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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사랑하는 ‘적도기니’ 여인 모니카

[서평]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예담, 2013

   
▲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예담, 2013

[신한국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읽었습니다. 진작부터 제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지만, 다른 책들에게 우선순위에 밀려 있다가 이번에 꺼내들었습니다. 지난주에 새로 읽을 책을 잡으려는데, 이 책이 이번에도 나를 안 볼 거냐며 원망하는 것 같아 꺼내들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지만, 곧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지은이 모니카 마시아스가 풀어내는 자신의 특별한 인생, 기구한 인생이 곧 저를 책으로 끌어들인 것이지요. 

모니카는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웅게마의 막내딸(1972~ )입니다. 적도기니는 196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 서해안 적도 부근에 있는 신생국가이지요. 대통령의 딸이라면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 아닙니까? 그런 그녀의 인생이 180도 바뀐 것이 1979년입니다.

1979년 당시 국방장관으로 모니카의 사촌오빠이기도 한 테오도르 오비앙 웅게마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쿠데타가 임박했을 때 모니카의 어머니는 모니카와 모니카의 2살 위 오빠 파코, 4살 위 언니 마리벨을 데리고 평양으로 떠납니다. 가족의 안전을 염려하여 웅게마 대통령이 형님처럼 믿고 지내던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가족을 맡긴 것이지요. 

그런데 쿠데타 후 웅게마 대통령은 처형됩니다. 비정한 정치는 조카가 삼촌을 죽이게 하는군요. 하긴 영조도 아들 사도세자를 죽였으니... 그런데 기니에는 웅게마 대통령의 큰아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모니카의 어머니는 큰아들마저 어찌 될까봐 잠을 못 이루다가 3 자녀들은 그대로 평양에 두고 기니로 돌아갑니다. 어머니가 자기들을 버리고 떠나다니! 7살 모니카에게는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모니카는 스페인어를 완전히 잊어버립니다. 이후 모니카는 조국 적도기니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김일성의 따뜻한 배려 속에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지금도 모니카는 자신의 고향은 평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요. 

그렇지만 졸지에 부모 곁을 떠나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낯선 나라에서 이들 3남매가 겪었을 외로움과 슬픔은 말하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니카가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공부할 때 모니카는 너무 외롭고 언니, 오빠가 보고 싶어 만경대혁명학원이 생긴 이래 최초의 무단이탈을 벌이기도 합니다. 

북한 학생이었다면 당장 퇴학조치 될 사건이지만, 이들 3남매는 특별한 관리 하에 있는 망명객들이라 다행히 넘어갑니다. 이후 모니카는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선화와 친자매처럼 친해지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사실 선화는 모니카를 감시하고 상부에 모니카 동향 보고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런 자신의 임무를 잊어버릴 만큼 모니카와 친해지지요. 

모니카의 학원 생활을 보니 북한이 병영국가라는 것이 실감나네요. 1주일 야영훈련이 있는데, 처음에 학생들은 나눠준 식량을 생각 없이 3,4일 만에 먹어치우고 나머지 기간을 굶주림에 허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굶주려도 식량을 다시 주지 않고, 본인들이 들쥐를 잡아먹든 어떻게 하든 자기들이 해결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러면서 이런 것이 미제국주의자 때문이라며 적개심을 키우게 된다고 하네요. 아무리 김일성 왕조국가라지만 청소년을 이렇게 교육시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됩니까? 

모니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는 북한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과 같이 지내게 됩니다. 유학생들이니 아무래도 일반 북한 대학생들보다는 좀 자유가 있지요. 그래서 남한의 영화 디브이디, 가요 시디 등도 중국에서 가져와 볼 수가 있네요. 모니카는 당시 유학생들 세계에서 김완선이 최고 인기였다고 합니다. 남학생들은 김완선을 여신처럼 숭배하였고, 한 남학생은 나중에 김완선에게 구혼하기 위해서 남한에 꼭 갈 것이라고 하였다는군요. 

대학 졸업 후 3남매는 계속 보호해주겠다는 김일성의 호의를 물리치고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북한을 떠납니다. 마리벨은 의학 공부를 더하기 위해 중국으로, 파코는 조국 적도기니로 떠나고, 모니카는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모니카로서는 16년 만에 북한을 떠나는 것이지요. 

참! 이들 3남매의 외모에 대해 한 마디만 더 해야겠네요. 파코와 모니카는 완전 흑인이지만, 마리벨은 피부만 약간 검을 뿐 백인의 모습입니다. 이복형제인가? 아닙니다. 3남매의 어머니가 스페인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3남매는 혼혈인데, 마리벨은 어머니의 유전인자가 더 강하게 나타나 백인의 외모가 나오고, 파코와 모니카는 아버지의 유전인자가 더 강하게 나온 것이지요. 

의지가 강한 모니카는 고생 끝에 스페인에서의 생활도 안정이 되지만 또 다른 세상을 향해 10년간의 스페인 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으로 떠납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 뉴욕에서도 곧 적응하여 살지만 모니카는 또 여행가방을 듭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서울로 들어옵니다. 서울에는 평양에서 외국인 유학생으로 사귀었던 중국인 메이가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었지요. 뉴욕에서 사귀었던 한국 유학생 승현이도 열렬하게 환영을 해주었고요. 

모니카는 서울에 들어오면서 평양보다 복잡하고 사람이 많을 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모니카에게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똑 같이 자기가 사랑하는 배달민족이 살고 있는 땅이었습니다. 모니카는 북한을 완전히 다른 이방나라, 북한사람을 완전히 다른 별종의 인간으로 생각하는 남한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그들도 똑 같이 정이 많은 한국 사람입니다.” 모니카는 3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2009년 다시 가방을 쌉니다. 그러나 모니카는 이번에는 ‘Goodbye’라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집시처럼 중국, 일본, 홍콩, 포르투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를 떠돌아 다녔지만 외롭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았답니다. 자기 마음에 ‘서울’이라는 집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여행의 끝’이라며 모니카의 적도기니 여행으로 끝납니다. 적도기니는 비록 자신이 태어난 땅이지만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두려운 곳이었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중간에 비자 문제로 간 적이 있긴 한데, 그때도 마음은 기니 바깥에 있었고, 비자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곧바로 기니를 떴지요.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적도기니를 마음의 짐으로 남겨 둘 수는 없는 것이기에 마침내 적도기니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감정도 다 씻어냅니다. 지금 모니카는 마드리드에 살면서 한국과 적도기니를 연결하는 사업을 펼치면서 활기차게 살고 있습니다. 

기구한 인생 역정이 지금은 오히려 그녀의 삶의 자산이 되어준 것이지요. 이러한 특이한 인생을 헤치고 나온 모니카를 언론이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겠지요? 책을 읽고 난 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모니카에 대한 기사나 방송이 많이 나와 있네요. 한국을 사랑하는 흑인 여인, 한국을 자신의 조국으로 여기는 마니카 마시어스. 그녀가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한국 여인으로서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