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유명한 화가들은 대부분 술을 즐겼다고 합니다. 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는 술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정도였는데 ‘취화사(醉畵史)’란 호를
붙이고 살았습니다. 특히 친구 이인문이 그린 ‘송하담소도’에 천하의 단원이 글을
썼는데 ‘종남별업’이란 시 3ㆍ4행과 5ㆍ6행을 바꿔 써넣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달마도’를 그린 김명국은 못 말리는 ‘주당’이었는데 호를 취옹(醉翁, 술 취한 늙은이)
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의 그림은 술냄새가 진동합니다.
권력자가 그림을 그리라고 강요하자 송곳으로 눈을 찔러버려 애꾸가 되어버린 최북은
결국 눈밭에서 술에 취해 얼어 죽었습니다. 탁족도를 그린 이경윤은 ‘수하취면도’에서
술에 취한 채 바위에 기대 낮잠을 즐기는 선비를 그렸고, 김후신은 만취한 선비가
흐느적거리면서 ‘갈 지’자로 걷고 친구들이 부축하는 그림 ‘대쾌도’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