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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7회

[신한국문회신문=유광남 작가]

“단련이 되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습디다. 단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덩달아 실어 호흡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멀미는 금방 달아나고 말 거요.”

곽재우가 흡족한 정보를 알아내어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 그런 방도가 있었군요. 어디 시험해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음악적 재능이 아주 무뎌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원균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하면서 자신의 의혹을 물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부는 태어나면서부터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장군!”

“곽장군이 이순신함대의 판옥선에 오른 까닭이 무엇이요?”

원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육지의 의병대장이 어째서 이순신의 함대에 동승하였는가. 까닭이 있었던가? 그래. 분명 이유가 존재 했었다. 곽재우는 실상 이울로 부터 심상치 않은 기별을 받고 한 달음에 이순신을 만나러 왔었다. 그리고 그때 곽재우는 선소에서 원균을 만난 직후 이순신과 독대를 가졌었다.

 

   
 

“장군의 의도를 알고 싶소이다. 김충선장군을 여진에 보내신 연유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누루하치는 오랑캐입니다. 무엇을 도모하시려는 겁니까?”

직설적인 질문을 곽재우가 던졌으나 이순신은 우선 술을 권했다.

“아우님, 우선 한 잔 하시면서 훌훌 털어 봅시다.”

홍의장군 곽재우는 사양했다.

“장군의 의중을 알기 전에는 술맛을 모를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술을 즐기시는 원장군을 함께 모시는 것은 어떻겠소?”

곽재우는 거듭 사양했다.

“싫습니다. 아우의 청을 들어 주십시오.”

“누가 홍의장군 아니라고 할까 그러시나. 좋네. 자네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말하지.”

이순신은 자신의 빈 술잔에 홀로 술을 부었다. 술병에서 떨어지는 술 줄기가 그토록 길고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순신은 술을 가득 채운 후, 술병을 그대로 벽면으로 집어 던졌다. 쨍강! 하는 소리와 더불어 술병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담겨있던 술이 사방으로 튕겨서 술 냄새를 확 풍기며 바닥으로 흘렀다. 곽재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돌발적인 행태를 단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용서하시게! 난 이제 깨어진 술병이고 흐르는 술인 것이야.”

이순신이 지그시 눈을 내리 감았다가 번쩍 떴다. 이순신에게서 평소 보지 못했던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이지만 이순신에게서 광기가 어렸다. 곽재우는 여전히 침착했다.

“장군의 의지가 고작 이 뿐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삶은 종종 내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흐를 때도 있지 않은가. 하늘이 내 의지를 요구했다네. 난 거부하지 않았어. 내 안에 잠든 이순신을 술병처럼 깨고 말았네. 술이 쏟아지는 것처럼 나 이순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낼 작정일세. 더러운 권력에 대해서! 내 백성에 대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쏟아져 버린 술. 오로지 임금에게 충성하는 맹목적인 관념의 술병은 이제 박살나고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