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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31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보고프다. 너무나 많이!’ 장예지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질끈 눈을 감고 광해군을 외면하였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보드라운 느낌이 장예지의 입술을 살짝 스쳐갔다. 아주 찰나의 감촉이었으나 그것은 장예지의 뇌리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녀는 차마 눈을 떠서 확인하지 못하였다. 바로 거기, 눈앞에 광해군의 입술이 머물러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눈은 떠지지 않았으며 눈물 한 방울만이 장예지의 콧등을 타고 흘러 내렸다.

 

   
 

* * * 아란은 포박되어 덩그러니 뇌옥에 홀로 감금되어 있었다. 형리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였다. 김충선은 그녀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밧줄을 손수 풀었다. 아란은 약간 놀란 시선으로 노려볼 뿐 반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충선은 그녀의 마지막 매듭을 풀게 되면 그녀가 기습을 가해 오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탑!”

아란은 자유로운 몸이 되는 순간에 김충선의 사타구니와 면상을 노리고 몸을 틀면서 발길질을 가해왔다. 그녀의 수법은 놀랍도록 빨랐으며 사악했다. 두 군데 모두 급소에 해당 했으며 충격을 당하는 순간 무서운 고통을 호소해야 하는 곳이었다.

“악독하구려.”

김충선은 허리를 튕겨서 도약함과 동시에 몸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였다. 그는 단숨에 아란의 공격을 무위로 돌려 버렸다. 아란은 몹시 놀란 눈으로 김충선을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원망과 증오, 경탄과 의혹 등이 뒤엉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난해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무예의 경지가 상당하군요.”

아란은 한숨을 깊이 내쉬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느리게 행동하는 그녀를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바라보며 김충선이 대꾸했다.

“하지만 낭자는 아직도 내게 암습을 가하려고 준비하고 있지 않소? 미리 경고해 두지만 내가 반격하게 되면 낭자는 매우 위험해 집니다. 내 자신을 보호할 정도가 되지 않았다면 낭자의 포박에는 손을 대지 않았을 거요.”

김충선의 충고는 아란을 맥 빠지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사실 그녀는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달려들어 상대의 급소를 공력하기 위한 기를 집중적으로 모으고 있던 찰나였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그 정도 자신이 없었다면 날 풀어 줬겠어요.”

“머리가 아둔하지는 않구려. 내 말을 금방 이해하다니.”

아란은 다소 경계하는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날 풀어준 이유는 모르겠군요.”

“누구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소, 꽁꽁 묶여 있는 그런 모습을 싫어하오.”

아란은 김충선이란 작자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난 당신을 암살하려 했던 적이라고요. 몰라요?”

“알고 있소.”

“그런데도 그런 요상한 소리를 지껄이다니. 당신은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약간은 특이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