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시각장애인이 사진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신비롭고 의아한 모양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사진작업은 이미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여는 사진교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활동 할 수 있는 주요 루트였다.
이러한 결과, 최근 들어 각 기관에서 배운 시각장애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진활동에 열심인 분들도 제법 있게 되었다. 또한 ‘마음으로 보는 세상’과 같이 법인체를 만들어 시각장애인과 함께 사진작업을 하는 기관도 있으며, 본인이 관장으로 있는 북성동갤러리 역시 시각장애인 사진전문 갤러리로서 이들의 사진 활동 및 교육에 관심을 두고 여러 가지 사진활동, 전시, 이들의 사진에 상업성을 불어 넣기 위한 작업을 시도하는 등 더 깊이 있는 사진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 ‘볼음도’는 시각장애인 사진모임 ‘잠상’의 첫 번째 활동 결과물이다. 지난 여름 12명의 멤버들이 강화 볼음도를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한 사진을 밤을 새워 선택하고 프린트하여 다음 날 아침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볼음교회 언덕길에 전시했다. 농협창고 담벼락에,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기다란 줄을 이어 다양한 사진을 걸었다. 전시한 사진은 주민들이 소유하도록 했다.
'잠상’의 북성동갤러리 전시는 볼음도에서 선보인 것에 일부를 더해 250여장을 소개한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독특하고 따듯한 시선이 담겨있다.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함께했기에 더 의미가 있다. 대개 ‘본다’고 할 때 그것은 시각을 통해 ‘바라본다’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다는 것을 시각적 행위로 한정하기에는 그 표현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맛을 보다’ ‘만져보다’ 등처럼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체계를 이용해 ‘표현해 내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눈으로만 보고 만들어 낸다’라고 규정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해 '표현한다’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표현하기'는 사진예술의 길이기도 하다. 사진을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이미 확장되어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작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 사진작업은 언어를 통한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멘토와 멘티가 한 팀으로, 멘토의 설명을 듣고 멘티가 촬영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사진이 '표현’ 영역으로 확장된 지금 시각장애인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고, 표현 방법을 찾아낸다. 사진모임 ‘잠상’은 이러한 작업을 실험적으로 시도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바 있다.
지난해 3명의 시각장애인이 프로작가와 협업해 통일된 주제로 작업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공개했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이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여러 방면에서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축적되고 자신감이 쌓이면 사진작가로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창단한 사진모임 ‘잠상’은 앞으로 사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진작업의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취미차원의 사진 활동도 필요하지만 시각장애인 사진이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단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북성동 갤러리는 이들에 대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새롭게 창단한 시각장애인 사진모임 ‘잠상’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안내>
전시기간 : 2016. 11. 12. ~ 12. 7
북성동갤러리 (인천 중구 북성동 3가 9-6, 헤이루체)
참여작가
이예진, 조한솔, 황태경, 조용민, 공혜원, 김덕주, 최승호, 한유림, 이형진, 임희원, 김선도, 김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