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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나라 2권" 전략의 장 26회

[한묵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임진전쟁이 발생하여 피난도중에 황급히 세자에 책봉되어 분조(分朝=임시로 왕권을 나눔)의 책임자로 활략하였으며 무군사(撫軍司)의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나이는 스물 셋이었지만 정치적 경험과 식견은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세자 광해군 역시 현재는 선조에 의해서 상당한 견제를 받으며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세자께옵서 수군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신은 일본 재침략에 대항하기 위해서 세자 저하를 동궁 전에서 풀어드려 경상과 전라지방에서 군량과 병기의 수집 등 활동을 하시도록 윤허(允許)를 받겠나이다.”

거래였다.

“그래요?”

광해군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기회가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동궁전에서의 갑갑함과 조급증은 거의 정신병자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만일 그녀 장예지가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 했을지도 몰랐다. 우연히 청계천 수표교에서 그녀를 만나 데리고 왔었고, 장예지는 급격히 우울해 하고 사나워지는 광해군에게 누이처럼 부드럽게 다독이며 속삭여 주었다.

- 세자 저하, 마음을 비우소서. 비어있는 그릇에는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나이다. 하늘이 무심하지 않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옵니다. 몸과 마음을 보중하소서. -

장예지의 조언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를 곁에 머물게 했던 것은 실로 옳은 결정이었다. 문득 그녀가 그리워졌다. 광해군은 서애 유성룡과의 자리를 서둘렀다.

“전하를 알현하도록 하겠소. 수군폐지의 불가함을 주청하리다.”

 

   
 

* * * 선조의 용안이 상기 되었다.

“수군폐지가 불가하다? 누구의 주장이더냐? 영상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광해군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왕은 언제나 두려운 존재였다. 정국을 주도하는 수법이 탁월 하였고 왕권의 위엄을 강조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술수에도 능수능란하였다. 광해군 역시 선조의 기만에 여러 번을 농락당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은 무군사 시절에 광해군을 측근에서 보필했던 김덕령을 선조가 고문으로 죽여 버린 사건으로 광해군의 날개를 꺾어 버리고자 단행 되었던 선조의 만행이었다.

“영상의 판단이 미혹했던 적은 없었나이다. 생각해 보소서. 일찍이 영상은 도원수 권율과 통제사 이순신을 천거하였나이다. 이들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보여줬던 활략을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겠나이까? 지난 피난시절에는 영상이 분조를 주장하여 소자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서 조정으로부터 이탈한 민심을 수습하고 전쟁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나이다. 또한 아바마마의 명나라 망명을 눈물로 저지하여 그나마 왕권을 유지하는데 혁혁한 공이 있사옵니다. 영상의 올바른 판단을 외면하지 마옵소서.”

하나같이 맞는 증언이라 할 수 있었다. 선조는 세자 광해군을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핏기가 없는 얼굴이 아직도 병중임을 짐작하게 하였다.

“세자의 말이 올바르다. 영상은 과인에게 과분한 신하이다. 하지만 세자, 명심해 두어라. 왕권을 유지하는 것은 재상의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임금의 독단적인 신념으로 가능한 것이다. 너에게만 고백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