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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25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기자]  임금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질책이 그 말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서애 유성룡은 혀로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세자 저하만이 해결하실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집니다. 수군의 폐지는 조선의 전 군권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불가합니다.”

“대감 정도라면 능히 해결하실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랬다면 신이 어찌 세자저하의 도움을 받고자 왔겠습니까. 전하의 심중에는 수군의 통제사 이순신과 신의 관계를 미심쩍어 하십니다.”

광해군은 의표를 찔렀다.

“영상이 수군폐지를 강력히 반대한다면 상감마마의 그 의심이 눈덩이처럼 자꾸 불어날 것이지요. 그 역할을 내게 맡으라는 압력을 넣으시기 위해 오셨구려.”

“신을 도와주소서.”

“내게 그럴 힘이 있다고 믿으시는 겁니까?”

“물론이옵니다.”

광해군은 갑자기 웃어댔다. 그 웃음은 어쩐지 처량하기도 했고, 다시 들으면 화를 가장한 웃음인 것 같기도 하였다. 분간이 모호한 웃음이었다.

 

   
 

“영상은 언제나 내게 갈등을 안겨주는 분입니다.”

서애 유성룡은 광해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광해군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서애를 찾아와 세자의 길을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성룡은 한 번도 시원한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다. 유성룡은 언제나 신중했다. 선조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광해군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었다.

“수군이 폐지된다면 조선은 참으로 명나라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밖에는 없사옵니다. 육군에 이어서 수군마저 명나라에 의해서 좌우된다면 세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무슨 뜻이요?”

“명나라가 광해군 저하의 세자 책봉에 반대 입장을 취한 것은 익히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광해군을 세자로 봉하는 것에 대해서 명나라는 장자인 임해군에게 우선권이 있음을 강조하며 이의를 제기하였던 것이다

“조선의 중대사를 가지고 상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통탄할 일이요. 대관절 우리 조선이 언제까지 명나라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것이요?”

“그 때문이라도 수군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을 구하는 목적에 동조해야 한다? 이번에도?”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광해군은 씁쓸한 눈빛을 던졌다.

“내가 보기에는 그리 보이지 않소.”

서애 유성룡은 이제 광해군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세자 저하의 안목이 옳으실 것입니다. 조선은 훌륭한 장수가 필요하옵니다. 이순신은 수군의 통제사로 반드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신하이옵니다.”

유성룡의 정면 돌파적인 발언에 광해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방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유성룡은 침묵을 유지하며 그의 돌발 행동을 지켜보았다.

“수군폐지를 막고 이순신장군을 돕는다면, 내게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이요?”

어떤 이익이 있을 것인가? 유성룡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광해군을 바라보았다. 총기가 남다르고 의연했으며 사고(思考)도 깊은 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