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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초패왕의 ‘배은망의(背恩忘義)’가 주는 교훈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4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홍문연가 鴻門宴會>라는 제목의 단가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홍문(鴻門)이란 곳에서 연회(宴會)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래 첫대목 사설 가운데는“ 진(秦)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란 말이 나오는데, 왜 여기 에 느닷없이 사슴을 잃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지록이마(指鹿以馬), 또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관련하여 지난 호에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뒤로 이어 나오는 사설을 주해(註解) 부분과 함께 읽어 보기로 한다.

 

“초야에 묻힌 영웅, 질족자(疾足者-발 빠른 사람)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의 성낸 범(항우를 뜻함)과

폐택(沛澤)에 잠긴 용(龍-유방을 가리키는 말)이

각기 기병(起兵) 힘을 모아 진(秦)나라를 멸(滅)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진나라의 서울이었던 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

왕(王)을 하리라.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은 당시 세력만 믿고,

배은망의(背恩忘義-은혜를 배반하고 의로움을 잊음)하단 말가.”

무죄한 패공을 아무리 살해코저 홍문에다 설연(設宴)한 들,

하늘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天崩又出-하늘이 무너져도 또한 솟아날 수 있음)이라.

벗어날 길 없을쏘냐. 유능제강(柔能制剛-유한 것, 곧 부드러운 것이 능히 굳센 것을 이긴다는 뜻)

옛 말씀을 이로 보아 알리로다.”

 

위 노랫말에 나오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 두 사람은 형제의 결의도 하였고, 진(秦)나라에 먼저 들어가 공(功)을 세우는 사람이 왕(王)을 하기로 굳은 언약도 하였던 것이다. 약속대로 유방이 승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가 왕이 되어야 하지만, 왜 항우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은혜를 저버리는 배은(背恩)과 의로움을 잊는 망의(忘義)를 했느냐. 하는, 한마디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항우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렇다.

우리 인생사에서 약속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다.

원래 약속(約束)이란 말을 보면, 약(約)은 맺다, 맹세, 기약, 검소, 등의 뜻이며 ‘단단히 맺은 실타래'를 뜻하는 글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속(束)'은 끈으로 묶는, 잡아매는, 동여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니 이는 단단하게 묶는, 반드시 서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이처럼 말이나 문서,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하는 인간들의 행위가 약속이라 할 진대, 그것은 크든 작든 간에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대상이고, 이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용어인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왕왕 보면, 약속을 굳게 해 놓고, 너무도 쉽고 가볍게 잊는 예는 허다하고,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이행하지 못하는 예도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심지어 계획된 거짓 약속도 있어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음을 우리가 잘 알고 잊지 않는가!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약속은 상대의 성별이나 나이, 누구든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가령, 부모와 자녀, 가족을 포함하여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 동료 등과 세상을 함께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상일진대, 이런저런 이유로 이를 어긴다면 신뢰를 잃고, 심하면 관계가 절연되기도 한다.

 

 

우리들은 약속에 관한 명언들을 몇 가지 기억하고 있다.

곧, “이미 정한 약속은 갚지 않은 부채”라는 말에서부터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이나 더 나아가 “약속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약속하지 않는 것”그리고 “약속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말 등등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입으로 하는 약속, 혹은 문서로 하는 약속, 마음으로 하는 약속, 기타의 조건들이 붙어있는 다양한 약속들이 수도 없이 많다. 또한 이러한 약속들을 지키게 하려고 강력한 요구 조건을 달지만, 그런데 신뢰를 잃고, 싸움과 분쟁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고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옛날, 절대 권력을 눈앞에 두고, 항우와 패공이 했던 약속도,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빚은 “불신의 약속”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