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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 로드’ 네팔 방문기

우리나라의 보리수와는 다른 인도보리수 만나다

네팔 방문기(8) 2월8일 목요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36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뜨거운 물만 마셨더니 설사는 멈추고 위와 장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아침 식사를 호텔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오늘의 목표지인 룸비니로 이동했다. 바랏푸르에서 룸비니까지는 120km 거리인데 룸비니는 인도와의 국경지대에 있다. 아침 9시에 호텔을 나서서 먼지가 풀풀 스며드는 버스를 두 번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8 시간 걸려서 룸비니에 도착하니 저녁 5시가 되었다.

 

네팔은 남쪽으로는 인도와 인접해 있지만 북쪽으로는 티베트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한때 네팔은 티베트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때 티베트의 라마교가 자연스럽게 네팔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오늘의 네팔 불교는 곧 라마교를 지칭하며 티베트에서 온 라마승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기원전 3세기에 아쇼카 왕이 룸비니에 세운 석주가 1896년에 발견되었다. 그러나 룸비니는 1967년까지만 해도 황폐한 모습의 유적지였다. 당시 이곳을 방문했던 미얀마 출신 우탄트(전 유엔사무총장)가 룸비니의 재건을 호소하였고, 세계 불교인들의 호응을 얻어 룸비니를 불교 성지로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에 네팔 정부에서는 룸비니 북쪽 지역을 국제사원단지로 지정하여 룸비니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심도문(佛心道文) 스님도 신라의 황룡사 절터 크기의 면적을 네팔 정부로부터 99년간 임차하여 1995년에 대성석가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임차한 땅은 상당히 넓었는데, 매년 840불을 임차료로 지불한다고 한다. 법당은 3층으로 크게 지었는데 아직 외부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내부는 예불을 들일 수 있을 정도로 완성이 되었다. 대성석가사에는 우리나라 절에 흔히 있는 탑이 아직까지 없었다.

 

 

대성석가사 정문을 들어서면 양쪽으로 3층 크기의 요사채 건물이 두 채가 있다. 두 개의 요사채 합쳐서 4인실 방이 80개나 된다고 하니 순례 단체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시설이다. 대성석가사에는 현재 원인스님이 주지로 계시고 다른 스님이 한 분 더 있다. 해마다 한국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성지 순례차 와서 대성석가사에 머문다고 한다. 현재 계획으로는 법당 양쪽으로 건물을 하나씩 추가하여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려고 한다.

 

법당을 바라보면서 양쪽으로 의젓하게 잘 생긴 나무가 있어서 주지 스님께 물어보았다. 왼쪽에 있는 나무는 지혜수이고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보리수라고 한다. 지혜수는 나무 가지가 옆으로 퍼지고 거기에서 아래쪽으로 뿌리가 내려 땅에 연결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보리수는 키가 매우 컸는데 작은 열매가 달려 있다. 열매를 자세히 보니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보리수 열매와는 모양이나 색갈이 달랐다. 그래서 나중에 귀국한 뒤에 식물 책을 뒤져 보니 이유미 박사가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라는 책에 보리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흔히 보리수라고 부르는 나무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식물도감에 나오는 진짜 보리수는 보리수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수로서 다 자라야 키가 3~4m를 넘지 못하는 관목이다. 시골의 작은 마당이나 산 가장자리에서 바람에 늘어진 가지에 은빛 나는 잎새를 흔들거리며 서 있는 나무가 학술적인 이름으로 보리수다.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에 잎겨드랑이에서 황백색의 작은 꽃이 피고 가을에 열리는 작고 붉은 열매는 약간 떫으면서도 달짝한 맛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첫 번째 가짜 보리수는 석가모니가 그 나무 밑에서 득도했다는 보리수다. 이 나무는 보리수과에 속하는 보리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는 자라지 않으며 무화과나무의 사촌 쯤 되는 교목으로서 키가 크다. 영어로는 Pipal tree 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인도보리수라고 번역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보리수라고 알고 있을까? 고대 인도말로 모든 법을 깨우쳐 득도했다는 말이 ‘Bodhi’인데 이 말을 한자로 음역하여 ‘보리(菩提)’라고 표기하였고 여기에 나무 수(樹)가 보태져 보리수(菩提樹)로 된 것이다. 그런데 보리수란 이름이 이미 우리나라 나무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킨 것이다.

 

 

두 번째 가짜 보리수는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성문 앞 우물곁에 선 보리수’이다. 이 나무는 실제로는 피나무과에 속하는 피나무의 한 종류이다. 피나무는 찰피나무, 달피나무, 연밥피나무, 염주나무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데 왜 피나무가 우리나라에서 보리수가 되었을까? 이 나무에는 동그랗고 단단한 열매가 열리는데 이것을 염주 재료로 사용하였다. 더욱이 이 나무는 목재의 질이 좋아서 절 부근에 심어 놓고 나무를 베어 절을 짓는 데 쓰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사찰과의 인연으로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 같다.

 

실제로 큰 절에 가면 달피나무나 염주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신도들에게 바로 이 나무가 석가모니가 득도한 나무라는 설명을 하거나 혹은 안내판까지 곁들여 놓은 곳도 있다.

 

내가 몇 년 전에 부안 변산반도에 있는 내소사에 갔을 때에 절 마당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고서 절집에 있는 사람에게 무슨 나무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분은 그 나무는 보리수이고 단단한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지금 보니 그 나무는 피나무과인 염주나무이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대성석가사에서 내가 본 나무는 인도보리수로서 무화과나무 종류이며 우리나라에 있는 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나무이다.

 

병산은 대성석가사의 방을 예약해 두었다. 요사채의 방을 두 개 배정 받아 하라상이 하나를 쓰고 나와 병산이 한 방을 쓰기로 했다. 방은 예상한 것보다 컸지만 아주 검소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침대가 없이 장판을 깔았다. 책상도 텔레비전도 없었다. 옷장도 없었다. 기다란 장대를 가로로 매달아 놓고 옷걸이로 썼다. 전등불은 매우 희미했다. 네팔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가끔 전기가 나가기도 한단다.

 

반수세식 변기와 간단한 샤워기, 세면기가 있는 작은 방이 안쪽으로 딸려 있었다. 샤워기는 있지만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 공양은 저녁 5시 50분에 시작되었다. 요사채의 중간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부페식 공양을 했는데, 여행 중인 외국인 청년 몇 사람이 나타나 공양에 참여했다.

 

불교의 공양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친환경적인 식사법이다. 첫째, 푸성귀(채식) 위주의 식사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먹는 육식에 견주어 매우 에너지 절약적이다. 육식은 채식에 견주어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식사이다. 사람이 육식만을 한다면 채식에 견주어 14배나 많은 면적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채식에 견주어 육식은 에너지의 낭비가 심한 식사법이다.

 

둘째, 불교의 발우공양에서는 자기가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또 음식물 쓰레기가 일체 나오지 않으므로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하는 비용이 무려 20조원인데, 모든 국민이 발우공양을 실천한다면 이 돈을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온수가 나오는 공동 샤워실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따뜻한 물은 저녁 세 시간 동안만 나오는데, 샤워실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아서 이용하는 데에 불편은 없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