슬을 맞혀 두었던 여러 가지 풀을 가지고 단옷날 아침에 떡을 해먹었는데 이를 “약떡"이라 한다.  


단오의 제철 과실에는 앵두, 오디, 산딸기가 있다. 이 가운데 앵두는 한방에서 위를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단오 무렵 무더위로 허덕일 때 입맛을 돋워 주는 음식 재료로 쓰인다. 단오에는 앵두 씨를 빼고 꿀에 재었다가 다시 꿀물에 넣은 “앵두화채”를 먹는 것도 별미였다.

 

   

▲ 제호탕(지명순 교수 제공)


또 단옷날에는 “제호탕(醍瑚湯)”도 먹었다. 제호탕은 덜 익은 매실을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오매(烏梅)를 잘게 빻아 끓는 물에 가루를 넣어 마시거나 아예 꿀에 버무려 냉수에 타서 들이키는데 새콤한 맛이 난다.  


이밖에 “준치만두”라는 명절음식도 있다. 준치만두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의 그 준치를 가지고 만든 만두다. 또 단오 무렵에는 준칫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영양식으로 좋다. 갖은 양념을 하여 재워 둔 준치 살과 쇠고기를 두부, 오이와 함께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입혀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장국에 넣어 먹으면 훌륭한 여름철 보양식이 된다.

 

단오의 민속놀이, 그네와 씨름 그리고 단오굿 
 

 

   

▲ 그네뛰기(이무성 한국화가), 씨름도(단원 김홍도)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는 그네뛰기와 씨름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에 부녀자들이 그네 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네뛰기를 큰 행사로 할 때는 통나무를 양쪽에 세우고 그 위에 통나무를 가로질러 묶은 다음 그넷줄을 메는 '땅그네'로 했다. 종목은 '높이뛰기', 그네 앞에 장대를 세우고, 장대에 방울을 달아놓아 발로 차도록 하는 '방울차기', 두 사람이 마주 올라타고 뛰는 '쌍그네뛰기'가 있었다.  


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씨름도 있는데 종류에는 왼씨름, 오른씨름, 띠씨름 세 가지가 있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쥐고 왼손으로 상대방의 샅바를 잡는데 이것을 바른씨름(오른씨름)이라 하며, 경기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주로 했다. 손잡는 것이 반대인 것을 왼씨름이라 하는데 함경, 평안, 황해, 경상, 강원도 등에서 했고, 띠씨름은 허리에다 띠를 매어 서로 잡고 하는 씨름인데 '허리씨름' 또는 '통씨름'이라 하며 주로 충청도에서 했다. 이렇게 따로 치르던 씨름은 1931년 제2회 전조선씨름대회부터 ‘왼씨름’한 가지로 통일되었다. 따라서 현재 대한씨름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씨름 경기와 각 학교에서 가르치는 씨름은 ‘왼씨름’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단오절에 '단오제'나 '단오굿' 행사를 했다. 그러던 것이 조선총독부의 문화 말살정책과 대한제국 이후 신파연극이나 영화 등에 밀려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강원도 강릉지방의 강릉단오굿, 법성포 단오제 등이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다만, 북한은 해마다 단오를 민속명절이라 하여 휴식일로 정하고 하루를 쉬게 하고 있다 한다.

 

   

                    ▲ 강릉 단오장의 굿당(문화재청 제공)



오늘은 단오, 이제 명절로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그 의미라도 새기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특히 주변에 부채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