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8℃
  • 맑음강릉 24.5℃
  • 맑음서울 17.6℃
  • 맑음대전 16.9℃
  • 맑음대구 17.1℃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7.7℃
  • 맑음부산 18.3℃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3.6℃
  • 맑음보은 14.4℃
  • 맑음금산 14.8℃
  • 맑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3.8℃
  • 구름조금거제 14.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27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는 용상에서 일어나서 몸소 계단을 내려와 세자를 마주했다. 천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선조와 광해군. 아버지와 아들이 바로 지척 간에 만났다. 눈앞에는 아버지의 눈과 코, 입과 수염이 맞닿을 듯 있었다. 얼음덩이처럼 싸늘하게 가슴을 압박하던 아버지 선조의 두려움이 봄눈 녹아 흐르듯이 사라져 버렸다. ‘너에게만 고백하마!’ 아들 광해군에게만 고백한다는 고백이 광해군의 얼어붙은 심장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시옵소서.”

조선임금 선조 이연이 광해군의 귀에 속삭였다.

“애비는 이순신이 두렵다.”

임금이, 자신의 권위를 모조리 내던지고 자식에게 호소했다. 임금과 신하로서가 아닌 개인 그대로의 선조 이연은 몹시 지치고 고통스러웠으며 외로웠다. 광해군의 눈에서 핏물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익호장군도 그리 하셨던 것입니까?”

선조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느냐?”

“소자의 유일한 장수였습니다.”

“그래. 과인이 예민하였다.”

광해군의 분조 활동으로 선조의 명성을 능가하자 왕은 또 두려웠다. 왕권을 이양(移讓)하라는 백성들의 요구가 들려오자 선조는 그 조짐을 애초에 제거해버릴 요량으로 광해군의 남자 김덕령을 제거해 버린 것이다.

 

   
 

“인정하시는 겁니까? 소자에게 사과 하시는 겁니까?”

광해군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선조는 냉정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더 절실하구나.”

“수군을 폐지해야 할 정도로 통제사 이순신이 두려운 것입니까?”

선조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아니라면 왜 그런 무모함을 저지르겠느냐?”

세자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올려서 선조를 향하였다.

“사죄할 일을 저지르지 마옵소서. 역사에 부끄러운 짓을 그만 멈추소서. 사관(史官)들에 의해 기록되는 일을 통촉하소서.”

선조는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었다. 사관들의 기록에 의해서 역사가 정리되고 있음을 그만 잊고 있었던 왕처럼 그가 중얼거렸다.

“이순신을 통제사로 임용하였지만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가 역사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 것만 같아서 안심이 되지 않는다. 만일 그가 몰락한 조선 수군을 수습하여 일본 함대에 역전의 승리를 거둔다면 우리의 왕권은 어찌 될지 아느냐?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더 큰 희생을 치룰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수군을 폐지하는 것을 아바마마께서 강요하신다면 그것은 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르시옵니까?”

“그래서 좌의정을 명나라 제독에게 파견한 것이다. 이것은 완전한 명나라의 요구가 될 것이다.”

“아바마마,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려 하십니까? 익호장군의 죽음이 고문관의 혹독함에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사옵니다. 그것은 임금의 추악한 권력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이번 수군폐지 역시 임금의 작품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