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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족의 은서(隱鼠-두더지)로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19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대두도의 여인은 모호한 말을 던지면서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김충선의 가슴과 복부를 노리고 쇄도해 들었다. 대두도의 칼끝이 성난 뱀처럼 달려들자 김충선은 다시 뒤로 다섯 걸음이나 빠르게 물러났다. 그녀는 이번에 펄쩍 도약하면서 대두도를 수직으로 뻗어왔다. 연약해 보이는 여인이었으나 이번 공격은 태산도 붕괴시킬 것만 같은 힘이 느껴졌다. 

물러가라!” 

김충선은 간발의 차이로 상대의 칼날을 무위로 돌리는 한편 빙글 몸을 돌리면서 손을 뻗어갔다. 상대방의 맥()을 움켜쥐기 위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대두도의 여인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그녀는 칼과 함께 허공으로 원을 그리면서 민첩하게 빠져 나갔다.  

역시 제법이군.” 

그녀의 입에서 뱉어진 말이지만 김충선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인정한다. 너의 칼솜씨는. 그렇지만 이런 암습은 곤란해.” 

미안하다. 다른 방도가 별로 없어서.” 

이대로 물러간다면 용서하지.” 

감히 누구의 땅에 들어와서 누굴 용서한다는 것이냐? 넌 여진으로 와서는 안 되는 위인이었다. 어차피 내 손에 죽어야 할 운명이었어.” 

대두도의 여인이 다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수법을 동원하리라고 예상 되었다.  

정녕 원한다면 상대해주마.” 

 

   
 
김충선은 빈손이었으나 두 팔로 수비 자세를 잡았다.
파팍!
그때 갑자기 땅속에서 귀신의 손과 같은 갈고리가 뻗어 나와서 김충선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전혀 미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몸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김충선은 모골이 송연하였다. 역시 꿈이 불길했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김충선은 대두도의 여인을 애당초 쉽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보통 이상의 무공을 습득하고 있었으나 김충선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독으로 오지 않았으리라는 예상은 했어야 했다. 

잘 가세요, 조선에서 오신 양반!” 

대두도의 여인이 달려왔다. 대두도의 칼날이 바람을 타고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때 총성이 울렸다.
! 하는 기음과 더불어서 대두도의 넓은 칼날이 쨍! 하고 동강이 나서 떨어져 버렸다. 대두도를 총이 맞춰버린 것이다.  

이건 뭐지?” 

대두도의 여인은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설마 단발에 의해서 대두도가 부러져 나갈 줄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간 그 덕분에 김충선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김충선은 자신의 발목에 걸린 갈고리를 허리 굽혀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야앗!” 

김충선이 이마에 핏줄을 새기면서 힘을 주어 당기자 갈고리와 더불어서 시커먼 괴인 한 명이 갈고리에 딸려서 지면을 뚫고 나왔다. 땅속에 숨어서 사람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본에서 간자 수업을 받았을 당시에 지면의 색과 유사한 보자기를 이용하여 몸을 숨기고 기습을 가하는 훈련을 수행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땅속에서 움직이는 괴인은 처음이었다. 김충선은 괴인의 가슴팍을 발로 내질렀다.  

크커컥.” 

괴인은 저만치 지면을 굴러가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키가 어른의 허리정도 밖에 오지 않는 왜소한 체형이었다. 몸은 짐승의 가죽으로 된 일자형의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고 양 손에는 땅을 파고들 수 있는 갈고리가 쥐어져 있었다.  

하다족의 은서(隱鼠-두더지)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