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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장맛이 좋아야 집안에 불길한 일이 없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40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설혹 시골에 사는 사람이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없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가장은 모름지기 장 담그기에 신경을 쓰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1766년(영조 42) 유중림이 쓴 농업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우리 겨레는 장을 소중히 했습니다. 1809년(순조 9)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장 담글 때 얼마나 조심하고 정성을 기울이는지 알게 하는 다음 구절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루에 두 번씩 냉수로 정성껏 씻되 물기가 남으면 벌레가 나기 쉬우니 조심하라. 담근 지 삼칠일(21일) 안에는 상가나 애를 낳은 집에는 가지 말고, 생리 중에 있는 여자나 잡인을 가까이 오지 말게 해야 한다.” 또 “장맛 보고 딸 준다.”, “한 고을의 정치는 술맛으로 알고, 한 집안의 일은 장맛으로 안다.”는 속담이 있고, “장맛이 좋아야 집안에 불길한 일이 없다.”라고 믿을 정도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처럼 느린 음식도 없습니다. “친구와 장맛은 오래 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은 가능하다면 오래 묵혀 먹는,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먹거리지요. 장이 완성되기까지 적어도 5~6달이 걸리는데 심지어 간장은 “아기 배서 담근 장으로 그 아기가 혼인할 때 국수 만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래된 것을 높이 쳐줍니다. 가장 오래된 장으로는 60해가 넘어 빛깔이 검고 액체가 아닌 고체가 된 것도 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