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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23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수군을 폐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도원수 권율은 조정에서 논의되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정유년의 일본 재침략이 시작되고 있는 이러한 시기에 일본과 조선 사이의 바다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였다. 노여움이 노장군의 목에 선명한 핏줄을 만들었다.

“이것이 과연 주상의 뜻인가?”

이순신 역시 안색이 파리하게 변하였다.

“이런 어이없는 결정이 조정에서 논의 되었단 말입니까?”

원균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죄인처럼 몸을 도사렸다. 권율이 가지고 온 소식은 조선의 수군장수들을 모조리 맥 빠지게 만들어 버렸다.

“수군이 폐지된다면 우리의 목표가 어찌 되는 것이요?”

곽재우는 다소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어느 누구도 그 물음에 쉽게 답을 할 수는 없었다. 수군이 폐지된다면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정도령은 몸가짐에 흐 뜨러짐이 없었다. 이울이 분노를 삼키며 중얼거렸다.

“조정에서는 이미 조선 수군에 대하여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것으로 판정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판옥선 몇 척으로 장대한 남해바다를 수호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겠지요. 무모한 행위를 그만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육군으로 변경하여 조선을 위해 최선의 전쟁을 치루라는 어명 아니겠습니까.”

“임금의 어명이란 것이 어찌 이리 개똥같습니까?”

정도령이 상식에 벗어난 어조를 툭 던졌다. 권율을 비롯한 전원이 깜짝 놀라서 정도령을 직시하였다. 임금에 대해서 이런 불손한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국문(鞠問)으로 다스려야 할 군왕 모독죄에 해당 되는 것이었다.

 

   
 

“무엄하다! 그대는 누구인가?”

가뜩이나 불만이 가득한 권율이었기에 노성을 토해냈다.

“소생은 정도령이라 합니다. 도원수의 위명을 오래전부터 흠모해 왔습니다.”

권율이 계속 다구 치려고 할 때 이순신이 중간에 끼어 들어서 분위기를 바꾸었다.

“신의 보고서를 받으셨습니까?”

권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신의 보고에 의하면 배설이 몰고 온 판옥선 12척을 보수, 보강하고 있으며 회항 직후 떠돌고 있던 정예수군, 탈영직전의 수군 등 500 여 명을 모아서 특별 훈련에 착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수군을 폐지한다면 그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신은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궐율은 답변이 궁색하였다. 이순신을 반역도라 하여 의금부로 압송 했을 당시에도 그랬지만 이번 수군폐지 역시 임금의 처사로는 마땅하지 않았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눈초리도 일그러져 있었다.

“도원수, 이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요? 수군을 폐지한다는 것은 조선을 포기 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르옵니까?”

권율은 그래도 변명을 해야만 했다.

“수군폐지가 조정의 방침으로 결정 된 것은 아닐세. 다만 논의가 되고 있는 사안 일뿐이지.”

“그 따위가 논의 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입니까?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이러한 시기에 수군폐지를 강조하는 임금의 심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 중요한 시점에서 그런 쓸모없는 논쟁을 유발 시키는 임금의 의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