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후여이,
시절 좋다
냇버들
잎새 돋고
이쁜 각시 물오르니 옆구리 날개 단 듯 하늘로 오르는데, 노세 좋다, 젊어 놀아,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인생 일장춘몽이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어허야
흥타령이야
여기 잠시
쉬어갈까
마당쇠야, 이놈 마당쇠!
허리춤이 그게 뭐냐
하도 마렵기에
똥 누다가 왔습지요
그것 참,
똥 한 번 누기 생원시보다
더 힘드요
뒤보는 놈 불러다가 술상 차려 올리라니
이런 개발새발! 군부독재가 이만할까. 조진사댁 갑분이는 연차 월차, 생리수당 꼬박꼬박 챙기는데, 상여금은 고사하고 새경마저 떼어먹는 우리 샌님. 뒤 닦을 새도 없이 이리 오라 저리 가라 우로 좌로 가라 마라. 오냐, 모르것다 주전자 속 탁배기는 손가락으로 저어 주고, 돈냉이, 취나물, 산채나물은 조물조물 무쳐주니
나물 간 짭짜름하니 한맛이 더 나리라

<해설>
이제 벼슬이고 학문이고 다 안중에도 없다. 까짓거, 낙방거사라 낙담할 것도 아니고 천천히 양반 본분대로 살아보자. 봄 되니 시절도 좋다. 냇버들 물 오르니 마을마다 이쁜 각시들 봄이로구나, 희롱이로구나. 얼씨구, 인생 일장춘몽이 아니더냐. 늙어 몸져눕기 전에 놀 수 있을 때 놀아보자. 물려받은 전답이며 노류장화 꼬여내는 끼도 있으니 책은 덮어두고, 우선 놀고 보자꾸나.
한 고개 오르다 보니 숨차다. 이놈, 마당쇠야. 근데 이놈이 어디 갔나? 부르면 쪼르르 달려올 것이지, 어디 갔다 오는 거냐? 출출하니 술 한 상 차려 오라는데 어디 갔다 오는 게냐?
하긴, 마당쇠는 뒷간도 마음대로 못 간다. 빌어먹을 양반님네 툭하면 술상 봐라, 여자 대령해라, 어쩌잔 말인가? 생리현상도 맘대로 처리 못 하니 사는 게 영 죽느니만 못할 지경이라. 언제 새경을 줬나, 상여금을 줬나? 누군 생리 수당에 출산휴가에 챙길 것 다 챙기는데, 오냐, 방금 똥 누고 온 손으로 나물 조물조물 무쳐주고, 탁배기 주전자는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줄 것이니, 한 맛이 더 나긴 하겠구려.
이 부분은 오광대놀이가 결코 옛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임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사이 갈등,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갑질 현상에 대한 마당쇠의 작은 항변이 아니겠는가.