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청춘 수현군을 기리며
잊고지내다 문득
신오쿠보역 개찰구를 들어서면
자네가 떠오르네
홈으로 오르는 계단 앞
동판에 새겨진
자네의 선행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같은 피를 나눈 동포라서 일까?
아닐세
그날 선로에 떨어진
술주정뱅이를 구하던 사람은
또 있었지
카메라맨 세키노 시로 씨
그래도 유독
자네의 죽음이 애처로운 것은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난 유학의 땅에서
아직 피지 못한 꽃으로 남은 까닭일거요
아니
더욱 자네가 그리운 건
나도 그 무렵
그 역
그 홈을 드나들 때 였기때문일거요
와세다에 가기 위해
자네가 숨져간 그 홈에서
날마다 열차를 기다리며
나는 늘
울고 있었오
어미가 된 심정으로
아! 그날
자네가 죽지 않고
다른 사람이 죽었다면
아니 다른 사람도 죽지 않고
2001년 1월 26일 7시 15분이 지나갔더라면
......
이제 자네가 죽은 그 자리엔
안전문이 굳건히 놓여있다오
또 다시 어리벙벙한 이가 떨어져
꽃같은 목숨이 지지 않도록 말이지
수현 군!
자네가 우리의 곁을 떠난지도
어언 십육년
이제 신오쿠보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동판의 의미를 모르는 듯
무심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
자네가 목숨을 던져
한 생명을 구하고
의롭게 세상을 떠난 일을 기억하고 있다오
부디
좋은 곳에서
언제까지나
이 세상의 선한 거울이 되어 주길! - '꽃같은 청춘 수현군을 기리며 이윤옥' -
JR야마노테선(山水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역 구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동판에 일본어와 한글로 새겨져 있다.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씨는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 경.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위험을 무릎쓴 채 용감히 선로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려다 고귀한 목숨을 바쳤습니다. 두분의 숭고한 정신과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리고자 여기에 이 글을 남깁니다. -동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