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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단산오옥’ 글씨 새겨진 고려 먹, 가장 오래된 명품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0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방사우의 하나인 먹 가운데 좋은 것은 손으로 들었을 때 느끼는 촉감과 무게, 눈에 보이는 형태, 냄새, 두드렸을 때의 소리들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벼루에 갈 때 부드러우면서도 미끄러지듯이 쉽게 잘 갈려야 하고 붓에 먹물을 찍어 글씨를 쓸 때 마음 가는대로 붓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이러한 바탕 위에 옅고 짙은 농담(濃淡)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으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 더하여 우리나라 전통 먹의 또 다른 특징을 들면, 먼저 색깔이 검고, 오래될수록 빛깔이 바래지 않은 채로 더욱더 깊은 맛이 나며 부식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서화가 잘 상하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교 성분으로 붓이 잘 미끄러지게 하고, 수분의 조절에 의해 농담과 번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아울러 종이 깊숙이 침투하는 점 덕분에 동양화에 사용되는 흡수력이 좋은 한지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은 일본의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의 먹 2점이지요. 모두 배 모양의 이 먹은 “신라양가상묵(新羅楊家上墨)”, “신라무가상묵(新羅武家上墨)”이란 글씨가 찍혀 있는데 신라시대에 양 씨 집안과 무 씨 집안에서 좋은 먹을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먹으로는 국립청주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제1880호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명 고려 먹(淸州 明岩洞 出土 ‘丹山烏玉’銘 高麗 墨)”이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출토 당시 이 먹은 두 토막이 난 채 놓여 있었는데, “단산오(丹山烏)”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烏’자 밑에 ‘一’자 획이 보이는데, 이는 ‘玉’의 첫 획으로 먹을 갈아 사용하면서 닳고 남은 부분입니다. ‘단산(丹山)’은 고려시대 불린 단양의 옛 이름이며, ‘오옥(烏玉)’은 먹의 별명인 ‘오옥결(烏玉玦)’의 줄임말로, ‘단산오옥(丹山烏玉)’은 ‘단양 먹(丹陽 墨)’이지요. 전해지는 여러 문헌을 통해 볼 때 맹주, 순천, 단양이 우리나라 주요 먹 생산지였으며, 단산오옥의 명성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