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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올림’과 ‘드림’

[우리말은 서럽다 42]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요즘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 같은 전자말에 밀려서 글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하지만 알뜰한 사실이나 간절한 마음이나 깊은 사연을 주고받으려면 아직도 글말 편지를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글말 편지라 했으나, 종이에 쓰고 봉투에 넣어서 우체국 신세까지 져야 하는 진짜 글말 편지는 갈수록 밀려나고, 컴퓨터로 써서 누리그물(인터넷)에 올리면 곧장 받을 수 있는 전자말, 곧 전자글말 편지가 나날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

 

글말 편지거나 전자말 편지거나 편지를 쓸 적에 흔히 쓰는 말이 올림또는 드림인 듯하다. 전자말 편지는 봉투를 따로 쓰지 않으므로 올림이든 드림이든 편지글 끝에 한 번 쓰면 되지만, 글말 편지는 편지글과 봉투에 거듭 쓰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지글 끝에 올림이라 쓸까 드림이라 쓸까 망설이고, 편지글에 쓴 말을 봉투에다 그대로 써야 하나 달리 써야 하나 걱정하는 듯하다.

 

이런 망설임과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편지에서 쓰는 올림드림이 무슨 뜻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겠다. 알기 쉽게 뜻부터 말하면 올림위로 올리다하는 뜻이고, ‘드림주다의 높임말인 드리다로 보이지만 본디 안으로 들이다하는 뜻이다. 받는 사람이 나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는 뜻으로 위로 올리다하는 것이고, 내가 주는 것이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슬쩍 대문 안으로 들이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올리다는 받는 사람을 높이려는 뜻을 담고, ‘들이다는 주는 스스로를 낮추려는 뜻을 담는다.

 

받는 사람을 높이려는 것과 스스로를 낮추려는 것은 뜻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보다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은 올리다들이다가 모두 물품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올림이든 드림이든 편지글을 접어서 속에 넣은 봉투 겉에나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봉투 겉에 쓰는 것은 봉투 속에 든 글을 하나의 물품으로 보고 그것을 올리거나 드리거나 한다는 뜻으로 쓰는 것이라 좋지만, 봉투 속에 든 글은 바로 말씀을 올리거나 드리는 것이므로 사정이 다르다. 말씀을 올리거나 드릴 적에 쓰는 우리말이라면 사뢰다아뢰다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뢰는 것은 속살과 속내를 풀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아뢰는 것은 모르고 있는 일을 알려 드리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말을 제대로 가려 쓰려면 봉투 겉에는 올림드림가운데 하나를 골라 쓰고, 편지글 끝에는 사룀아룀가운데 하나를 골라 써야 한다. 편지글이 들어 있는 봉투를 보내면서 받는 사람을 나보다 높은 사람으로 여긴다면 올림을 쓰고, 높은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아도 나를 낮추어 겸손한 마음을 보이고자 한다면 드림을 쓰는 것이 좋겠다.

 

편지글로 적은 말들이 일어난 일들의 속살과 속내를 풀어 드리는 것이라면 사룀이라 쓰고, 적은 말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 드리려는 것이라면 아룀이라 쓰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봉투가 없는 전자말 편지에는 올림이니 드림같은 말이 어울리지 않고, ‘사룀이나 아룀에서 가려 쓰는 쪽이 올바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