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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제주의 결” 강요배의 그림 보러갈까?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 초대전 강요배 '소리'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
귀 기울여보라 제주에서는
바람도 파도 소리를 낼 줄 안다
여기는 천상에 속한 나라
누구든 이곳에 오려거든
무기를 버리고 오라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
노래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바람이 노래하는 이 장엄!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이다 

미술평론가 최석태는 이 정희성의 시 바람의 노래가 화가 강요배를 표현하는데 알맞은 시라고 얘기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324일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강요배 작가를 선정했다. 이중섭미술상은 이중섭(1916-1956)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 화백 30주기인 1986년 문화예술인들이 상 제정에 관해 뜻을 모았고, 이듬해 이 화백과 친교가 있었던 화가 24명이 십시일반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았다

 

   
▲ 창파(滄波),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97x333cm

1988년 이중섭기념사업회는 이 작품들을 조선일보사에 기증했고, 조선일보사는 이중섭미술상을 제정해 1989년 첫 수상자 시상식을 가졌다. 초창기에는 이 화백과 같은 장르인 서양화 위주로 수상자를 선정했으나 점차 한국화와 조각, 설치미술까지 범위를 넓혀오며 한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서 강요배 작가의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초대전 '소리'2015115()부터 1115()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주요 작품과 최근 작품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의 정신적 안식처였던 제주에 거주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상과 전시라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 제목은 '소리'. 파도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붓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로 담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전시 대표 작품으로는 <창파>, <흘러가네>, <운산>이 있다. 작업실 근처인 애월 해변의 파도가 치는 장면, 한림의 강이 흐르는 장면, 한라산이 구름에 덮이는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작가가 이렇게 변화하는 자연 상태에 초점을 맞춰 그리는 것은 역시 변화무쌍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제주 자연뿐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삶도 오롯이 담고 있다 

 

   
▲ 흘러가네,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94x259cm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는 "강 화백 그림은 제주의 ''이다. 박수근의 질감이 강원도 화강암이라면 강요배의 표면은 제주 현무암"이라며 "이중섭미술상의 취지인 치열한 작가 정신과 작품세계의 독창성을 충족하는 작가"라 평했다. 작가는 "예술이 완성이 있을 수 없으며 아직도 내 작품 세계가 미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수상은 조금 더 도약해보라는 격려의 계기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기간 더욱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강요배는 제주의 역사적 체험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캔버스 위에 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하며 소설가 현기영의 '바람 타는 섬' 삽화를 그리게 되었다. '바람 타는 섬'은 일제 강점기에 제주 해녀들의 생존권 투쟁이 항일운동으로 발전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삽화를 그리는 1년 동안 고향인 제주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제주 4.3 사건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일었다.  

강요배는 1989년 삽화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주 4.3 사건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4.3 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책을 모두 구해서 6개월 동안 도표정리를 하며 암기할 정도로 열중하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그 사건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완성, '강요배 역사그림-제주민중항쟁사'1992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이렇게 4.3의 현실은 세상에 알려졌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일어난 잔인한 학살은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제주를 다시 인식하게 하였다. 

 

   
▲ 운산(雲山), 2015, 캔버스에 아크릴, 112x162cm

강요배는 서울에서 제주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귀향하여 제주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제주의 역사를 알고 나니 자연 풍경이 조형적 형식이 아닌 감정이 담긴 대상으로 다가왔다. 해녀들의 노동과 고난을 알고 난 뒤 바다 속 풍경이 다시 보이고, 기나긴 역사를 지켜보았을 오름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낸 강요배의 작품은 제주의 ''과 치열한 작가 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강요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