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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음모의 장 21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하다부족의 은서는 김충선의 완력을 당하지 못하고 주르르 당겨졌다. 그때 아란의 비수는 김충선의 요혈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으나 오히려 은서의 어깨와 가슴을 찌르는 꼴이 되었다. 김충선의 절묘한 동작에 아란은 동료를 찌르고만 것이다.

“이, 이런?”

아란은 비수를 손에서 놓치며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비수는 은서의 가죽옷을 뚫고 박혀버렸다. 금세 핏물이 고여 흘렀다. 패륵이 놀란 눈으로 누나 일패공주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김장군이 보여준 맨손 무예는 무엇입니까? 저것도 배우고 싶습니다. 사부님에게요! 오오, 정말 대단했어요.”

“안돼!”

아란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들어서 은서를 부축했다. 얼굴색도 거무스름한 괴인 은서는 눈을 껌벅였다.

“아...파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내가 널 찌르다니!”

“나...... 죽게 되나요?”

“아니야. 널 이렇게 내 손으로 죽일 수는 없어.”

“그래도 피가 나...는데.......피가 나면 죽는 거잖아요.”

괴인답지 않게 하다부족의 두더지 은서는 어린애 응석을 부렸다. 아란은 그런 은서를 상대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가 널 이렇게 만들다니! 내 손으로 널 찔렀어? 내 손으로 말이야. 믿을 수가 없어. 미안...해 은서, 죽으면 안 돼.”

김충선은 이들 남녀의 어이없는 행동에 실소가 나왔다.

“죽지 않소. 가죽옷이 두꺼우니 뼈를 상하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요. 엄살은 그만 부리라고 하고.”

하다부족의 아란이 표독스럽게 김충선을 노려봤다.

“당신의 눈에는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요?”

“그 정도 피를 쏟는다고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소, 오히려 그런 걱정 보다는 나를 제거하지 못한 책임을 더 두려워야 하는 것 아니요?”

아란은 냉소를 머금었다.

“내게 두려움 따위는 없어요.”

“그럴 리가? 좀 전에도 동료가 죽으면 안 된다고 서럽게 울지 않았소?”

“그런 적이 있었나요?”

일패공주가 불쑥 나섰다.

“그런 것들을 언제까지 봐 주려는 거죠?”

“왜 날 노렸는지가 궁금해서요.”

 

   
 

일패공주가 턱으로 병사들이 행동 하도록 지시했다. 건주여진의 병사들이 달려들어서 아란과 두더지 은서를 꽁꽁 포박하였다. 은서는 부상을 당하고 있었기에 꼼짝도 하지 못했으나 아란은 심하게 반항했다.

“하다부족은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최후의 일인이 남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칸 누르하치에게 전하라!”

김충선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혀끝을 찼다.

“쯧쯧, 모든 부족이 하나로 통일되고 있는 마당에 역행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모르는 모양이군.”

“난 절대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하다부족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침범하지마라. 우리 영토를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 우린 통합도 싫고 이주도 원하지 않는다.”

일패공주가 갑자기 칼을 뽑아서 아란의 목에 갖다 대었다.

“여진의 통합을 거부하는 부족에게는 죽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란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내게 어떤 패악을 저질러도 좋지만 그 땅에서 제발 머물게 해다오.”

일패공주는 시선을 김충선에게 던지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하다부족의 저것들을 끌고 가라.” 아란은 끌려가면서도 간절히 애원했다.

“우리 부족은 그대로 지금 그곳에서 살게 해다오. 제발 부탁이다.”

김충선은 뒤이어 끌려가는 두더지 은서에게 물었다.

“하다족장이 너희들을 보낸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