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 스님 들어온다
목탁은 어데 두고
고깔에 덩실덩실
장삼자락 휘감으며
왕년에 놀아본 솜씨
예사내기 아니신데?
얼씨구 저 춤사위
큰물에서 놀아본 듯
부잣집 외아들로
권번 섭렵 하였던가
과거도 사연일랑도
묻지 말고 덮어두자

< 해설 >
2수로 된 평시조다. 특별한 시적 장치를 하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시조로 춤판을 그려 보았다.
스님 등장한다. 장삼에 길게 늘인 옷소매의 우아한 춤가락이 춤판을 휘젓는다. 경을 외거나 참선을 하는 스님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승무 가락을 보니 필시 저잣거리 춤판을 전전하며 놀아본 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어쩌면 저 옷 벗어버리면 권번에라도 뛰어갈 태세다. 묻지 마시라. 태생도, 신분도, 고향도. 어차피 이곳에선 춤 잘 추는 이가 주인공이니 춤사위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던가. 오광대에 꽃각시 유혹하는 승무 없으면 무슨 재미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