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날아든다 떠든다 오호로 날아든다
범려는 간곳없고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한산사 찬바람에 객선이 두둥둥 에화 날아 지화자 에~
아하아 에~ 에헤헤 에헤요 아하하 어허야
얼삼마 두둥둥 내 사랑이로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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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계원 풍류산방 최영숙 명창의 "소춘향가", "장기타령" 부르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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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숙 명창의 정선아리랑 공연에 청중들은 혼을 쑥 빼놓는 다. |
장기타령이 무계원 사랑방을 한바탕 흔들어 놓는다.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종로구가 후원하는 “해설이 있는 풍류산방” 그 두 번째 공연이 12월 12일 늦은 4시에 시작되었다. 역시 서한범 전통음악학회 회장(단국대 명예교수)의 해설이 걸쭉하다. 오늘의 첫 무대 주인공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8호 재담소리 전수교육조교 최영숙 명창이다. 서한범 회장이 칭찬할 만큼 그의 잡가와 아리랑은 청중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작은 무대에 청중은 바로 공연자의 코앞에 서안을 놓고 방석에 앉아 있다. 공연자들이야 잠시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청중은 그야말로 신이 난다. 해설자의 권유에 청중들은 힘찬 소리로 추임새를 하고 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작은 사랑방 공연의 큰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최영숙 명창은 잡가 소춘향가와 장기타령을 부르고 이내 정선아리랑을 비롯한 아리랑들을 구성지게 부른다.
약간의 콧소리가 매력적인 최 명창은 무대에서 청중들을 이끌어 가면서 꼼짝 못하게 한다. 여느 공연장에서 듣던 아리랑과는 맛이 분명히 다른 최 명창만이 가진 분명한 개성이 돋보인다. 그러니 청중들이 재청을 외치지 않을 수 없고 최 명창은 스스럼없이 또 한 곡을 선사한다.
그 흥분이 사라지기 전에 서한범 회장은 판소리 김미나 명창을 소개한다. 단국대에서 음악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 명창이면서 판소리경연대회 가운데 가장 명성이 높고 권위가 있다는 임방울명창경연대회 판소리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명창이란다. 김미나 명창은 본인이 만정 김소희제 소리를 한다면서 “춘향가 가운데 춘향모 춤추는 대목”을 한 자락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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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가 가운데 "춘향모 춤추는 대목”을 부르는 김미나 명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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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가 가운데 "이별하는 대목"을 부르는 김미나 명창 |
이어서 춘향가 가운데 ”이별하는 대목”을 소리하는데 청중의 눈에서 눈물을 뺄 요량인지 애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심청가 가운데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 못지않은 애절함이다. 누가 춘향가를 단지 사랑놀음을 하는 소리라 하는가? 이 공연에 참가하는 청중들은 이미 귀명창이 다된 듯, 김미나 명창의 소리에 깊이 빠진 듯 비탄에 잠긴 추임새의 향연으로 사랑방은 휩싸인다.
약속된 공연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에 치달았어도 객석은 흔들림이 없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번 주 참가 신청자가 만석이라는 귀띔을 해준다. “무계원 풍류사랑방”은 이미 성공한 것인가?
이렇게 되니 다음 주 정경옥 명창의 가야금병창과 이기옥 명창의 송서율창 공연 그리고 마지막 주 유지숙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와 25현 가야금의 이민영, 해금산조의 장은정 공연도 청중들은 큰 기대감을 드러낸다. 어쩌면 조선시대의 사랑방 풍류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이렸다.
▲ 맛깔스러운 해설을 하는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
해설을 하면서 공연을 이끈 서한범 회장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다. 이렇게 만석이 되고 청중들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도 일어설 줄 모르는 걸 보니 참으로 뿌듯하다. 신나게 추임새를 넣고 민요 후렴을 모두가 따라 부르는 걸 보니 청중들은 이미 수준급 애호가들임이 분명하다.”라며 흐뭇해했다.
소문을 듣고 강동구 천호동에서 공연을 보러왔다는 정순형(57) 씨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친근한 해설을 해주는 것이 정말 좋았고, 마이크 없이 공연자들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바로 앞에서 공연하니 그 속에 푹 빠져 들어갈 정도였다. 멀리서 왔지만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와 다다음주도 참석해야겠다. 아니 이 ‘무계원 풍류사랑방’을 한 달이 아니라 상설로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흥분에 들떠서 공연 본 소감을 말했다.
안평대군이 풍류를 즐기며 노닐었다는 무계원에서 청중들은 맘껏 국악의 진수를 누렸다. 이것이 진정한 국악의 매력이 아닐까?
* 다음 공연 : 12월 19일(토) 늦은 4시, 12월 26일(토) 늦은 4시
* 곳 : 무계원 사랑채
* 입장료 10,000원(종로구민은 30% 에누리)
공연 관람객에게 전통차와 과즐(한과) 제공
관람 인원 30명 석착순 마감
* 입장권 예매와 기타 자세한 문의는 무계원(02-379-7131)과 종로문화재단(02-6203-1162)에 하면 되며 종로문화재단 누리집(www.jfac.or.kr)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