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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백년편지] 동풍신 열사님께 -양승국-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백년편지- 242 ]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동풍신 열사님! 열사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아무래도 ‘열사’라는 호칭은 조금 거리를 두고 부르는 것 같아, 처음에는 ‘동풍신 할머니’로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17세 꽃다운 나이에 순국하신 열사님을 할머니라고 하려니까 아무래도 제게 떠오르는 동풍신 열사의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동풍신 누나’라고 하려니 조금은 불경스러운 것 같네요. 그런데 열사님과 비슷한 나이에 순국하신 유관순 할머니에 대해 유관순 열사라고 많이 부르고, 또 유관순 열사 기념관도 있어, 저도 ‘동풍신 열사’라고 부르렵니다. 동풍신 열사님! 제가 처음 열사님을 만난 것은 이윤옥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입니다.

 

천안 아우내장터를 피로 물들이던 순사놈들

함경도 화대장터에도 나타나

독립을 외치는 선량한 백성 가슴에 

총을 겨눴다

 

그 총부리 아버지 가슴을 뚫어

관통하던 날

열일곱 꽃다운 청춘 가슴에

불이 붙었다

 

 

 

이윤옥 시인이 열사님에 대한 뜨거운 가슴을 토해낸 시입니다. 이시인은 동풍신 열사와 유관순 열사가 3.1 만세운동으로 순국하였고, 또 순국할 때 나이가 비슷했던 점 등으로 두 분을 같이 놓고 시를 썼더군요. 저는 이시인의 시를 읽기 전에는 동풍신 열사님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이런 부끄러움은 저의 부끄러움만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풍신 열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접하고 부끄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많이 듣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노래까지 불렀었지요. 그렇지만 동풍신 열사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를 못했습니다. 지금도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는 기념관도 있고, 많은 학자들과 언론매체에서 다루고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추모제까지 열리고 있지만, 열사님에 대해서는 몇 사람이 열사님에 대해 글을 쓴 것이 전부입니다.



두 열사님의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과 목숨을 바친 그 순결함에 차이가 없거늘, 왜 남한에서는 이토록 열사님에 대해 무관심 한 것일까요? 열사님이 지금은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함경북도 하가면에서 만세운동을 했기 때문인가요? 그렇지만 열사님은 공산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꽃다운 17세 소녀였지 않습니까? 열사님이 일제의 잔혹한 손길에 숨을 거두실 때에는 도대체 남한이니 북한이니 하는 그런 개념조차도 없을 때 아닙니까? 그런데 단지 지금은 동풍신 열사님께서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곳에서 만세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우리 후손들이 나 몰라라 해야 하는 것인가요?


 동풍신 열사님!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열사님께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열사님께 더욱 죄송한 것은 이런 남북한의 경직된 사고로 동풍신 열사님처럼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독립투사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풍신 열사님을 비롯한 많은 독립투사들이 그런 평가를 바라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옥 시인은 위 시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외쳤지요.

 

보라

남과 북의 어린 열일곱 두 소녀

목숨 바쳐 지킨 나라

 

어이타 갈라져 등지고 산단 말인가

남과 북 손을 부여잡고

 

다시 통일의 노래를 부를

그날까지

님이시여

잠들지 마소서!

 

 예! 동풍신 열사님! 열사님께서 그렇게 목숨 바쳐 독립을 위해 싸웠듯이, 이제 우리 후손들의 임무는 갈라진 남북한의 통일을 이루어 불완전 하였던 독립을 완성시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풍신 열사님! 이윤옥 시인이 피를 토하며 외치듯이 저희 후손들이 통일의 노래를 부를 그날까지 잠들지 마소서. 그 때까지 저희를 지켜봐주시고 이끌어주소서.


 지금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열사님께 편지를 쓰고 있는 저, 통일이 되면 그 날 저는 다시 한 번 열사님께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드디어 진정한 독립을 완성시켰노라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그럼 열사님께 다시 편지를 올릴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며, 이 못난 후손은 이만 편지를 접겠습니다. 다시 한 번 꽃다운 청춘 채 펴보지도 못하고 조국 제단에 바치신 동풍신 열사님께 진심으로 엎드려 절하며 고마움의 마음을 바칩니다.



            양 승 국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