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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계집을 후리는 솜씨는 좀 있어도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3 위기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물론이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모조리 동원해야 하는데 묘안이 혹 있느냐?”

“그건......큰형님이 강구하셔야지요. 이 아우야, 술과 계집을 후리는 솜씨는 좀 있어도......그 역시 큰형님에게 물려받은 재주뿐입니다만.”

임해군의 인상이 크게 구겨졌다. 동생 순화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 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회답이 자신에게 베운 술과 계집이라는 대목에서는 기분이 씁쓸할 수 밖 에는 없었다.

“주변에 대가리 좀 굴린다는 놈들이 그리도 없느냐?”

“그런 대가리 말고 다른 대가리를 기가 막히게 굴리는 놈들은 몇 있습니다.”

“다른 대가리라니?”

“양 다리 가운데 달린 대가리 말입니다.”

순화군은 자신이 대답하고도 저속한 표현이 민망한지 키득거렸다. 임해군은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왔으나 간신히 참아내었다. 이제는 입궐하기 전의 임해군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적어도 이제는 명나라와 조선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세자의 신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임해군은 고개를 돌려서 선조가 있는 어전으로 시선을 던졌다.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한 번 겪었습니다. 그것을 두 번 까지는 절대 못하옵니다. 이번에 다시 소자를 버리신다면......소자는 패륜이 무엇인지 보여드릴 작정입니다. 기대하소서!’

임해군의 전신에서 사악한 그림자가 길게 궁궐로 드리워졌다.

 

 

선조는 날이 갈수록 임금으로써 추악해지고 있음에도 자신에 대하여 너무 관대하였다. 권력의 교만함과 우월함으로 지배자의 수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임금은 고요히 잠들어 있는 임해군과 순화군의 욕망을 일깨웠다. 그것이 가져올 조선 정국의 파국(破局)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신 사헌부 지평 강두명, 부르심을 받고 입궐 하였나이다.”

그리고 선조는 왕권을 방어하기 위한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고하라.”

명나라 사신의 실종 사건을 내사 시켰던 지평 강두명을 호출한 것이다. 강두명은 그동안의 탐문 내용을 소상히 설명하였다.

“명나라 사신이 실종되던 날, 정헌대부 김충선이 예고도 없이 벽제관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근무하던 별장의 자백에 의하면 은자 꾸러미도 전달하였다고 하옵니다.”

“누구에게?”

“별장을 비롯한 병사들에게 수고한다면서 김장군이 주었다고 합니다. 하여간 김충선과 더불어 병부주사의 숙소에 도착 했을 때 이미 종적이 묘연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김충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냐?”

“물론이옵니다. 다만, 김충선과 함께 방문 했다가 먼저 물러간 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자는 또 누구인고?”

“인상이 험악한 작자로......아마도 동료 항왜병이 아닌가 추측 됩니다.”

“그러니까 김충선이 별장과 병사들을 붙들고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을 때 항왜는 몰래 잠입하여 병부주사를 납치 했다는 것이로군.”

“그래서 납치한 명나라 사신을 끌고 간 곳이 어디로 추측하는고?”

“영상의 저택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