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낮때와 밤때가 똑 같다 하느니
오면 앗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고
고요히 깊어가는 갈 선비는 졸 닦고
위 노래는 일본
교토의 한밝 김리박 선생이 쓰신 “갈 같 날”입니다. 여기서 ‘갈같날’은 추분(秋分)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며, ‘앗’은 책, ‘갈’은 가을,
‘졸’은 지조(志操)를 뜻합니다. 조금 쉽게 풀어본다면 “추분은 낮과 밤이 똑 같다 하느니 / 추분 오면 책 읽고, 달 돋으면 임 생각나는 때라
/ 고요히 깊어가는 가을, 선비는 지조를 닦고 있어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분은 낮과 밤이 같다고 하는데 춘분과 함께
바로 “더함도 덜함도 없는 날”이어서 우리는 이때 중용(中庸)을 생각해봐야만 합니다. 세상일이란 너무 앞서가도 뒤쳐져도 안 되며, 적절한 때와
적절한 자리를 찾을 줄 아는 것이 슬기로운 삶임을 추분은 깨우쳐 줍니다. 더불어 가을 벌판 고개 숙이는 벼가 보여주는 겸손, 그리고 한여름
강렬한 햇빛과 천둥과 비바람을 견디어낸 벼의 향[香]를 생각해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