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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와 지도력

[정운복의 아침시평 12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남성이면 누구나 수염이 납니다.

수염은 한자로 鬚髥(수염)이라고 쓰는데 사실 수와 염은 다른 것입니다,

입을 기준으로 위쪽에 난 것아 수(鬚)이고 아래쪽에 난 것이 염(髥)이지요.

염소는 턱 쪽에 긴 수염이 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어려서 흑염소를 기른 적이 있습니다.

기르기 쉬운 동물은 아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물론 개체차가 있기는 하지만

고집이 몹시 세서 자기가 가고 싶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키우는 사람으로서는 짜증 나게 마련이지요.

 

곧 앞에서 끌고 풀을 뜯기러 나서면

네발로 버티며 따라오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처음에는 끌고 가는 데 주력했으나 너무 힘들고 어려워 뒤에서 몰기로 합니다.

그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지요.

 

 

염소는 검은색이라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는 색이 아닐뿐더러

높은데 올라가기를 좋아하여 장독을 깨뜨리기도 하고

뿔로 주인을 들이받기도 하며, 울음소리조차 간사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염소를 대하면서 앞에서 힘으로 끄는 것보다

뒤에서 몰이하는 게 좋다는 것은 우리네 인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조직의 지도자는 어찌 되었거나 앞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끌고 솔선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좋으나

따르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힘으로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뒤에서 밀어주고,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지도자는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양한 색깔을 포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