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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54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가 감탄해마지 않으면서 슬며시 말했다.

“사실 나도 정도령에게 은밀히 부탁 받은 임무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원균장군에게 개벽에 대한 의중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 받았습니다.”

이순신의 표정은 그냥 담담하였다.

“억지로 성사되는 일은 없지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원장군은 마음의 준비를 이 사람 보다도 빠르게 내린 듯이 보였습니다.”

곽재우는 자신이 받았던 느낌 그대로 설명했다. 이순신은 호흡을 길게 내뿜었다.

“이 사람으로 인한 고심을 여러 분들에게 안겨 드리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곽재우가 눈을 부라리며 이순신을 책망했다.

“행여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장군을 위한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지 않습니까. 홀로 하는 승부는 더욱 더 아닙니다. 장부의 대업(大業)을 어찌 송구하다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백성들을 위한 의협지사(義俠志士)들의 한 마음입니다.”

“장군의 말씀이 지당하오.”

“장군의 뜻을 따르는 장수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외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쯤 물러나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기습을 받을 수도 있고. 적의 탐망선들이 돌아가서 우리 판옥선의 현실을 보고하게 된다면 필시 왜적은 함대를 이끌고 무섭게 달려올 것이오니.”

“불과 13척이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300척이 넘는 대규모 함대이니 보잘 것 없는 우리 함대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전라도의 육군과 합세하여 서해를 장악하려는 행보를 서두르려 하겠지요.”

 

   
 

 이순신은 밤이 깊어지자 함대를 이끌고 일단 진도의 임시 본영이라 할 수 있는 우수영으로 퇴각을 시도하였다. 이미 그곳에는 포구까지 나와서 정도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순신은 이제 그가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날이 밝아오면 적의 주력 부대가 몰려 올 것입니다.”

“우리 수군들은 칠천량 패배의 두려움을 오늘의 승리로 모두 잊었소. 사기가 충천하오.”

정도령의 안면에 진지함이 어렸다.

“장군이 결정해 주셔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어떤 일이요?”

정도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남원성이 일본의 좌군부대에 의해서 함락 당했다는 보고는 받으셨습니다.”

“그랬지요.”

“좌군총대장 우키타 히데이에의 일본군들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남원성을 지키다가 장렬히 전사한 조선과 명의 군사들 유해에서 각기 코를 베어 내어 소금에 절인 후, 항아리와 나무통에 넣어서 본국으로 후송한답니다.”

이순신도 이미 들었던 내용이었다. 새삼 분노가 노도(怒濤)처럼 밀려들었다. 숨쉬기가 급격히 어려웠다. 이순신이 불규칙한 호흡을 내뱉고 있을 때 정도령의 비감어린 말투가 계속 이어졌다.

“그 항아리들은 하야부네(早船=작은 배)에 실려서 부산을 경유하여 오오사카로 보내질 것이라 합니다. 비록 적의 수중에 있는 해역이기는 하지만 우리 측 결사선(決死船)을 출동시킨다면 중도에서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사실이오?”

“그러나, 이렇듯 망설이는 것은 적의 주력 함대와의 일전을 앞두고 판옥선을 단 한 대라도 빼낸다는 것이 쉽지 않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