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시청 로비에 온갖 나방세상이 열렸다. 바로 “시민 허운홍의 나방이야기전”이 3월 23일(목) 시작하여 4월 7일(금)까지 16일 동안 열리는 것이다. 전시회를 여는 서울시청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비가 아닌 나방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방이 아닌 나비표본도 있지만, 나방들은 나비에 뒤지지 않고 아니 더욱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호랑나비처럼 화려하고 큰 것들도 있지만, 아주 작아 바람만 좀 세게 불면 훅 꺼지거나 날아갈 것만 같은 정말 작은 것들 있다. 나방들을 꼼꼼히 표본을 해놓은 것을 보니 허운홍 선생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가 있다. 전시장에는 수십 년 동안 나방애벌레를 채집하고 길러낸 나방표본 900여 종 2천여 마리(표본액자 45점)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본만 전시한 것이 아니다. 선생은 벽면에 나방의 큰 사진과 함께 “생태, 왜 나방 연구가 중요한가?, “수분 매개자로서의 나방”, “먹이사슬 고리로서의 나방” 같은 설명판을 붙여놓아 나방이 비교적 생소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그 내용을 보면 “지구상 현 종수는 약 1천만~1,400만으로 추정되는데 오늘날 인간에 의한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비목은 알을 50~1천 개 정도 알을 낳는다. 이 가운데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짝짓기를 하기까지 대략 2 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거의 모두가 새, 포식곤충, 기생곤충, 파충류의 먹이가 된다. 따라서 생태계의 평형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먹이사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 그는 위대한 곤충학자였지만 허운홍 선생은 나방 한 종만 선택해 정성을 쏟았기에 허 선생도 대단한 인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지는 않지만 관람객들은 끊이지 않는다. 성북동에서 왔다는 현정숙(43, 회사원) 씨는 “나방은 여름밤에 우리를 귀찮게 하는 존재로만 여겼는데 여기 와 전시된 나방들은 보니 또 다른 세계를 만난 듯 눈이 번쩍 뜨인다. 이렇게 수많은 종류가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을 보면서 허 선생이 노력을 기울인 것에 큰 손뼉을 쳐주고 싶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와야 하겠다.”라고 말한다.
전시와 더불어 시민들이 작품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은 《나방애벌레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특강을 3월 25일(토) 이른 10시와 4월 2일(일) 낮 1시에 시민청에서 한다. 1시간 반 동안 특강을 듣고 전시장으로 이동하여 30분간 작품을 보며 직접 선생의 해설을 들음으로써 나방의 세계에 한 발짝 들여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큰길을 내면서 서식지를 둘로 동강내는 일 그만 두라 [대담] “시민 허운홍의 나방이야기전”을 여는 허운홍 선생 - 나방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어떻게 나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길동생태공원에서 자원활동하면서 여러 곤충을 기르고 관찰하던 중 나방도 기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 나방의 생활사에 대한 연구가 다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일본의 연구를 인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후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하고 오랫동안 찾고 있던 터라 이것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 아주 작은 나방들도 많던데 그것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표본을 만드는 지 참 궁금합니다. 나방을 연구하시면서 어려운 점이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려운 점은 애벌레를 찾는 것이죠. 작은 미소나방애벌레들은 잎을 말거나 접거나 여러가지 특이한 형태로 잎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잎을 헤쳐야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먹이식물과 함께 가져와서 집에서 작은 통에 넣고 며칠 간격으로 먹이를 갈아주면서 기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미 900종 이상을 하였기 때문에 기르지 않은 새로운 종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숲 속을 6시간 이리저리 잎을 뒤져 찾아도 한 종 찾기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실줄알락나방은 올해 10년 만에 성공하였습니다. 어떤 해는 여러 마리를 가져 와 동네 아파트의 담쟁이 잎을 먹이로 주었는데 그것이 약을 친 것이어서 애벌레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어떤 해는 애벌레를 못 찾아, 1시간 반, 왕복 3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옛날에 애벌레가 있던 과천공원가서 비탈길에서 겨우 찾아 왔는데 다음날 보니 다 죽었습니다. 공원서 약을 쳤던 것이죠. 이렇게 해서 해마다 실패했습니다. 작년 순천으로 이사하면서 통들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김치냉장고 김치통 속에 여러 마리를 가져 왔는데, 이사 뒤 이삿짐센터의 일하는 아주머니가 전기를 꼽아 놓은 것을 6시간이 지나 알아서 놀라 꺼냈는데, 다행히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지난 주 날개를 달았습니다. 날개는 제대로 펴지 못 했지만 표본은 성공적으로 만들었지요.“ - 책을 두 권이나 내셨던데 대단하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70살까지 1,500종. 80살까지 2,000종을 수집하여 표본을 만들 계획인데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책은 앞으로 몇 년 간격으로 계속 펴낼 것이고 계획대로 되면 과별로 책이 새로 편집되어 나갈 것입니다. - 나방과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책입안자들에게 부탁하건대 큰길을 만들어 서식지를 둘로 동강내는 일을 하지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개발사업들도 환경을 생각하여 신중히 해야 하고요. 일반인들이라면 산에 가서 샛길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다져지면 흙길은 아스팔트처럼 되어 식물도 자라지 못하고, 낙엽층이나 지표면 5cm 아래서 여름이나 겨울을 나는 나방의 애벌레나 번데기들이 죽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