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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온 놈을 죽이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20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총을 들고 등장한 인물은 패륵이었고 그 뒤를 따르던 일패공주가 괴인의 정체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김충선은 그들 남매가 동시에 나타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사부님, 이 제자의 솜씨가 놀랍지 않습니까?”  

패륵의 큰소리에 일패공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발사된 총에 그녀의 칼이 우연히 맞았을 뿐이지. 이것이야말로 장님이 문고리를 잡은 격이야.” 

그것은 사실이었다. 본래 패륵은 김충선을 기습한 대두도의 여인을 겨냥 했지만 총알은 그녀를 비켜서 칼을 동강낸 것이었다. 김충선은 새벽에 등장한 이유를 그들 남매에게 묻고 싶었지만 일패공주는 대두도의 여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일패공주의 입에서 앙칼진 외침이 새어 나왔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건주여진의 손님을 노린 것이냐?” 

대두도의 여인도 만만하지 않았다. 

내 입에서 나오리라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건방진 계집이로구나.” 

일패공주는 갑자기 호각을 입에 대고 불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방에서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병사들은 일패공주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잡아라. 항복하지 않고 반항하면 죽여도 무방하다.” 

 

   
 
창검을 쥐고 있는 병사들이 이제는 대두도가 부러져 없는 여인에게 서서히 접근해갔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날렵한 비도를 두 자루 꺼내어 양 손에 움켜쥐었다. 항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다족의 은서란 인물 역시 대두도의 여인과 행동을 함께 할 모양으로 갈고리를 치켜세웠다. 

조선에서 온 놈을 죽이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 

대두도의 여인은 이빨을 악물었다. 김충선은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정면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런 김충선의 돌발 행동에 대해서 일패와 패륵의 안색이 홱 변하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요?” 

김충선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찾아온 손님이시니 의당 내가 영접해야 하지 않겠소?” 

방금 전에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몰라요? 반 토막이 날 뻔 했다고요!” 

그랬소? 하지만 지금은 멀쩡하지 않소. 난 매우 운이 강한 편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설마 여인네의 손에 유명을 달리 하겠습니까. 공주라면 몰라도.” 

김충선은 오히려 농담까지 건넸다. 방금 전에 실로 참혹한 광경이 벌어질 뻔 했던 것은 까맣게 잊은 사람 같았다. 대두도의 여인은 조선에서 온 장수가 소문대로 평범하지 않은 내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의 위기 상황에서도 사실 그는 공포의 표정을 짓지는 않았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란(阿蘭)은 손에 쥐고 있는 비수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부러져나간 대두도를 힐끔 살피면서 그녀는 신형을 날렸다. 

!” 

그녀가 비수를 종횡으로 난무하며 김충선에게 달려들자 왜소한 은서 역시 갈고리를 휘두르며 공격에 합류했다. 김충선은 마치 그러한 공세를 기다렸다는 듯이 훌쩍 몸을 날리면서 은서를 움켜쥠과 동시에 앞으로 당겼다.  

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