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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바다의 적들이 우선일 뿐이옵니다.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3 위기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자자, 우리 모두 안심해도 되겠소이다. 정도령을 선인이라 하지 않소. 어디 믿어 봅시다. 그런데 정도령의 재주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구려. 관상에도 일가견이 있다?”

“송구하옵니다.”

광해군이 정도령에게 바싹 관심을 두었다.

“내 관상은 어떻소? 난 길게 오래 오래 살아가는 장수보다도 이 난세의 끝이 궁금하오. 선왕의 보위를 내가 제대로 이어 받을 수 있을지가 정말 궁금하다오.”

세자의 의미심장한 말투가 내뱉어지자 장중은 삽시간에 동장군이 엄습한 겨울들판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파장은 예상 외로 컸다.

 

“세자저하, 그 무슨 망극한 말씀입니까?”

“저하?”

광해군은 시선을 정도령에게 고정하였다.

“정도령, 그대의 지모가 매우 출중하다는 것은 내 이미 파악이 되었고, 내 관상에 대해서도 견해를 꼭 듣고 싶다오.”

정도령은 전혀 당황하는 빛이 없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천생덕어여(天生德於予) 환퇴기여여하(桓魋 其如予何)라 하시었나이다.”

광해군이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늘이 내게 덕을 내리셨으니 환퇴(桓魋) 따위가 감히 나를 어찌 해칠 수 있겠는가?”

정도령은 온유한 미소를 담으며 바람에 구름이 흐르듯이 말문을 이어 나갔다.

 

 

“바로 그러하옵니다. 하늘이 저하에게 세자의 막중한 지위를 주셨습니다. 다른 그 어떤 방해가 있겠사옵니까? 또 있다 한들 무엇이 두렵단 말입니까?”

환퇴는 송나라 대신의 이름으로 공자를 해치려고 했던 인물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그를 두려워하여 공자에게 도망칠 것을 아뢰자 공자는 하늘의 덕을 소유하고 있으니 상관없다고 제자들을 위로했다.

“그러한가? 정녕 내 지위가 공자의 덕과 같은 것인가? 통제사께서도 그리 생각 하시오?”

광해군은 의도적으로 이순신에게 우문(愚問)을 던졌다. 이순신은 즉답을 회피하였다.

“신에게는 바다의 적들이 우선일 뿐이옵니다. 헤아려 주옵소서.”

광해군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렇구려. 나의 생각이 아직도 이리 짧소이다. 전투에 임한 장수에게 이런 투정 같은 질문을 해대다니 면목 없소. 장군이 이해해 주시구려.”

광해군의 즉각적인 사과에 이순신 역시 허리를 굽혔다.

“우리 함대의 위기로 인한 신의 불충을 용서해 주옵소서.”

“그럼 이제 우리는 어찌 되는 거요? 부산을 포기하는 겁니까?”

정도령의 결정은 단호했다.

“가덕도에 왜적의 함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부산 공격은 전면 수정 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함정에 빠질 이유가 없사옵니다.”

 

광해군은 인상을 찌푸리며 탄식했다.

“아, 절호의 기회를 이렇게 놓치고 말아야 하는 겁니까?”

정도령이 광해군의 아쉬움에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줬다.

“저하, 적의 함정을 우리가 알아냈다면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 법이옵니다. 전쟁의 교묘한 계략은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아아, 그렇다면 정도령은 이미 방책을 강구 했단 말이요?”

“황공하옵니다. 그래서 신이 존재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정도령 말입니다.”

광해군의 안면에 감탄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