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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 체험으로 가까워 지는 일본문화

인천관동갤러리에서 기모노체험교실 열려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어제 27일 인천 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2016년 설맞이 한·중·일 두루미전(展), 3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에서 두루미가 어떠한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의미 깊은 전시회다. 그런 가운데 한일문화교류 차원에서 어제는 일본 전통옷인 기모노 입어보기 체험이 있었다. 미리 신청한 4명의 한국인이 입기 까다롭다는 기모노 입기에 도전한 것이다.
 

   
▲ 나카주반(기모노 안에 입는 옷을 입고 있다)을 가와이 미츠코 선생이 입혀주고 있다

 

모두 7개의 끈(오비지메)을 묶어야 하는 등 번거롭기가 한복에 견줄 바가 못 되는 기모노 입기 체험을 지도해준 사람은 가와이 미츠코 씨 (合川光子,69살)였다. 가와이 씨는 기모노 장인으로 무려 40년간 기모노를 만들어 온 손꼽히는 기모노 전문가이다. (아래 대담 참조)

기모노 체험에 도전한 사람들은 모두 중년여성 들로 이번 체험을 통해 이웃 나라 기모노를 직접 입어보게 되어 남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모노는 한복과 달리 뒷 목선을 길게 뽑아주는데다가 치마폭이 좁아 걸음 폭이 좁은 옷이다. 그러다 보니 옷을 입는 순서도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 기모노를 입고 여러번의 오비지메(끈)를 매주고 있는 가와이 미츠코 선생

 

   
▲ 뒤에 매는 오비 부분은 가와이 선생 말고 다른 한명의 도우미가 돕고 있다.

 

기모노를 입을 때는 맨 먼저 다비(일본 버선)를 신는다. 이 역시 옷을 다 입었을 때 허리를 굽혀 다비를 신기 어려운데서 비롯된 것 같다. 한복의 경우는 치마폭이 넓어 행동의 제약을 안 받기에 옷을 다 입은 뒤에 펑퍼짐하게 앉아서도 얼마든지 버선을 신을 수 있는데 말이다.

다비를 신은 뒤에는 기모노 안에 입는 이른바 속옷인 나카주반을 갖춰 입은 뒤 바로 기모노를 입는데 한복이 치마와 저고리를 나뉘는 데 견주어 기모노는 저고리와 치마가 하나로 되어 있다.
 

   
▲ 기모노 체험자들이 가운데 가와이 미츠코 선생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기모노에 쓰는 오비지메(끈)

 

   
▲ 기모노에 갖춰 신는 조리(오른쪽 끝은 비오는 날 신는다)


따라서 코트처럼 생긴 긴 옷을 입은 뒤 앞을 균형있게 잘 여미는 데서부터 주의를 해야한다. 목 뒤에서 속옷과 기모노의 중심을 맞춘 뒤 입은 사람의 키에 맞게 치마 길이를 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모노 입기의 준비이다. 이렇게 맞춘 뒤 이번에는 치마가 늘어지지 않도록 허리에 하나씩 끈을 매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부분이 매우 어렵다. 맨 처음 매는 하다지메부터 마지막 오비지메 까지 무려 7개의 끈을 이용하는데 각 단계별로 끈을 잘 매야 옷맵시가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고 아름답게 되는 것이다.

“기본은 7개이지만 저처럼 숙련된 사람들은 2~3개만 매도 됩니다. 물론 이것은 기모노를 어느 정도 입을 줄 아는 이른바 달인들의 이야기지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숙련의 세계에서는 규정을 벗어나도 충분히 원래 지닌 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가 ‘이렇게 끈을 많이 맨다면 현대 여성들이 기모노를 즐겨 입을 수 있겠느냐?’는 말에 대해 기모노 장인인 가와이 미츠코 씨의 대답이다. 역시 장인이 되기까지가 어려운 것이지 장인이 된 다음에는 기모노 끈을 7개 매야 한다는 규정은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기모노의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오비이다. 오비란 일종의 허리에 매는 허리끈인데 7개의  끈 가운데 가장 넓은 끈이라고 보면 된다. 길이도 길어 보통 4.5미터인데 기모노 차림에서 보면 등에 두툼하게 튀어 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 오비의 길이가 많이 쓰인다.

어느 한곳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입어야 제대로 된 기모노 차림을 할 수 있는데 이날 기모노를 입혀준 가와이 미츠코 씨의 경우는 혼자서 입을 때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일반인들은 혼자 입기가 쉽지 않아 누군가 도우미가 있어야한다. 도우미가 있다고 다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일본에는 곳곳에 기모노기츠케(기모노 교실)가 있어 기모노 입는 방법을 배우는 여성들이 많다.
 

   
  ▲ 인천 관동갤러리 앞에선 기모노 체험자와 관람객들


“말로만 듣던 기모노를 처음 입어보니 입는 절차가 참 까다롭네요. 생각보다 기모노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오비가 허리부목 구실을 해주는 것 같아 허리가 참 편했어요”
기모노 체험에 참여한 양인선 씨의 말이다.

“저도 처음 입어 보았는데 입기는 불편해도 입고 있으니 편한 느낌입니다. 다만 치마폭이 좁아 한복 보다는 걸음걸이에 제한이 느껴집니다. 특히 조리(기모노에 신는 신)를 신고 걸어보니 발이 아프네요” 또 다른 참여서 윤석임 씨의 말이다.

이웃나라의 문화 체험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서로의 전통 옷을 입어보는 행사는 매우 의미 깊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4명의 체험자에게 기모노를 입혀준 가와이 미츠코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기모노를 택해서 살아온 삶, 지금이 가장 행복
 [대담] 일본 기모노 장인 가와이 미츠코 씨

 

   
 

- 언제부터 기모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이십대 후반에 전통 기모노 산지인 나가노현 마츠모토의 한 공방에서 기모노 옷감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된 것이 평생 기모노 일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기모노를 즐겨 입은 어머니의 영향도 있어 기모노와는 자연스런 만남이 있었던 것이지요.”

 

- 일본에는 기모노 교실(기모노기츠케)이 있는데 혹시 체험 교실을 운영하시나요?

  “아닙니다. 옷 입는 기본을 가르쳐 주는 곳이 기모노교실인데요. 저는 기모노 옷감을 직접 짜고 그리고 기모노를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합니다. 기모노 교실은 다도(茶道)와 같은 하나의 전통을 전수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기모노를 만드는 장인의 일입니다. ”

 

- 기모노 전시회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네. 4~5년에 한번 씩 직접 짠 옷감으로 만든 기모노를 도쿄 갤러리에서 전시합니다. 보통 이 기간에 10~14벌 정도 만들지요. 1벌에 20~30만 엔 정도 합니다만 결코 비싼 것은 아닙니다. 기모노는 대물림해서 입을 수 있는 옷이거든요. 기모노 감으로는 실크를 이용하는데 츠므기법으로 짠 것은 폭 37센티 길이 15미터를 짜는데 3개월 정도 걸립니다.”
 

- 평생 기모노 일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옷감을 짜는 일은 매우 정교하고 정신 집중을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옷감을 손수 짜고 그리고 기모노를 만드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지만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디자인도 복잡한 것에서 간결한 것으로 바뀌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이를 느낍니다. 힘이 들지만 기모노 일을 택해서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인천 관동갤러리에서 한국인을 위한 기모노체험 교실을 맡아준 가와이 미츠코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을 무어라 할까? ‘기모노 같은 여성’ 이라는 느낌이다. 한국 나이로 70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곱고 단정한 모습은 평생 자신의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온 장인에게서 만 느낄 수 있는 ‘존경심’ 같은 것으로 가와이 미츠코 씨의 기모노 입은 자태에서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 한중일 ‘두루미 전’, 2월 5일부터 3월 20일 까지(금토일만 개관 10시~6시)
  * 문의 : 기억과 재생의 공간 <인천관동갤러리> 전화 032-766-8660
  * 누리편지 : gwandong14@gmail.com
  *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 38 (관동2가 4-10)
  *누리집 : http://www.gwan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