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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2권" 전략의 장 24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정도령은 고함을 내질렀다. 선천적인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되었던 정도령의 분노는 이상한 위엄으로 중인들을 압도 하였다.

“이 사람이 죽어야 합니다. 임금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은 신의 불찰입니다. 조선 수군의 명예를 추락시킨 장본인으로 신을 처벌해 주십시오. 어전에서 목을 늘어뜨리고 죽기를 자청하겠나이다.”

원균 장군이 권율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한 원균을 대하자 도원수 권율은 가슴이 미어졌다. 출정하기 싫어하던 원균에게 곤장을 쳐서 바다로 내 몬 것이 자신이었던 까닭이었다. 정도령이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원 장군의 탓이 아닙니다. 임금의 목표는 언제나 정해져 있었습니다. 수군폐지의 핵심에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있습니다.”

갑자기 적막한 고요함이 그들에게 한꺼번에 휘몰아쳐 들었다. 정도령의 지적에 대해서 감히 누구도 반박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임금 선조는 언제나 백성들에게 신망 받는 이순신에 대해서 위기감을 지니고 있었다. 임금은 병적으로 이순신을 두려워했다.

“수군이 폐지되는 것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곽재우가 이를 악물면서 소리쳤다. 이순신이 의금부에 감금되어 있을 때 그를 위해서 7천 의병과 행동을 같이 하려고 했었던 홍의장군은 또 다시 의기가 끌어 올랐다. 권율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임금의 뜻이라면 누가 과연 막고 나설 수 있겠는가?”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왕의 파행을 가로 막을 수 있는 권력은 결코 조선에 있지 않았다. 권율의 독백에 대해서 정도령이 응대했다.

 

   
 

“있습니다. 조선에......그런 분이 있지요.”

권율을 비롯한 전원의 시선이 정도령에게 모아졌다. 그때 약관의 젊은이가 그들의 사랑방 안으로 성큼 들어서면서 물었다.

“아버님이 소자를 보내시어 바로 그 방도를 듣고 오라고 명하시었습니다.”

유성룡의 아들 유진이었다. 먼 길을 걸어왔던지 먼지가 뽀얗게 의복을 뒤덥고 있었으며 그 곱던 얼굴도 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정도령이 그런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세자 광해군입니다.”

* * * 광해군은 서애 유성룡의 방문을 받았다.

“세자저하를 뵈옵니다.”

“영상께서 이리 찾아와 주시다니요? 실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설마 평범한 문안은 아니실 테고 어떤 문제입니까?”

“전하께옵서 수군폐지를 단행 하시려고 하십니다.”

유성룡은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전달하였다. 광해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조금은 놀란 빛이 역력했다.

“결국 그러한 지경까지 가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